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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강신철 협회장의 역할

지난주 게임업계에는 의미있는 소식이 들려왔다. 자발적으로 뽑기 아이템 확률을 공개한 게임이 나온 것이다. 지난 8일 넥스트플로어의 '드래곤플라이트 for Kakao'가 포문을 열었고, 레드사하라의 '불멸의전사 for Kakao'가 이틀 뒤 확률 변천사를 히스토리 형식으로 공개했다.

사실 이처럼 빨리 자율규제를 시행한 게임업체가 나올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뽑기 아이템 확률을 공개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사 게임의 영업비밀을 공개하는 셈이고, 게임업체 입장에서는 흡사 발가벗겨진 느낌일테니까.

하지만 게입업체의 자발적 확률 공개 소식에 이용자들은 뜨거운 반응으로 화답했다. '드래곤플라이트'는 주말새 매출이 급상승하는, 생각치도 못했던 결과를 얻기도 했다. 올해 초부터 매출 하향 곡선을 그리던 '드래곤플라이트'는 지난 주말 매출이 30단계 이상 뛰어올라 13일에는 16위까지 올랐다.

넥스트플로어 관계자는 "홍보 의도가 아니라 의용자 편의성을 위한 업데이트라 사내에서 크게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디렉터 스스로의 의지가 만들어낸 확률 공개가 매출 증대까지 이어진 셈이다.

혹자는 이들이 작은 개발사라서 상대적으로 확률 공개가 쉬웠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게임업계에 몸담고 있고, 건강한 게임업계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라면 회사의 크고 작음을 떠나 이 같은 결정은 박수를 받아야 마땅치 않을까.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이하 협회)에서 상반기 시행을 목표로 업계 차원의 자율규제를 준비하고 있다만 확률을 공개한 넥스트플로어나 레드사하라 모두 협회 회원사가 아니다. 이는 강신철 신임 협회장을 적잖이 압박할지도 모르겠다.

일단 협회는 구체적인 일정을 묻을 때 어김없이 "상반기 내 시행이 목표"라고만 답하고 있다. 상반기라고 하면 6월30일이 마감 시한이다. 그 때까지 시간을 벌겠다는 건지, 만전을 기하겠다는 건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답답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강신철 협회장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국내 게임시장 상황이 '위기'라고 하면서 첫 번째 목표로 자율규제 활성화를 꼽았다. 입법과 행정규제가 닿기 전에 기업 스스로 미리 자율적으로 행하는 규율을 만들고, 이미 입법화 돼 있는 것도 자율로 끌어내리는 노력을 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글쎄다. 이미 2008년에 얘기가 나왔던 자율규제는 업체들의 무관심 속에 무산된 바 있고, 최근 확률형 아이템 관련 법안까지 발의된 상황에도 국내를 선도하는, 협회 부회장사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없다. 아마 강신철 협회장이 말했듯 게임업체마다 입장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의 '각기 다른 입장'을 잘 조율해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상반기 내에 실행한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 첫 번째, '자율규제 못믿는다, 법안이 발의되야 한다'는 말을 들었던 만큼 다소 약한 자율규제안을 보다 강화해 이용자들은 물론 나아가 정치권까지 납득시켜 자율규제 토양을 조성케 하는 것이 두 번째, 협회 회원사 뿐만 아니라 국내 모든 게임업체들이 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협의와 조율을 거치는 것이 세 번째.

이 세 가지가 강신철 협회장의 첫 번째 목표, 그러니까 자율규제 활성화에 대한 답이 되지 않을까. 그 동안 게임업계는 리더가 없었다. 역할을 할만한 사람은 많았지만 모두 '은둔의 경영자'가 되어 전면에 나서길 꺼려했다.

그래서 업계는 강신철 협회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상임 협회장으로서 2년간 한국 게임산업이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본인의 말처럼 강신철 협회장이 업계의 구원 투수 역할을 해내길 기대해 본다.


[데일리게임 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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