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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5주년 탐방] WSOP를 가다②: 라스베이거스 마비시킨 300달러 포커대회

데일리게임이 창간 15주년을 맞아 특별한 기획기사를 준비했습니다. 포커 스포츠가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고 국내서도 열기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포커대회 입상 경력이 있는 데일리게임 기자가 세계 최대 포커대회인 '월드시리즈 오브 포커(WSOP)'에 직접 참가한 경험담을 여러분들께 전달해드릴 예정입니다. < 편집자주 >

'2023 WSOP'가 열리고 있는 라스베이거스 파리스 호텔.
'2023 WSOP'가 열리고 있는 라스베이거스 파리스 호텔.
주위 분들과 포커대회에 대해 이야기할 때 참가비가 얼마나 되냐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대답하기가 애매합니다. 포커 대회 참가비는 대회 개최 국가나 시기, 행사장 규모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죠.

기자가 참가한 포커 토너먼트에 한정해서 말한다면 가장 참가비가 낮았던 경우는 우리 돈으로 3만 원이 넘지 않았고, 가장 비싼 참가비가 150만 원 정도였습니다만, 100만 달러(한화 약 13억 원)라는 거액의 참가비를 내야 하는 대회도 열린 적이 있을 정도로 포커대회 참가비 편차가 큽니다.

◆1000 달러 안팎부터 25만 달러까지 다양한 'WSOP' 참가비

'WSOP'도 대회마다 다양한 금액대의 참가비를 책정하고 있습니다. 메인 이벤트의 경우 1만 달러(한화 약 1300만 원)의 참가비로 일반인에게는 다소 부담되는 수준이지만 1000 달러(한화 약 130만 원) 안팎의 대회 비중이 높습니다.

참가비가 5만 달러 이상의 상대적으로 비싼 대회들도 이번 '2023 WSOP'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홀덤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종목을 섞어서 진행하는 '포커플레이어 챔피언십'은 5만 달러(한화 약 6500만 원)의 참가비로 진행되고, 5만 달러 이상의 참가비가 필요한 '하이롤러' 대회도 다수 마련돼 있습니다. 올해 '하이롤러' 대회에서 '코몽'이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한국의 현성주가 두 차례 입상하며 국내 포커 팬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참가비만 3억 원이 넘는 '하이롤러' 대회 우승자는?

이번 'WSOP'에서 가장 참가비가 비싼 대회는 6월17일부터 사흘 동안 열린 이번 시리즈 39번째 대회 '25만 달러 슈퍼 하이롤러 노-리미트 홀덤'입니다. 25만 달러면 우리 돈으로 약 3억2500만 원에 달하는 큰 돈인데요. 때문에 유명 프로 포커 플레이어나 백만장자가 아니면 참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대신 참가비가 비싸 참가자 수가 적기 때문에 입상권까지 가는 과정이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실력에 자신있는 이들에게 한정된 이야기지만 말입니다.

'25만 달러 슈퍼 하이롤러 노-리미트 홀덤'에는 총 69명이 참가해 최종 11명의 선수에게 상금이 주어졌는데요. 우승의 영광은 미국의 크리스토퍼 브루어에게 돌아갔습니다. 우승 상금은 얼마냐고요? 무려 529만3556 달러(한화 약 680억 달러)였습니다. 메인 이벤트를 제외하면 가장 큰 금액의 상금이 이번 '하이롤러' 대회 우승자에게 주어진 것이죠.

◆'2023 WSOP'에서 가장 저렴한 대회 '글래디에이터'

'글래디에이터' 바이인을 위해 긴 줄을 선 참가자들의 모습.
'글래디에이터' 바이인을 위해 긴 줄을 선 참가자들의 모습.
앞서 'WSOP' 대회 중 1000 달러 안팎의 참가비 대회 비중이 가장 높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1000 달러도 비싸다고요? 더 싼 대회는 없냐고요? 그런 여러분들을 위해 'WSOP'에서 특별한 대회를 마련했습니다. 바로 6월7일부터 열린 18번째 종목 '300 달러 글래디에이터 오브 포커 노-리미트 홀덤(이하 글래디에이터)'입니다.

'글래디에이터'는 올해 'WSOP'에서 가장 저렴한 참가비의 대회입니다. 그런데 보장 총상금 규모가 무려 300만 달러(한화 약 39억 원)에 달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300 달러 참가비를 모아 300만 달러 상금을 주려면 주최측 수수료를 빼고 계산해도 최소 1만 명이 모여야 하는데요. 나흘에 나눠 진행된 데이1에 무려 2만3088명이 몰려 최종 총상금 규모가 약 568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경기 시작을 앞두고 입장 대기 중인 '글래디에이터' 참가자들.
경기 시작을 앞두고 입장 대기 중인 '글래디에이터' 참가자들.
◆경기장 인근 교통 마비…참가 위한 대기 시간만 두 시간?

워낙 많은 이들이 참가한 탓에 '글래디에이터' 대회가 열리던 기간 라스베가스 중심부인 스트립 일대에 극심한 교통 체증이 일어났다는 후문입니다. 오는 11월 라스베가스에서 열릴 예정인 'F1'을 앞두고 현지 도로 재정비 작업으로 인해 일부 도로 차로를 줄여놓은 상황까지 겹쳐 교통 체증이 상상을 초월했던 것이죠.

대회장 안에서도 교통 체증(?)이 벌어졌다는 후문입니다. 대회 참가비를 내기 위한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장시간 대기한 선수들이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탈락후 재참가(Re-entry) 대기 줄도 길었다고 해요. 다른 포커대회에서 만난 한 참가자는 "4시간 차를 타고 가서 3시간 줄을 서고 30분 만에 탈락했다"고 쓴 웃음을 지으며 기자에게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이기자의 첫 'WSOP' 입상 이번엔 가능할까?

가장 저렴한(?) 대회인 만큼 기자도 '글래디에이터'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플라이트A'부터 '플라이트D'까지 나흘에 걸쳐 열리는 데이1에서 기자는 마지막 날인 '플라이트D'에 참가했는데요. 뒤로 갈수록 참가자가 늘어나 마지막 날에는 8000명이 넘는 이용자가 몰렸는데 이는 'WSOP' 자체 신기록이라고 합니다.

많은 이용자가 몰린 만큼 '글래디에이터' 경기는 호스슈 호텔과 파리스 호텔에서 분산 개최됐습니다. 기자는 파리스 호텔 옐로우 구역에서 경기를 시작했는데요. 참가비를 내기 위한 줄을 피하기 위해 미리 하루 전에 참가 신청을 완료했고, 교통 체증을 피하기 위해 미리 일찍 출발한 덕에 다른 이용자들이 겪었던 극심한 대기 시간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앞선 대회에서 이렇다 할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던 것과 달리 기자는 '글래디에이터' 대회에서는 초반에 더블업에 성공하고 평균 이상의 칩을 유지했습니다. 중요 고비에서 두 번의 올인 승부에서 이기고 'WSOP' 첫 입상을 눈앞에 뒀습니다.

◆스몰-빅 상황에서의 두 번의 올인 승부 모두 승리!

공교롭게도 두 번 다 기자가 스몰 블라인드 상황에서 빅 블라인드와의 싸움에서 이겼는데요. 먼저 스몰 블라인드에서 AxKx을 갖고 있던 기자는 앞선 선수들이 모두 폴드(Fold, 카드를 버리고 승부를 포기하는 행위)하고 난 뒤 림프-인(Limp-in, 프리 플랍(첫 베팅 단계)에서 베팅을 하지 않고 콜을 하는 플레이를 말함)을 했는데요. 기자의 핸드가 약할 거라고 판단한 빅 블라인드 선수가 Kx3x를 들고 올인을 해왔고, 기자는 1초의 망설임 없이 콜을 받았습니다. 5장의 보드에서 에이스가 한 장, 3가 한 장 나오면서 기자가 승리했고, 빅 블라인드에 있던 선수는 탈락했습니다.

테이블 브레이크 이후 이동 중인 기자의 칩 상황. 스타팅 스택보다 3배 이상의 칩으로 버블 타임을 넘겼지만, 이후 새 테이블에서 곧바로 탈락하고 말았다.
테이블 브레이크 이후 이동 중인 기자의 칩 상황. 스타팅 스택보다 3배 이상의 칩으로 버블 타임을 넘겼지만, 이후 새 테이블에서 곧바로 탈락하고 말았다.
두 번째 중요 상황 또한 공교롭게도 똑같은 스몰 블라인드-빅 블라인드에서 나왔는데요. Kx3x로 스몰 블라인드에서 림프-인한 기자는 플랍에서 한 장, 턴에 서 한장씩 보드에 두 장의 3가 떨어진 뒤 리버(River, 보드에 5장의 공유 카드가 깔린 뒤 마지막 베팅 단계)에서 베팅을 강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상대가 바로 레이즈(Raise, 상대의 베팅에 더 높은 베팅으로 응수하는 행위)를 해와 올인 승부까지 갔습니다. 쇼다운(Showdown, 서로 자신의 히든 카드를 내보이며 최종 승부를 가리는 상황)에서 상대는 Jx3x를 내보였고 기자가 같은 3 트리플(Tree of a kind)에 킹 키커로 상대를 탈락시키고 칩을 모두 확보했습니다.

기자는 상대가 3을 갖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에이스 키커는 없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베팅을 이어갔습니다. 만약 상대가 Ax3x 핸드를 갖고 있었다면 프리 플랍 단계에서 분명 베팅을 해왔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디너 브레이크에 이은 버블 타임…핸드 투 핸드 없이 머니인 성공

기자는 두 번의 큰 팟을 가져오고 난 뒤 평균 이상의 넉넉한 칩을 보유한 채로 디너 브레이크를 맞이했습니다. 이미 앞선 플라이트에서 '글래디에이터' 대회에 참가한 다른 선수의 말로는 저녁식사를 위한 휴식 이후 10분 정도면 입상권이 모두 가려졌다고 해요.

버븥 타임을 앞두고 핸드 투 핸드(한 핸드씩 모든 테이블에서 동일하게 진행하며 최종 머니인 실패자를 가리는 시간) 진행을 위해 핸드를 마친 딜러들이 자리에서 일어선 모습. 이날 '글래디에이터'에서는 실제 핸드 투 핸드 플레이는 진행되지 않았다.
버븥 타임을 앞두고 핸드 투 핸드(한 핸드씩 모든 테이블에서 동일하게 진행하며 최종 머니인 실패자를 가리는 시간) 진행을 위해 핸드를 마친 딜러들이 자리에서 일어선 모습. 이날 '글래디에이터'에서는 실제 핸드 투 핸드 플레이는 진행되지 않았다.
입상권까지 거의 다 왔다는 기대감과 함께 휴식 시간을 보내고 테이블로 돌아와보니 100명 정도의 선수만 더 탈락하면 입상권에 들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평균 이상의 칩을 확보하고 있던 기자이기에 눈 딱 감고 죽기만 해도 머니-인은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경기가 재개된지 10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토너먼트 디렉터가 경기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워낙 많은 테이블에서 동시가 진행됐기 때문에 탈락자도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져 이에 대한 검증 작업이 필요했던 것이죠. 토너먼트 디렉터는 장내 안내 방송을 통해 "현재 진행 중인 핸드가 끝난 테이블의 딜러는 자리에서 일어선 뒤 다음 핸드를 진행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처음으로 경험한 'WSOP'의 버블 타임이기에 기자에게는 더욱 뜻깊었습니다.

10분이 넘는 시간이 흘러 주최측의 검증 작업이 마무리됐습니다. 이미 버블 상황이 끝났고, 테이블에 생존해 있는 모든 이들이 머니-인에 성공했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습니다. 살짝 김 빠지는 감이 없지 않았지만 모두들 입상을 서로 축하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경기가 재개됐습니다.

이제부터는 '글래디에이터'라는 대회 이름처럼 진정한 '검투'가 진행될 때입니다. 이미 입상에 성공한 이들 중 평균 이하의 칩을 보유한 이들은 여기저기서 올인 공격을 해오기 때문이죠. 유럽의 중세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검투사들의 싸움을 보면 모두가 좋은 무기를 들고 싸우는 것이 아니죠. 칼과 방패를 제대로 갖추고 싸우는 이들도 있지만 나무 막대기를 들거나 심지어는 맨손으로 싸움에 나서야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번 'WSOP 글래디에이터'도 마찬가지입니다. 블라인드가 올라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 좋은 무기가 오기를 기다릴 여유가 없기 때문에 나쁜 핸드로도 지속적인 싸움에 나서야 했던 것이죠.

◆머니인 성공 후 광속 탈락…그런데 순위의 상태가?

버블 타임 전까지 평균 이상의 칩을 유지하던 기자도 두 번의 블라인드를 잃고 나니 어느덧 평균 이하의 칩으로 내려 앉았습니다. 그러던 중 딜러 버튼에서 JsTs 핸드를 들고 올인했지만 블라인드에서 KK을 들고 있던 선수에게 모든 칩을 내주고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한 번만 더 참을 걸' 하는 후회도 들었지만 첫 입상에 성공한 뒤의 탈락이었기에 아쉬움은 덜 했습니다.

모든 칩을 잃은 뒤 주최측에 안내에 따라 상금을 수령했습니다. 여러 차례 확인 과정을 거친 끝에 480 달러를 받았는데 참가비(Buy-in) 300 달러를 빼고 나면 180 달러로 우리 돈으로 치면 25만 원 가량 되는 크지 않은 금액입니다. 포커 토너먼트의 경우 순위가 위로 올라갈수록 상금이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에 간신히 머니-인을 하는 정도로는 큰 돈을 벌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리바이(Re-buy) 혹은 리엔트리(Re-entry)라도 한 경우에는 오히려 적자가 날 수도 있쬬.

기자는 '글래디에이터' 데이1 플라이트D에서 1222위(종합 순위는 2988위)로 입상했다.
기자는 '글래디에이터' 데이1 플라이트D에서 1222위(종합 순위는 2988위)로 입상했다.
상금을 받는 과정에서 순위표를 받았는데 순위가 1222위였습니다. e스포츠 팬, 포커 팬이라면 누군가가 생각나는 숫자인데요. 다음 코너에서는 최근 엄청난 기세로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는 그 선수를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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