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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5주년 탐방] WSOP를 가다①: 포커대회 상금도 뽑기로 준다고?

데일리게임이 창간 15주년을 맞아 특별한 기획기사를 준비했습니다. 포커 스포츠가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고 국내서도 열기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포커대회 입상 경력이 있는 데일리게임 기자가 세계 최대 포커대회인 '월드시리즈 오브 포커(WSOP)'에 직접 참가한 경험담을 여러분들께 생생하게 전달해드릴 예정입니다. < 편집자주 >

'2023 WSOP'가 열리고 있는 라스베이거스 호스슈 호텔.
'2023 WSOP'가 열리고 있는 라스베이거스 호스슈 호텔.
포커대회는 한 시리즈의 일정 기간 동안 여러 개의 대회가 매일 개최되는 형태로 열립니다. 일반적으로 가장 보장 상금 규모가 큰 메인 이벤트가 시리즈 후반부에 열리고 시리즈 개막을 알리는 오프닝 토너먼트의 경우 바이인(Buy-in, 대회 참가비)이 낮으면서도 그에 비해 보장 상금 규모가 큰 대회가 배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대회에 참가하게 하려는 주최측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죠.

◆'2023 WOSP' 초반부 최고 화제 모은 대회는 '미스터리 바운티'

파리스 호텔 컨퍼런스룸에 마련된 'WSOP' 경기장.
파리스 호텔 컨퍼런스룸에 마련된 'WSOP' 경기장.
올해 5월30일부터 7월18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 호스슈 호텔과 파리스 호텔에서 열리는 '2023 제54회 월드시리즈 오브 포커(이하 2023 WSOP)'의 사실상의 오프닝 이벤트는 '1000달러 미스터리 바운티 노-리미트 홀덤(이하 미스터리 바운티)' 종목이었습니다.

'미스터리 바운티'는 '2023 WSOP'에서 3번째로 개최됐지만 앞서 열린 대회가 카지노 종사자 대상 종목과 참가비 2만5000 달러의 '하이롤러' 종목임을 감안하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사실상의 오프닝 대회는 '미스터리 바운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위 입상자에게 100만 달러 보장…'뽑기 바운티'로 100만 달러 준다고?

'미스터리 바운티'는 1000 달러(한화 약 130만 원)라는 비교적 낮은 참가비에도 불구하고 1위 입상자에게 100만 달러(한화 약 13억 원)이라는 높은 상금을 보장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닙니다. 입상 상금 외에 바운티(현상금 혹은 포상금) 최고 상금으로 1위 입상 상금과 동일한 100만 달러(한화 약 1억3000만 원)가 책정된 것이죠.

바운티(헤드헌터(현상금 사냥꾼), KO(녹아웃) 등으로도 불림) 방식의 토너먼트는 한 참가자를 탈락시킬 때마다 상대에게 일정 금액(참가비의 4분의 1 안팎)을 바로 지급하는 방식인데요. 포커대회 초반부를 보다 활기차게 진행시키기 위해 고안된 방식입니다.

일반적인 포커대회는 대략 10-15%의 참가자에게만 상금이 주어지기 때문에 머니인(ITM: In The Money, 상금 입상권)까지 짧게는 반나절, 길게는 수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바운티 방식은 당장 토너먼트 시작 첫 핸드에서 상대를 탈락시킬 경우 바로 일부 상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초반부터 활발한 베팅과 올인(All-in: 모든 칩을 거는 베팅 행위)이 난무합니다. '바운티' 대회를 선호하는 포커 플레이어들은 일반적인 구조의 대회를 지루하게 여기기도 합니다.

◆바운티 헌터와 뽑기의 절묘한 결합! '미스터리 바운티'

다시 '미스터리 바운티'로 돌아가보죠. 이번 '2023 WSOP 미스터리 바운티'에서 바운티 최고 금액은 100만 달러입니다. 얼핏 들어보면 대회에 참가해 운 좋게 초반부에 한 명을 탈락시키기만 하면 100만 달러를 뽑기로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요. 대회 진행 방식을 자세히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바운티 상금은 입상 상금보다 적게 책정되기 때문에 대회 주최측에서는 데이1(Day1, 대회 첫째 날)에 상대를 탈락시킨 이들에게는 바운티 뽑기(?)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첫 날을 통과하고 데이2에 진출한 이들만이 최고 100만 달러의 현상금이 걸린 뽑기에 참여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러니까 대회에 참가해 적어도 하루를 생존해야 하고, 데이2에서도 한 명 이상을 탈락시켜야만 단숨에 백만장자가 될 수 있는 기회(비록 낮은 확률이지만)를 얻을 수 있는 것이죠. 지난해에는 미국 현지 유명 프로 선수인 맷 글랜츠가 100만 달러 바운티의 주인공이 돼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행운의 100만 달러 바운티 주인공은?

100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바운티 상금을 획득한 샨트 마라시얀(사진 출처=WSOP 공식 사이트).
100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바운티 상금을 획득한 샨트 마라시얀(사진 출처=WSOP 공식 사이트).
이번 대회 바운티 상금은 2만5000 달러부터 시작해 5만 달러, 10만 달러, 25만 달러, 50만 달러, 100만 달러까지 다양하게 마련됐는데요. 올해 'WSOP 미스터리 바운티' 대회에서 행운의 100만 달러 바운티를 획득한 선수는 샨트 마라시얀(Shant MarashLian)과 패트릭 리양 두 명이었습니다. 특히 샨트 마라시얀의 경우 데이2 초반부에 첫 추첨에서 100만 달러를 확보해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샀습니다.

'미스터리 바운티' 우승자 타일러 브라운(사진 출처=WSOP 공식 사이트).
'미스터리 바운티' 우승자 타일러 브라운(사진 출처=WSOP 공식 사이트).
미국의 타일러 브라운은 '미스터리 바운티' 최종 1위에 올라 자신의 실력만으로 당당히 100만 달러 상금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대회 최종 결승전이라 할 수 있는 파이널 테이블 진출자 중 8위로 탈락한 선수의 상금이 12만1683 달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운 좋은 선수가 실력 좋은 선수보다 더 많은 상금을 가져가는 구조라고 불평을 갖는 이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대회서 7위를 기록해 15만4940 달러를 확보한 미국의 유명 포커 프로 댄 샤크는 미스터리 바운티에서 10만 달러를 가져가며 입상 상금 못지 않은 금액을 더했습니다. 역시 유명 포커 프로인 에릭 볼드윈은 102위로 대회를 마쳐 7380 달러의 입상 상금을 받았는데요. 미스터리 바운티 상금 25만 달러를 가져가 파이널 테이블 진출자 부럽지 않은 금액을 벌어들였습니다.

◆이기자의 'WSOP' 데뷔전 결과는?

기자는 과거 아시아 지역 포커대회에 참가해 입상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또한 라스베이거스에서도 포커대회에 참여해 입상했던 경험이 있지만 'WSOP'는 영상으로만 접했을 뿐 참가할 기회를 갖지 못했는데요. 데일리게임 15주년 창간 기획기사 취재 겸 개인적인 인생 버킷리스트 실현을 위해 '2023 WSOP'에 참가하게 됐고, '미스터리 바운티'가 첫 참가 대회였습니다.

기자의 'WSOP' 데뷔전이었던 '미스터리 바운티' 스타팅 칩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모두 사라졌다.
기자의 'WSOP' 데뷔전이었던 '미스터리 바운티' 스타팅 칩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모두 사라졌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처참한 실패였습니다. 초반부터 아무런 플레이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레벨2에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레벨은 토너먼트 진행 과정에서 블라인드가 상승하는 구간을 말하는데 주로 20-30분 간격으로 변합니다. 그러니까 결국 거창한 꿈을 품고 참가한 기자의 'WSOP' 데뷔전은 고작 한 시간을 넘기지 못했다는 이야기죠.

그래도 '마스터'로 불리는 멘 윈, 가장 포커 실력이 떨어지는 '2006 WSOP' 메인 이벤트 우승자 제미이 골드 등 유명 포커 플레이어들을 경기장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어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경기장인 호스슈 호텔 컨퍼런스룸에는 역대 'WSOP' 메인 이벤트 우승자와 역대 올해의 선수(POY: Player of the Year)들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는데요. 사진에 있는 선수를 경기장에서, 혹은 같은 테이블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도 'WSOP'의 특별한 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포커 레전드 중 한 명인 '마스터' 멘 윈이 기념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포커 레전드 중 한 명인 '마스터' 멘 윈이 기념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첫 대회 조기 탈락은 너무나도 아쉬운 결과였습니다. 사실 이번 기획기사 취재를 앞두고 기자는 깊은 고민에 빠진 바 있습니다. 15주년 기획을 위한 참신한 아이템을 고민하다 'WSOP 탐방' 기획을 냈고, 회사에서 OK 사인이 떨어졌지만 단순히 대회에 참가하기만 한다고 재미있는 기획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WSOP'에서 기자가 계속 '광탈'만 하고 아무런 성과 없이 돌아오게 된다면 기획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첫 참가 대회인 '미스터리 바운티'가 딱 그렇게 끝나버린 것이죠.

다음 대회에서는 꼭 제대로 플레이하겠다는 다짐과 기자는 대회장을 떠나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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