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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묵직한 액션과 방대한 모험, '붉은사막'의 압도적 존재감

붉은 사막으로 가는 길은 다양한 모험과 수수께기, 고대의 비밀들로 가득하다.
붉은 사막으로 가는 길은 다양한 모험과 수수께기, 고대의 비밀들로 가득하다.
지난 2019년, 지스타 펄어비스 부스에 글로벌 이용자의 눈이 쏠렸다. '검은사막'의 뒤를 잇는 후속 MMORPG '붉은사막'이 정식으로 소개됐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높은 자유도와 경제 시스템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은 게임의 정식 후속작인 만큼, 이 게임이 보여줄 새로운 모험과 그래픽에 많은 기대를 걸었다.

여느 대작(AAA급)처럼 '붉은사막' 개발 과정은 험난했다. 게임의 특징과 성격을 반영해 액션 어드벤처로 장르를 선회하는 큰 결단을 내렸다. 여기에 완성도를 보강하기 위한 결단으로 출시일을 미루며 약 7년에 가까운 시간을 한 타이틀에 쏟았다. 당시 개발 중인 버전은 게임스컴과 더 게임 어워드(TGA) 등 글로벌 게임쇼에서 실제 플레이 영상과 체험 버전으로 공개됐고, 새로운 요소들이 나올 때마다 글로벌 이용자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어비스는 클리프에게 어떤 시련을 주게 될까.
어비스는 클리프에게 어떤 시련을 주게 될까.
지난 2023년 게임스컴에서 공개된 대규모 전투와 오픈월드 상호작용 영상은 글로벌 커뮤니티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출시를 앞둔 지금도 새로운 탐험 요소와 액션이 공개될 때마다 화제에 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플레이해 본 '붉은사막'은 글로벌 이용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게임일까? 답은 '그렇다'이다.

◆ 진일보한 그래픽으로 즐기는 탐험의 재미
그래픽 완성도는 물론 각종 오브젝트를 보여주는 방법까지 미쟝센에 신경 쓴 느낌이다.
그래픽 완성도는 물론 각종 오브젝트를 보여주는 방법까지 미쟝센에 신경 쓴 느낌이다.
직접 플레이 해 본 ‘붉은사막’은 전작 ‘검은사막’에서 쌓아온 기술력을 한 단계 위로 끌어올린 결과물처럼 느껴졌다. 원형 인터페이스(UI)를 조작하는 체계, 시원시원한 액션, 작은 부분까지 디테일로 채워 넣은 시각적인 만족감까지 '검은사막'을 처음 플레이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붉은사막'만의 강점도 있다. 높은 곳에서 먼 전경을 살펴보는 재미는 단순한 구경을 넘어 탐험의 욕구를 자극하는 핵심 요소이자 볼거리를 제공하는 콘텐츠다. 시야 거리가 먼 곳까지 또렷하게 구현하면서도 안정적인 구동 환경을 보여주는 최적화 수준도 인상적이다.

어두운 지역에서 횃불, 랜턴 등의 광원 표현도 볼 거리 중 하나다.
어두운 지역에서 횃불, 랜턴 등의 광원 표현도 볼 거리 중 하나다.
기술적인 완성도 면에서 완벽한 것은 아니다.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을 바라볼 때, 전체적으로 흐린 날씨 상황에서는 입체감이 약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라이팅 효과나 랜턴 광원이 좁고 어두운 곳을 비출 때의 표현력은 글로벌 대작들 사이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수준급이며, 말의 근육 움직임이나 털의 질감 묘사는 일종의 집착을 느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캐릭터 모델링 역시 사실적이다. 주인공 클리프와 함께하는 회색갈기단 등 주역 캐릭터의 외형은 사실적이면서, 디테일한 부분까지 숨김없이 보여준다. 마을을 걷다 보면 영주를 욕하거나 고단한 삶을 푸념하는 NPC들의 생생한 목소리도 가상에 세계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 단순함을 넘어선 역동성, 이용자가 완성하는 전투의 자유도
강대한 적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생활 콘텐츠를 통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게 좋다.
강대한 적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생활 콘텐츠를 통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게 좋다.
'붉은사막'의 핵심 중 하나는 역동적인 액션 시스템이다. 먼저, 전투는 기존 오픈월드 게임들이 액션을 지나치게 축약하거나 마법을 단일 공격 수단으로 쓰는 등 전투 시스템이 단순했던 것과 비교된다. ‘붉은사막’의 전투는 배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연계하고, 소울류 게임처럼 적의 공격을 방패로 쳐내는 패링이나 정확한 타이밍의 회피 등 정교한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연계된다.

전투 상황에서 이용자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다양하다. 약 공격으로 적을 상대하다가도 많은 적에게 둘러싸이면 잡기로 적을 밀쳐내거나 발차기로 거리를 벌리는 등 상황에 맞는 대처가 가능하다. 이를 자유롭게 조합해 자신만의 전투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붉은사막’이 액션 측면에서 보여주는 진정한 자유도라 할 수 있다.

주인공 만큼이나 다양하고 강렬한 기술을 쓰는 강적이 등장한다. 일부 기술은 관찰(막기)을 통해 훔쳐 배울 수 있다.
주인공 만큼이나 다양하고 강렬한 기술을 쓰는 강적이 등장한다. 일부 기술은 관찰(막기)을 통해 훔쳐 배울 수 있다.
플레이 중 획득하는 ‘어비스 아티팩트’는 이러한 스킬 습득과 스테이터스 확장의 핵심 열쇠가 된다. 실제로 프로레슬링 기술인 자이언트 스윙이나 락바텀을 초반부터 배울 수 있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단, 한 기술에 집중 투자하면 쓰이는 재료가 많아지고, 진행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을 배울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으니 여유분을 가지고 투자하길 권한다.

이밖에 초반에 배우는 비행 기술(까마귀 날개)이나 거친 절벽, 거대한 성벽 등을 자유롭게 오르내리는 파쿠르 요소도 즐길 거리다. 말을 타고 이동하다가 높은 절벽에서 점프하고, 말을 박차고 비상해 까마귀로 변신해서 넓고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 것은 꼭 해보길 추천하고 싶다. 이는 먼 거리까지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펄어비스의 자체 엔진 '블랙스페이스'의 강점으로 꼽고 싶다.

◆ 탐험과 성장의 묘미, 개성이 살아있는 오픈월드
광대한 필드 여러 지역에는 비밀과 세력 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
광대한 필드 여러 지역에는 비밀과 세력 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
‘붉은사막’의 핵심인 탐험 지역은 기존 오픈월드 장르의 문법과 비슷하면서도 독창적인 요소들을 품고 있다. 직접 플레이하며 느낀 파이웰 대륙의 구성은 서구권에서 제작된 어드벤처 혹은 RPG보다는 탐험에 집중하는 장르인 '메트로배니아'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단순히 넓은 지도를 채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처음에는 풀 수 없던 퍼즐이나 접근 불가능했던 지역이 클리프와 동료들의 기술, 혹은 특정 아이템을 얻은 뒤에야 비로소 해금되는 구조를 취했기 때문이다.

이는 이용자로 하여금 지나온 길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며 탐험에 깊이를 부여한다. 월드맵은 비밀이 잠든 위치만 간략히 제시할 뿐 구체적인 해법은 오롯이 이용자의 몫으로 남겨둬 고민하는 재미를 살렸다.

방문하는 마을마다 수배범 잡기 퀘스트는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구현되어 있어 좋은 돈벌이 수단이 된다.
방문하는 마을마다 수배범 잡기 퀘스트는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구현되어 있어 좋은 돈벌이 수단이 된다.
높은 자유도를 가진 만큼 의도치 않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성도 있다. 예를 들어 마을에서 무기를 꺼내거나 특정 구역에서 랜턴을 켜는 행위가 적대적인 것으로 간주되어 경비병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 말을 타고 질주하다가 마을의 목책을 파손하면 바로 범죄 경고가 뜨기도 한다.

'붉은사막'은 사실적인 오픈월드를 배경으로 하기에, 생활 콘텐츠의 비중도 높은 편이다. 시간에 따라 날씨,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오픈월드에서 생존하려면 체온을 올리는 따뜻한 음식이나, 따가운 햇볕을 막는 아이템을 갖춰야 한다. 따라서 이런 아이템을 얻는 활동의 중요도가 높아지게 되는 구조다. 이는 메인 퀘스트만 진행하는 것을 견제하는 일종의 장치처럼 느껴진다.

예를 들어 강력한 보스에게 도전하기 위해서는 회복 아이템인 요리를 두둑이 챙겨야 한다. 사용 시 짧은 재사용 대기시간(쿨타임)이 적용되지만, 사용 횟수 자체에는 제한이 없다. 덕분에 요리만 넉넉히 준비한다면 보스전의 체감 난이도를 대폭 낮출 수 있다.

◆ 사양의 한계를 넘는 최적화와 압도적인 콘텐츠 볼륨
'붉은사막'을 탐험하다 높은 지역을 만나면 날아보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붉은사막'을 탐험하다 높은 지역을 만나면 날아보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최적화는 합격점을 주고 싶다. 펄어비스가 제시한 울트라 권장 사양에서 CPU 성능이 다소 부족한 PC로도 FHD 기준 100프레임을 안정적으로 방어했다. 그래픽카드가 지원하는 업스케일링이나 프레임 보간 기능을 활용하면 4K 해상도에서도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대작 게임의 최적화 기준이 된 휴대용 게임 PC(UMPC) 밸브 스팀덱 지원까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압도적인 콘텐츠 볼륨은 이 게임의 숨겨진 비밀을 모두 찾을 수 있을지 걱정하게 만들 정도다. 10시간 이상 플레이해도 끊임없이 새로운 요소가 등장하고, 튜토리얼과 도움말이 나올 만큼 콘텐츠가 방대하다. 이는 단순히 양만 늘리는 생색내기가 아니라 게임 진행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는 내실 있는 콘텐츠들이란 점도 꼭 언급해야 할 부분이다.

복수의 칼을 가는 중인 클리프.
복수의 칼을 가는 중인 클리프.
다만 이용자 성향에 따라 호불호는 갈릴 수 있다. 방대한 오픈월드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플레이할지 명확한 길을 제시하지 않고, 생활과 영지(회색갈기단 운영), 좋은 방어구를 얻기 편한 공헌도 포인트 벌기 등을 진행하다 보면 복수를 다짐한 초기의 목적이 흐릿해진다. 주인공 클리프와 회색갈기단의 이야기에서 복수가 중요한 키워드인 만큼, 다소 목가적인 준비 과정에 쓰는 시간이 다소 길지 않냐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오픈월드 게임이 가지는 공통적인 단점으로, 이용자에 따라 좋고 싫음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 기대치에 부합하는 완성도, 이제 즐길 일만 남았다
주역 캐릭터 표현과 한국어 목소리 연기(CV)가 어우러져 스토리텔링 몰입도는 높은 편이다.
주역 캐릭터 표현과 한국어 목소리 연기(CV)가 어우러져 스토리텔링 몰입도는 높은 편이다.
종합하면 '붉은사막'은 잘 만든 액션 기반의 오픈월드 어드벤처 게임을 기다려온 이용자에게 확실한 재미를 보장하는 선물상자다. 이 장르에서도 핵심 주제가 명확하고, 다양한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 전투와 액션 자체의 재미만으로 볼 때 플레이할 가치가 있다. 게임스컴이나 도쿄게임쇼 전시로 가다듬은 조작 체계도 익숙해지는 데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방대한 세계를 구현한 탓에 보이는 버그나 허점이 종종 보이지만, 이는 앞으로 패치를 통해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인 만큼,'붉은사막'의 파이웰 대륙으로 모험을 떠나는 것을 주저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추운 겨울을 넘어 봄을 향하는 지금, 파이웰 대륙으로 조금 이른 휴가를 떠나보길 추천한다.

이 넓은 세상에 비밀을 파헤치는 모험이 곧 시작된다.
이 넓은 세상에 비밀을 파헤치는 모험이 곧 시작된다.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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