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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세상] 흥행의 조건

게임 개발부터 e스포츠 연구에 이르기까지 게임업계 다양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게임화연구원 석주원 소장이 '게임과 세상' 코너로 독자 여러분과 만나고자 합니다. 게임 시장과 e스포츠, 나아가 게임의 요소를 일상에 적용하는 게임화에 대한 부분까지 게임과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한국게임화연구원 석주원 소장.
한국게임화연구원 석주원 소장.
[글=한국게임화연구원 석주원 소장] 출시 당시 많은 사람들이 흥행에 실패할 것이라 예측한 게임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최신 기술로 무장한 3D 그래픽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점에, 2D 도트 그래픽으로 개발된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는 출시 전 적지 않은 혹평을 들어야 했다.

지금은 어떤가? '던전앤파이터'는 18년이 넘도록 장수하고 있을 뿐 아니라, 대기업 넥슨의 실적을 이끄는 간판 게임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던전앤파이터' 흥행 이후에는 게임성을 본 따 만들어진 '던파류' 게임들이 다수 등장하기도 했다.

게임을 만드는 기업이나 인디를 비롯한 개인 개발자들도 성공한 게임을 바라보며 후행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재미가 게임 시장에 등장해 흥행에 성공했을 때, 이를 기반으로 유사 게임이 양산되는 일은 게임 시장의 근본적인 결함이 될 수 있다.

물론 모방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시대가 원하는 게임이 있을 수 있지만 이를 제대로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발 초기에 제작자가 이상적이라 구상한 게임이 그대로 구현되지 않을 때도 있으며, 생계를 위해 게임을 만들더라도 실제로 수익을 얻기란 어렵다.

다만 방향이 올바른 것과 결과가 올바른 것은 다르다. 오늘날 조금의 독창성도 없으며, 과도한 수익 모델을 가진 게임들이 여러 형태로 이용자들에게 실망을 안기는 형국이다. 양산형 게임이 다양한 스트레스 유발 요소와 악독한 수익 모델로 본래의 재미를 가리며 원조의 재미를 퇴색시킨다.

시대가 원하고, 내가 좋아하고, 수익을 노려도 게임 흥행에는 운이 작용하기 마련이다. 설령 이에 부합한 게임을 만들었다고 할지라도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 하나의 흥행작만 있는 경우)'에 그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최근 '원 히트 원더'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기존 이용자들의 노화와 신규 이용자 유입의 감소가 데드크로스(Dead Cross)로 작용하거나, IP의 다각화에 실패해 신규 IP 구축은 물론 기존 게임들의 흥행을 이어가지 못하며 주가 하락을 겪는 등 다양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넥슨은 '원 히트 원더'와는 거리가 먼, 다양한 라인업을 갖춰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앞서 언급한 '던전앤파이터' 외에도 '메이플스토리', '서든어택', 'FC온라인' 등 쟁쟁한 PC 온라인게임을 안정적으로 서비스하고 있으며, 모바일 히트작 또한 꾸준히 배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데이브 더 다이버'를 출시, 누적 판매량 300만 장을 달성하며 패키지 게임 성공사례까지 만들었다.

'원 히트 원더'를 발판삼아 보다 크게 성장한 사례도 있다. 'GTA' 시리즈로 누적 매출 11조 원에 이르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진 락스타게임즈는 성과를 기반으로 'GTA5'를 만들어 시리즈의 재미를 유지하면서 흥행에 성공했으며, '레드 데드 리뎀션2'로 역대급 게임이라는 찬사를 받는데 성공했다.

락스타게임즈는 'GTA6'를 개발비 2조6000억 원 이상을 들여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GTA5'가 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지만 새로운 재미를 개발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흥행으로 확실하게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이전 경험에서 비롯된 자신감이 담겨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산업에서 위험을 감내한 개발진 및 투자자에게만 흥행의 과실이 돌아간다. 끝까지 버티는 인원도 있고 중도 이탈하는 경우도 있지만, 중도 이탈하는 경우에도 참여한 프로젝트가 흥행한다면 포트폴리오로 남을 수 있다.

흥행에 성공한 인력들은 새롭게 창업을 하더라도 성공의 이력이 확실하기에 어떤 형태든 각자가 원하는 도전을 하기에 유리한 고지에 선다. 이렇듯 하나의 흥행작 탄생은 다음 세대의 신작 게임에도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의 구조를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다.

작금의 시대는 다양한 재미를 향한 도전을 통해 새로운 게임적 혁신이 나타날 수 있는 시대다. 도전에는 고통과 역경이 따르겠지만 흥행작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와 시도가 새로운 흥행작의 탄생을 위한 필요 조건이 될 것이다.

글=한국게임화연구원 석주원 소장
정리=이학범 기자 (ethic95@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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