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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입질만 하는 삼성 게임사업

지난주 유니티 개발자 컨퍼런스 기자간담회에서 눈에 띄는 소식을 접했다. 삼성전자가 '삼성의 게임 플랫폼'이란 주제로 컨퍼런스 기조연설을 한다는 것이다. 유니티가 하는 '유나이트 코리아'란 컨퍼런스는 성공한 게임업체의 노하우를 듣거나 유명 개발자로부터 실무를 직접 배울 수 있는 자리. 그런 곳에 삼성이 기조연설을 한다니 일단 '왜'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유나이트 컨퍼런스는 입장료 10만원을 내야 하는 유료행사다. 앞서 '언급한대로 배울 게 있으니 돈을 내라'는 것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기조연설이다. 기조연설 강연자가 누구냐에 따라 해당 컨퍼런스의 가치가 달라진다. 유나이트는 데이비드 헬가슨 유니티 CEO가 나서서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유니티 새 버전에 대해 강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외에도 유니티 엔진을 모바일에 접목해 성공한 타 회사 개발자들도 강연자로 초빙되며 이들에게는 상당액의 강연료가 지불된다.

삼성전자 기조연설이 의아한 이유는 '이 회사가 게임사업에서 성공한 기업이냐'는 물음과 맞닿아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물음표)다. 물론 삼성전자와 게임사업은 인연이 깊다. 1980년대 가정용 게임기 '삼성 알라딘보이'를 판매했고, 1990년대는 '파이널판타지', '임진록' 등 PC 패키지게임을 유통했다. 2000년대는 이재용 현 부사장을 중심이 된 e삼성을 통해 '붉은보석', '던전앤파이터' 등을 퍼블리싱 하기도 했다. 한 때 일본 유명 퍼블리셔인 '게임온'이 성공적으로 상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삼성전자의 역할도 적지 않았다.

'붉은보석', '던전앤파이터', '게임온'을 놓고 보면 삼성전자는 게임산업에 진출한 대기업 중 성공한 몇 안 되는 사례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순이익만 30조에 달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수천억을 버는 게임사업에 별 흥미를 못 느꼈나 보다.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면서 노른자위인 '던전앤파이터' 퍼블리싱 계약을 중지했고 이후에는 게임사업에서 철수 했으니까.

그랬던 삼성전자가 다시 게임사업에 재진출 한다니 기대가 되면서도 걱정도 앞선다. 전 NHN 이사인 김규호씨를 전무로 발탁하고 게임빌과 SNS '챗온'에 모바일게임 공급계약을 맺고 CES에서 게임 콘텐츠를 공개하는 등의 행보는 게임사업에 둔 무게가 적지 않다고 느끼지는 대목이다.

걱정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실적에 따라 '없던 일'이 돼버리는 대기업 특유의 속성에 있다. 스마트폰 플랫폼으로 바뀌자 말자 삼성전자는 돈 잘 벌던 '던전앤파이터'를 결과적으로 버렸고, 이 게임을 발굴한 실무자들도 회사를 떠나게 했다. '돈 된다니 진출했다가 별볼일 없으니 철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말이다. (중국에서 대박난 '던전앤파이터'를 보면서 또, 당시 실무자들이 모여서 만든 회사서 나름 선전하는 걸 보며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다행히 이번에는 PC 온라인이나 모바일이 아닌 스마트TV 플랫폼이나 하니, 당장 실적이 없어도 버리지는 않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글로벌 경쟁력 1위인 스마트TV를 삼성 스스스로가 포기하지 않는 한, '곁다리'식으로라도 유지될 테니까.

삼성전자가 유나이트 기조연설에 나서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이 회사가 유나이트 메인 스폰서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글로벌 브랜드와 삼성 스마트TV의 성장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전세계 수천명의 유니티 엔진을 이용하는 개발자들에게 콘텐츠를 공급해 달라고 어필할 것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TV로 만드는 플랫폼은 과열된 스마트폰 플랫폼의 대안이 될 가능성은 없지 않지만 그 전에 분명히 해 둘 필요는 있다. 과연 이번 게임사업 재진출이 정말 진지하게 접근하는, 무게가 실린 사업인지를 삼성을 바라보는 게임 개발업체들에게 진지하게 확인시켜 줘야만 할 것이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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