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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다음카카오 임지훈 체제에 대한 기대와 우려

[기자석] 다음카카오 임지훈 체제에 대한 기대와 우려
다음카카오가 최세훈, 이석우 공동대표 체제에서 임지훈 단독대표 체제로 바뀌었다. 만 35살의 젊은 IT전문가를 대표로 선임한 파격적 인사다.

이번 인사에는 다음카카오의 최대주주 김범수 의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모바일시대에 젊고 감각 있는 대표에게 정체된 조직의 변화를 이끌게 하고, 더불어 현 정권과 마찰을 일으켜 온 이미지를 바꾸기 위함으로 보인다. 또한 단순한 지분관계를 떠나 다음카카오 조직을 김 의장이 완전히 장악하기 위한 의도도 있어 보인다.

DNA가 다른 다음과 카카오의 결합은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합병 1년이 지났지만 조직정비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합병 당시만 하더라도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아우를 미디어IT기업의 탄생이 예고됐지만, 정부의 견제와 조직융화에 실패하면서 갈 길을 잃은 모양새다. 그 1년 사이 영원할 것만 같았던 카카오게임 플랫폼의 입지도 많이 약화됐다.

조직융화가 힘든 까닭은 인터넷 업계에서도 유독 자존심이 강한 다음이란 조직 내 문화 때문이다. 인터넷이 범람한 시절 다음은 정제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점을 뒀다. 다른 인터넷 포털들이 트래픽 유발에 집중할 때, 다음은 양 보다 질적인 것에 치중했다. 인터넷 담론의 장을 만들어 여론을 형성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다음인’ 자긍심은 상대적으로 다른 사업으로의 진출에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다음이 여러 차례 게임사업을 진행했지만 실패했던 이유도 지나친 자긍심이 자만심으로 작용한 경우였다.

자회사지만 다음게임 인사발령이 좌천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도 있었고, 다른 분야로의 사업확장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하게 인식하지도 못했다. 가난하지만 먹고 사는 것에 무심했던 꼬장꼬장한 양반의 이미지와 다음의 이미지는 비슷하다. 수평적 조직문화 속에 상명하복 보다는 명분을 우선하던 다음문화는 긍정적인 면만큼이나 부정적인 면 또한 있었다.

임지훈 대표는 NHN 시절 김범수 의장과 함께 했고 그가 떠날 때 떠났다. 김 의장이 자신의 지분이 100%인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를 설립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대표를 맡고 있다. 김 의장은 임 대표를 앞세워 여전히 섞이지 못한 다음과 카카오를 하나로 만드는 작업을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명분 보다는 실리를 추구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고, 조직 문화 자체도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감청, 제주이탈 등을 둘러싸고 정부와 마찰을 빚어온 이미지도 상당부분 씻겨나갈 것이 분명하다. 그 동안 이석우 대표가 이러한 궂은 일을 맡았고 잘 해왔지만 특유의 강한 어조 때문에 필요 이상의 반감을 산 것도 없지 않다. 다만 이것이 다음의 ‘반골’ 기질에도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볼 문제다.

젊은 대표가 앞장서 조직을 젊게 만드는 일은 좋은 일이다. 때론 모든 조직원을 만족시키기 위한 민주적인 의사결정 보다는 대표가 앞장서 끌고 나가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다. 빠른 의사결정과 도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모바일 게임사업에서는 의사결정권자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김범수 의장도 자신이 만든 NHN이 시간이 흐르면서 올드해지고 느려진 것을 누구보다 잘 알 테니까.

김범수 의장이 뒤를 받쳐 줄 임지훈 대표 체제는 많은 변화를 빠르게 가져올 것이고, 예전보다 성과를 낼 것이다. 기대도 크다. 다만 이 과정에서 명분을 앞세워 온 다음 고유의 ‘자존심’이 모두 사라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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