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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 게임으로 기억하는 아들의 투병기 '댓 드래곤, 캔서'

수많은 게임들이 플레이되는 과정에서 여러 일들이 벌어집니다. 게임 내 시스템, 오류 혹은 이용자들이 원인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은 게임 내외를 막론한 지대한 관심을 끌기도 합니다.

해서, 당시엔 유명했으나 시간에 묻혀 점차 사라져가는 에피소드들을 되돌아보는 '게임, 이런 것도 있다 뭐', 줄여서 '게.이.머'라는 코너를 마련해 지난 이야기들을 돌아보려 합니다.

'게.이.머'의 이번 시간에 다룰 이야기는 미국의 인디게임 개발자 라이언 그린의 작품 '댓 드래곤, 캔서'인데요. 이 게임은 생후 12개월부터 고통스러운 투병을 시작한 그의 아들이 겪은 치료 과정과 그를 지켜보는 가족의 감정들을 나타내 킥스타터부터 많은 화제가 되었습니다.

[게.이.머] 게임으로 기억하는 아들의 투병기 '댓 드래곤, 캔서'

◆이제 겨우 첫 돌을 맞은 아들에게서 발견된 종양

조엘 가족의 냉장고에 장식된 조엘의 사진
조엘 가족의 냉장고에 장식된 조엘의 사진

미국에서 비디오 게임을 개발하며 가정을 꾸려온 라이언 그린은 아들 조엘이 보인 몇 가지 증상에 병원을 찾았습니다.

금방 끝날 것으로 생각했던 검사는 의사로부터 정밀 검사 필요 소견을 받아 병원을 옮겨가며 계속됐습니다. 그리고 마침에 받아든 검사 결과는 뇌종양 말기 판정. 조엘의 생후 12개월을 맞은 2010년의 어느날의 일이었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절망에 빠진 라이언이었지만 금새 정신을 차리고 아들의 치료를 위해 전력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조엘을 4개월 시한부 환자로 선고했고 어른도 버텨내기 힘든 항암치료는 매일이 고비이며 사투였습니다.

[게.이.머] 게임으로 기억하는 아들의 투병기 '댓 드래곤, 캔서'

그리고 이를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의 심정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것이었죠. 치료를 위해 일반적으로 생후 12개월의 유아에게는 행하지 않는 외과 수술, 방사선 치료까지 받았고, 이 조치들은 힘들기는 했지만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재발에 재발을 거듭해 결국 2012년 11월에는 7번 째 종양이 빠르게 커지고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해야할 것 같다는 말까지 듣게 됩니다.

◆아버지의 결단, 아들의 투병기를 기록하자

검사 결과를 통보 받는 순간
검사 결과를 통보 받는 순간

조엘을 위해 자신이 가잘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결단을 내린 라이언. 그는 조엘과 가족의 투병기를 게임으로 만들어 그를 기억할 수 있도록 하기도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댓 드래곤, 캔서'(That Dragon, Cancer)가 개발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게임은 병마와 투병하는 조엘을 드래곤과 싸우는 용사로 표현한 어드벤처 게임으로, 가족과 조엘의 즐거운 시간과 투병의 시간을 모두 게임에 그대로 구현했습니다.

[게.이.머] 게임으로 기억하는 아들의 투병기 '댓 드래곤, 캔서'

미끄럼틀을 타고 목마를 타는 조엘의 모습을 게임에서 미끄러져 이동하고 목마를 타고 적을 쫓는 식으로 표현한 것이죠. 힘겨운 병원에서의 투병 생활도 병원의 여러 항암 치료기 등을 게임 속 조엘이 이용하는 오브젝트로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게.이.머] 게임으로 기억하는 아들의 투병기 '댓 드래곤, 캔서'

미국 방송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라이언은 "아들과 병마와 싸우는 것이 정신적으로 너무나 힘들었기에 게임을 만드는 것으로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기도 했다"고 말했는데요. 그만큼 병 간호는 힘든 일이기에 이해할 수 있어 보입니다.

◆게임에 담기는 가족의 이야기

라이언은 게임 나레이션을 그와 그의 아내 에이미가 맡고 주인공인 조엘의 목소리도 녹음해, 조엘과의 기억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게.이.머] 게임으로 기억하는 아들의 투병기 '댓 드래곤, 캔서'

하지만 게임 개발에 돌입한 이후 16개월 가량이 지난 2014년 3월 조엘은 5세의 나이로 가족 곁을 떠났습니다. 슬픔도 잠시. 조엘과 가족의 이야기를 게임에 담아 내겠다는 마음으로 라이언은 게임 개발에 몰두했고 그의 개발팀 Numinous Games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데모 버전 완성 후 시간과 자금을 더 들어야 게임을 보다 완벽히 완성할 수 있겠다고 결정한 뒤, E3 게임쇼를 통해 '댓 드래곤, 캔서'의 데모버전을 공개하며 공개적으로 킥스타팅을 시작했습니다.

E3에서 게임 안에 담긴 조엘 가족의 투병기를 경험한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렸으며, 감동했습니다. 그 중에서는 게임이 전할 수 있는 감동과 휴머니즘, 스토리텔링에 대한 잠재력을 다시 보게 되었다는 이들도 있었죠. 성공적으로 킥스타팅에 성공한 라이언과 그의 개발사는 게임 완성을 위해 온 힘을 다했습니다.

[게.이.머] 게임으로 기억하는 아들의 투병기 '댓 드래곤, 캔서'

결국 조엘과의 이별 이후 1년 8개월이 지난 2016년 1월 '댓 드래곤, 캔서'가 정식으로 출시됐습니다.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았죠. 게임 플레이 자체는 제한적이고 아쉬운 면이 있지만 감동적인 스토리와 아름다운 사운드 트랙과 실제 상황 같은 음성 그리고 배경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은 없었습니다.

이 같은 영향력과 게임성을 인정받아, 2016년 12월 1일 열린 '게임 어워드 2016'에서는 '게임 포 임팩트 어워드'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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