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베테랑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가 지난 8월 30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홈 경기 1-2로 뒤진 연장 12회말 3루와 홈 사이에서 협살로 아웃되고 있다. [AP=연합뉴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00902065018098055e8e9410872233827136.jpg&nmt=26)
하지만 그리스 신화 '오딧세이'처럼 집으로 살아서 돌아오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다. 중간에서 길을 잃거나 헤매다가 ‘객사’할 확률이 높다. 야구에서 ‘협살(挾殺)’이라는 말은 바로 이런 상황을 표현한 단어이다. 좁을 '협(狹)'과 죽일 '살(殺)'이 합성된 이 말은 좁은 틈에 끼여 죽었다는 의미이다. 체육백과사전에서 협살은 야구 경기에서 비어 있는 두 베이스 사이에 주자가 갇혀 앞의 베이스로 진루하지도 못하고 뒤의 베이스로 귀루하지도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협격(挾擊)이라고도 한다. 영어로는 ‘Rundown’이라고 한다. 달리다가 멈췄다는 의미이다. 협살과는 거리감이 있는 단어이다 . 미국에서 생긴 야구 용어 ‘Rundown’이 ‘협살’로 불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1868년 메이지 유신을 성공시킨 일본 개혁파 지식인들은 미국의 야구를 받아들이며 야구의 일본화에 많은 힘을 기울였다. 일본 현대문학의 낭만주의 작가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와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등은 ‘서양의 괴물’ 베이스볼을 일본화한 단어로 만들었다. 문화적인 낭만을 담고 있으면서 운동의 성격을 잘 나타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한문으로 ‘들’을 의미하는 ‘야 (野)’와 공을 표현하는 ‘구(球)’를 합성해 ‘들에서 공을 갖고 하는 종목’이라는 뜻인 야구를 비롯해 유격수 등 많은 용어를 일본식 한자어로 만들었다. (본 코너 3회 ‘ ’야구(野球)‘는 낭만적인 문학적 표현이다’ 참조) 일부 일본 지식인들은 야구를 놀이 스포츠로 보다는 밀려드는 서양의 외세문화로 인식하기도 했다. 미국 페리제독에 의해 강제 개국한 일본은 야구 용어도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을 가정해 번역했다. 죽일 살자가 용어로 등장한 이유이기도 하다.
야구에서 협살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은 여러 가지가 있다. 주자가 진루 상황에서 욕심을 내어 너무 멀리 달렸다가 공이 베이스에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 경우, 타자가 공을 치는 것을 보고 2루 혹은 3루 주자가 베이스를 떠났으나 타구가 땅볼이 되어 베이스에 일찍 송구된 경우, 주자가 도루를 하기 위해 다음 베이스를 향해 달렸으나 타이밍이 빨라 투수가 이를 눈치채고 홈 대신 베이스로 공을 던진 경우 등이다. 협살 상황에서 주자는 대개 아웃당하기 마련이지만 야수들이 미숙하거나 주자의 주루 센스가 뛰어나 살아남는 경우도 간혹 발생한다. 또, 3루 주자가 홈으로 쇄도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 1루 주자가 의도적으로 협살에 걸리는 작전도 있다.
협살은 공격 팀에게는 치명적인 불이익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수비 팀에는 산타크로스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상황에 따라 극과 극으로 갈리는게 협살이다. 마치 양면성을 갖는 삶처럼 말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