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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지스타 VIP 개막식, 이제는 걷어낼 때다

'지스타 2025' 개막식 전경.
'지스타 2025' 개막식 전경.
올해 '지스타'가 막을 내렸다. 주최 측은 약 20만 명이 행사장을 찾았다고 발표했다. 큰 사고 없이 행사가 마무리된 점은 다행이지만, 매년 반복되는 개막식 의전 문화만큼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행사 초반에는 대통령 참석 가능성이 거론되며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국가 최고 지도자가 '지스타'를 찾는다면 게임산업의 상징적 장면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참여하지 않게 된 지금 돌아보면, 과연 그것이 행사 운영 측면에서 긍정적이었을지 되묻게 된다. 이미 개막식이 '정치인의 무대'라는 인상을 강하게 남겨온 만큼, 정치적 비중이 더해질 경우 행사 자체가 오히려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막식은 20년 넘게 큰 틀에서 달라지지 않았다. 주관 부처 장관이 중앙에 서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조직위원장과 지자체장이 대표로 나설 뿐, 기본적인 구성은 동일하다. 올해 역시 10명 넘는 VIP가 무대에 섰고, 이어진 전시장 순시 동안 일반 관람객들은 입장을 기다려야 했다. 매년 반복되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 구조가 행사 본질과 충돌한다는 데 있다. 게임쇼의 중심은 게이머와 개발자다. 그러나 '지스타'의 개막식은 어느 순간부터 그들의 경험보다 '의전'을 우선하는 행사로 굳어졌다. 관람객 입장 대기, 동선 통제, 행사 흐름 중단 등이 매년 되풀이되지만 개선은 더디다. 이런 상황에서 최고위급 인사가 개막식에 참여한다면 운영 부담은 더 커졌을 가능성이 높다.

'지스타'는 출범 당시 정부가 관제 행사 성격으로 운영했지만, 현재는 민간 중심으로 기획·운영되는 구조다. 국고가 직접 투입되는 행사도 아니다. 그렇다면 개막을 알리는 역할은 조직위원장과 참가 기업 대표가 간단히 수행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럼에도 정치인과 기관장이 매년 전면에 나서는 관행이 지속되는 것은, 행사 본질과 무관한 '관례'에 가깝다. 선거 국면마다 개막식에 얼굴을 비추려는 정치인이 늘어나는 상황은 이러한 문제점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해외 주요 게임쇼를 보면 대비가 뚜렷하다. '게임스컴', '도쿄게임쇼', 'PAX' 등은 모두 정치인을 전면에 세우는 개막식을 운영하지 않는다. 오프닝 메시지가 있더라도 주최 측이 간단히 행사 개시를 선언하고 바로 관람 프로그램으로 넘어간다. 이용자 경험을 해치지 않는 것이 원칙인 셈이다. '지스타'의 VIP 개막식은 국제적 기준에서 매우 예외적인 방식이며, 행사 정체성을 흐리는 요소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치권의 참여 자체가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실제로 올해 일부 인사들은 일정표에 이름을 올리기보다 행사장을 직접 찾고, 개발자·이용자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관람객 동선을 막지 않고, 다른 이들과 동일한 조건으로 전시장을 둘러본다면 누구에게도 불편을 주지 않는다. 이런 방식의 참여가 오히려 산업을 이해하는 데 훨씬 실효적이다.

'지스타' VIP 개막식은 더 이상 행사 가치에 기여하지 못한다. 오히려 이용자 경험을 제약하고, 산업 전시회 본질을 흐리는 가장 분명한 장벽이 되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한다면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제는 개막식 의전을 과감히 내려놓고, 게임쇼의 주인공에게 무대를 돌려줄 때다.

곽경배 편집국장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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