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슨의 간판 IP 중 하나인 '마비노기' 또한 20년 넘게 서비스되고 있다. 게임이 오래 인기를 얻는 건 좋은 일이지만 해당 게임 개발자들에게는 더 오래 이어가야 한다는 압박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특히나 시나리오 담당이라면 매번 업데이트마다 신선한 이야기를 이용자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진다. 오랜 기간 이어진 게임의 기존 스토리와 잘 어울리면서 말이다.
넥슨 '마비노기' 콘텐츠유닛에서 시나리오를 담당하고 있는 천유진 사원은 26일 경기도 성남시 넥슨 사옥에서 열린 '2025 NDC'에서 ''마비노기' 20년간의 스토리 그 다음을 쓰는 법'을 주제로 장수 게임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주기 위한 자신의 노력을 소개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한 차례 실패를 경험한 천유진 사원은 G27 메인 스트림 업데이트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기존에 하지 않은 것만 하려 하지 않았다. 새로운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재미를 우선시하려 했다. 이용자들이 게임을 너무 잘 알고 있어 뒤따르는 난제나 게임을 장기간 서비스했기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어려운 점들을 반대로 공략하려 했다.
천 사원은 "이용자들의 세계관 이해도가 높아 변화를 주기 어렵고, 오랜 서비스로 인해 새로움을 줄 수 있는 반전 소재가 고갈됐다. 서비스가 이어질수록 주인공의 능력이 점점 강해져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러면 강력한 적이 등장한다고 해도 긴장감을 주기 어렵다"며 "처절한 고난 끝에 이런 어려움을 역으로 이용하려 했다. G27에서는 '다르게'라는 생각을 버리고 달성해야 하는 기획 의도를 먼저 생각했다. 그리고 이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방법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천유진 사원이 G27 업데이트에서 이용자들의 높은 게임 세계관의 이해도를 공략한 포인트는 중심 캐릭터로 등장하는 '페타크'다. '페타크'는 '발레스' 지역 출신인데 스스로 "따뜻한 곳에서 왔다"고 말한다. 사실 '발레스'는 추운 지역으로 알려진 곳. 게임을 오래 즐긴 이용자들은 바로 이질감을 느끼고 물음표를 띄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천 사원은 "G10 스토리에 '발레스'가 고대 전쟁 후 신의 저주로 급격히 추워진 지역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고대 전쟁 이전에는 따뜻했다는 이야기로, '페타크'가 고대 이전의 인물이라면 전체 세계관과 들어맞는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세계관에 익숙한 이용자들에게도 보다 신선하게 접근하면서 기존 세계관과도 어긋나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G27 스토리의 핵심은 오래 전에 이미 죽은 인물들이 신의 힘을 얻어 강력해지고, 이미 막강한 주인공(플레이어)에게 도전한다는 설정이다. 익히 알려진 세계관을 살짝 비틀어 게임을 정말 디테일하게 알지 못하는 이용자들이 의문 부호를 떠올리게 하고, 이를 느낌표로 바꾸는 과정인 것이다. 여기에 캐릭터들의 내면 묘사와 눈물나는 사랑 이야기까지 더해져 G27 스토리는 이용자들의 공감을 샀다.
세션 서두에 천 사원은 장수 게임의 업데이트 과정에 대해 "많은 바독돌이 이미 두어진 바둑판에 '신의 한 수'를 두는 일"이라고 비유했다. 돌을 둘 공간이 많지 않은데 그 좁은 틈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건데 결국 정말 어렵다는 이야기다.
천 사원은 G27을 통해 "'신의 한 수'를 두는 데 성공한 것 같다. 첫 퀘스트 클리어 이용자 중 끝까지 클리어한 이용자 비중이 80%에 달했다"고 기뻐하면서도 "문제는 다음 업데이트를 통해 또 다른 묘수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다음 업데이트를 걱정했다.
매번 업데이트마다 새로운 재미를 주기 위한 고민을 이어가야 하는 것은 온라인게임 개발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의 숙명일 수밖에 없다. 특히 서비스 기간이 긴 게임이라면 그만큼 이용자 기대치도 높을 수밖에 없어 더욱 어려울 수 있다. 점점 채워지는 바둑판 위에 매번 '신의 한 수'를 두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이들의 노력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