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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영 이오리스 사장

틀린그림찿기 게임 ‘히든 캐치’ 시리즈로 유명한 이오리스(www.eorith.co.kr)의 전주영 사장은 흔히 블랙 마켓으로 불리는 국내 아케이드게임 시장에서 업계 최초로 코스닥 등록을 성공시켜 변화의 물꼬를 튼 인물이다.

사실 전 사장이 게임 사업을 하게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당초 전 사장은 학창 시절 유통과 물류 사업에 뜻을 두고 일본 유학을 떠났으나, 집안에서 시작했던 아케이드게임 유통 사업을 돕기 위해 학업을 포기하고 돌아왔다.

97년 이오리스의 모체인 금강공업(게임기 유통)에 입사하면서 게임과 인연을 맺게 됐으며, 금강공업의 개발사로 있던 이오리스로 자리를 옮겨 지금에 이르렀다. 유통과 물류를 배웠던 전 사장이 게임 업계에 뛰어들면서 가장 먼저 겪었던 고충도 게임기 유통이었다.

90년대 후반까지도 국내 아케이드게임 유통은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었다. 히트작에 의존한 끼워 팔기가 일반화돼 있었으며, 유통 전략이나 마케팅이라는 것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게다가 전 사장이 이오리스를 맡게될 때만해도 국내 아케이드 게임시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부정적 것 일색이었다. 아케이드게임이라하면 오락실을 떠 올렸고, 오락실은 청소년에게 유해한 공간으로 인식돼 게임 분야는 산업으로서 인정받지 못하던 때였다.

열악한 상황에서 이오리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업체와 달리 제품 개발 초기부터 마케팅 전략에 입각해 게임을 개발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전 사장은 마케팅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것은 기술력이라는 신념을 갖고 연구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진행했다.

회사 내에 부설 기술 연구소를 설립, 10여명의 연구원을 채용해 하드웨어 기술 축적과 일체형 게임 머신 연구, 차세대 게임 보드 개발을 추진해 왔으며, 지난해에는 선진 기술 습득일환으로 일본 아케이드게임의 명가 SNK로부터 대전 액션 게임 ‘킹오브파이터의 개발·제조·판매 라이센스를 취득 했다.

일본의 기술과 게임기를 도입한다는 일부의 비판도 있었지만, 전 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일본 게임기를 베껴서 장사를 하느니 정식으로 기술을 수입하고, 이를 통해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쪽이 빠르고 떳떳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전 사장은 “국내의 게임 개발력으로는 세계 시장 진출에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기술력 향상과 해외 진출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선진 기술을 도입하는 게 최선이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게임 분야에선 일본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오리스도 SNK의 기술을 흡수하면서 최소 2년의 기술 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같은 발상의 전환은 곧 회사의 매출 증대로 이어 졌다. 98년까지만해도 매출 27억원에 불과했던 이 회사는 이듬해 100% 성장한 55억원 매출을 달성했고, 지난해엔 110억원 매출을 달성해 2년 연속 100% 성장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오리스의 대표작 ‘히든캐치’ 시리즈만 해도 3년 동안 총 2만대 판매를 달성했다. 1만5000개로 추산되고 있는 국내 게임장에 최소 한두대 씩은 이 게임기가 설치 돼 있다는 의미다.

아케이드게임 업체 최초로 코스닥에 등록한 것도 이같은 성과가 뒷받침됐다. 전 사장은 이제 코스닥시장으로부터 유입된 자금을 기반으로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해 올해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2월에 퍼즐형 기판게임을 시작으로 3월에는 경품게임을 선보이고, 5월에는 싱글로케이션(게임장 이외 상가에 게임기를 설치·운영하는 것)용 게임기를 2종 출시할 계획이다. 7월에는 1년여를 넘게 연구한 야심작을, 9월에는 겜블링 시장을 겨냥한 성인용 게임을 각각 내 놓을 방침이다.

다작의 타이틀을 저가로 공급해 아케이드게임 시장의 주 고객인 게임장들과 윈윈전략을 구사하는 한편, DDR 이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성인용게임 시장을 개척할 방침인 것이다. 이를 통해 올해 230억원 매출을 달성하고, 내년부터는 내수 기반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겠다는 복안이다.

전 사장은 “지금까지 국내 아케이드게임 시장은 일본의 게임 개발 스케줄에 종속돼 온 탓에 자생력이 부족했으며,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국산 게임기가 전무한 가운데 댄스게임기 열풍의 후유증으로 시장의 구매력이 낮아진 상태”라며 “게임장 업주들의 지속적인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저가의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제품 개발이 필요한 시기”라고 주장한다.

또 “현재 국내 아케이드게임 개발 업체들의 탈출구는 성인용 게임으로 분류되는 ‘겜블링’과 신규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는 ‘싱글로케이션’ 시장에 있다. 정부서도 긍정적으로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이 시장에 대비하는 것이 성패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청소년 대상 게임 위주로 제품을 만들어 오던 시대는 이제 막을 내리고 있다는 게 전 사장의 생각이다. 청소년 게임 위주로는 수요 확대에 한계가 있으며,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도 없을뿐더러 게임 창작에도 제한이 따른다는 것이다.

또한 1만5000여개에 달하는 게임장 업주들도 성인게임물 취급이 허가돼야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개발사들이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토양이 형성된다.

이오리스는 올해 신규 시장 대응에 주력해 내수 기반을 다지고, 내년부터는 유럽 시장을 타깃으로 수출에 주력할 계획이다. 우선은 SNK로부터 개발권을 인수한 대전액션 게임 ‘킹오브파이터’의 인지도를 활용해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이후 독자 개발한 제품들을 선보일 방침이다.

전 사장은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이번 기회에 일본에서 개발되지 못했던 아이템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오리스는 동양적이고 한국적인 부분에 제품 개발 컨셉을 맞추고 있으며, 게임장 및 게임기별 수익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해 과학적인 마케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이오리스는 ‘킹오브파이터’를 온라인게임과 PC용·가정용 게임으로 개발하고 음반 사업에도 진출, 게임을 핵심 테마로하는 토털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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