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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게임 훌리건 엔빠와 블빠는 전쟁중

이름도 생소한 엔빠와 블빠는 엔씨소프트와 블리자드 극성팬을 지칭하는 인터넷 용어다. 영국 리버풀과 웨스트햄 훌리건들처럼 이들은 만나기만 하면 자신이 열광하는 게임회사에 대한 찬사와 상대에 대한 비난으로 인터넷을 후끈 달군다. 양사 게임에 대한 건전한 비교에서 시작됐을 이 논쟁들은 이제는 서로를 국수주의자와 사대주의자로 단정하는 사태로까지 확대 비약됐다. 두 회사가 만든 커뮤니티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서로를 테러(?)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오히려 상대가 시비를 안 걸면 의아해 할 정도로 일상이 됐다. 매일같이 반복되는엔빠와 블빠의 논쟁, 그 시작과 핵심사안들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참고: 글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인터넷 용어가 종종 등장하는 것을 양해 바랍니다)

◆ 그 시작은 '리니지'와 외산게임이었다

싸움에도 선제공격(흔한 말로 '선빵')이 있듯 이 논쟁도 시작은 있었다. '리니지'가 국내 게임시장을 독점했던 2000년대 초, '다크에이지오브카멜롯'과 '울티마온라인'을 경험한 게이머들이 '리니지' 이용자들에게 자신들이 하는 게임들의 장점을 이야기하며 스스로 이용자 확보에 나서면서 사태는 촉발됐다. 이들은 '리니지' 시스템과 너무나 다른 게임을 만났고 재미를 느꼈지만, 국내 사용자가 적어 제대로된 재미를 느낄 수 없던 터였다.

여기에는 외산 게임을 선호하는 게이머들의 순수한 마음도 담겨 있었다. 자신들도 '리니지'를 좋아했던 유저지만, (그들이 판단하기에는) 그보다 더 재미있는 게임이 있다는 것을 알고 늘리 퍼뜨리고 싶었던 소박한 욕심이 났던 것이다. 시장을 장악한 엔씨소프트의 운영 정책에 대한 비판과 함께 엔씨소프트의 독주를 막기 위한 견재책도 마련하자고 주장하는 등 초기에는 건전성을 이어갔다.

하지만 대세는 이미 '리니지'로 기운 상황에서, 이들은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리니지' 게임성에 대한 비난를 하기도 했다. "마우스 클릭질만 하는 게임이 뭐가 재밌냐"며 "컨트롤이 살아있는 이들 게임을 하자"고 상대를 자극했으나 다수를 차지한 '리니지' 게이머들 "왠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이냐"며 이를 가볍게 무시했다.

엔씨소프트는 이후에도 '리니지2'를 공개하며 '리니지'의 아성을 이어나갔고, 외산 게임을 선호하는 게이머들은 나름 파티사냥과 레이드 개념이 추가된 '리니지2' 팬들에게 자신들이 좋아하는 외산 게임들의 장점을 내세우기에는 부족함을 느꼈다.

시작은 시작이었으나, 너무나 싱겁게 끝나버린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계속될 줄 알았다. 블리자드가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와우, WOW)'를 내놓기 전까지 말이다.



◆ 2라운드, '와우'로 반격이 시작되다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와 '디아블로' 시리즈로 국내에 막대한 팬을 보유하고 있던 블리자드가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와우)'라는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 하면서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외산게임 팬들은 '와우' 앞에 '헤쳐 모여!'해 제대로 된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만큼 '와우'는 국내 시장 판도를 한 번에 바꿔버릴 만큼의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엔빠와 블빠(보다 정확히는 와빠)라는 용어가 생겨난 것은 이때부터다.

엔씨소프트 팬들은 예전처럼 외산게임 팬들을 숫적으로 무시할 순 없게 됐다. 단숨에 세를 규합한 블빠들은 '와우'의 장점을 설파(?)하며 세를 확장해 나갔다. '리니지2'로 리니지식 개인 플레이 보다 파티와 레이드 등 협동 플레이의 재미를 알게 된 이용자들 상당수가 '와우'로 넘어가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와우'의 국내 성공이 '리니지2'에 기반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와우' 이전에 모든 외산게임들이 플레이 방식이 달라 국내에서 참패를 할 수 밖에 없었지만, '리니지2'과 동·서양 게임문화를 차이를 좁히는 가교 역할을 함으로써 '와우'의 진입장벽을 낮췄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 블리자드와 엔씨소프트도 서로를 비난하는 광고로 상대를 자극했다는 점이다. 블리자드는 "언제까지 개미나 잡고 있을 것이냐? 보다 넓은 세상 '와우'로 오라"고 했고, 엔씨소프트는 "스타와 디아2로 몸풀기 했으니, 길드워 하면서 이들 게임은 지워라"고 맞섰다.

어쨌든 '와우' 등장으로 블리자드 팬들의 입김은 쎄졌고, 엔씨소프트 팬들은 맞서기 보다는 외면하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 3라운드, '아이온'으로 힘의 균형 되찾아

'와우'가 영원히 지배할 것만 같았던 시장도 엔씨소프트가 '아이온'을 공개하면서 급변했다. '아이온'은 등장과 함께 '와우'를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단기간 상용서비스로 전환했음에도 인기는 사그라들 줄 몰랐다.

엔씨소프트 팬들도 더 이상 침묵하지 않았다. '와우'의 장점을 한국식 풍토에 맞춰 발전한 게임이 '아이온'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일단 '아이온'은 국내 게이머들이 좋아하는 '예쁘고 멋있는' 화려한 그래픽을 제공했고, '와우'의 '점프'를 '비행'으로 대체했다. '와우' 게이머들이 습관적으로 누르는 스페이스바를 활강시스템으로 개선시킨 것이다.

블리자드 팬들이 구구절절이 말하던 요소들이 '아이온'은 받아들였고, 이번에는 반대로 엔씨소프트 팬들이 블리자드 팬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당시 '와우' 이용자들은 리치왕의 분노 업데이트 이후 잦은 렉(Lag) 현상으로 불편을 겪고 있던 터라, 상당수 '아이온'으로 거점을 옮겼다. 일방적으로 블리자드로 몰렸던 이용자들이 적절한 백중세를 갖추게 됐고, '엔빠'와 '블빠'의 논쟁이 본격화 되는 시기를 맞게 됐다.

'와우' 옹호론자들도 초기부터 '아이온'의 경쟁력을 어느 정도 예상은 한 것으로 보인다. 아이온플포 커뮤니티를 보면 '아이온' 개발 관련 정보가 공개되기만 하면,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쁜 '아이온' 여성 캐릭터를 선호하는 것을 두고 '오덕후'(일어 '오타쿠(オタク)'의 국어발음, 오타쿠란 특정 분야에 광적으로 매달리는 사람을 뜻함)로 매도하는 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 주요 쟁점들 - 게임성, 오토(bot) 프로그램, 현금거래, 표절문제 등

'블빠'와 '엔빠'의 논쟁 주제는 거의 일정하다. 주요 쟁점들은 ▲게임성 ▲오토프로그램 ▲현금거래 ▲표절 등이 있는데, 문제제기를 하는 쪽은 블리자드 팬들이 대부분이다. 재미있는 것은 상대가 '이 게임은 이렇다'고 주장하면, 반대측도 '그 게임도 그렇다'고 말하는 점이다. 쉽게 말해, '아이온'은 오토가 많다고 와우 팬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아이온 팬들도 '와우'도 오토 많더라 라는 식이다.

일단 게임성은 세계관부터 그래픽까지 많은 부분을 포함하고 있다. '와우' 이용자들은 '워크래프트' 패키지로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지는 '와우'의 세계관이 뛰어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와우'는 등장하는 종족을 비롯해 지역과 명칭 등이 이전 패키지 게임에도 가져온 것이 많다. 일례로 휴먼 연합군과 불타는 군단이 전투를 벌인 '워크래프트3' 하이잘산 전투 엔딩은 '와우'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서술식 퀘스트 구조도 게임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것에 도움을 준다.

'와우'의 세계관이 깊고 짜임새가 좋다는 것은 '아이온' 팬들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그래픽과 게임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팽팽하다. '아이온'의 전투와 사냥 시스템이 '와우' 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와우' 도적 클래스의 기술연계 시스템이 '아이온'에는 기본으로 구현되어 있어, 오히려 사냥과 전투가 더 재밌다는 반론도 있다. 나아가 '와우' 이용자들이 항상 이야기 해 온 '콘트롤 좋은 사람이 아이템빨을 이긴다'는 내용도, 투기장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설득력을 잃고 있다고 '아이온' 이용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오토프로그램' 관련도 그렇다. '아이온' 서비스 초기에는 무인으로 사냥하게 하는 오토프로그램의 폐해가 심했다. 엔씨소프트가 게임산업협회와 연계해 수십만의 계정을 영구정지 시키고서야 사그라들 정도로 오토로 인한 문제가 심했다. '와우' 이용자들은 이 부분을 문제 삼으며, '아이온' 이용자들을 공격했다. 그런데 '아아온' 이용자들의 대응도 마찬가지다. "와우 역시 오토 많고, 쫄을(고레벨 캐릭터가 저레벨 캐릭터를 키워주는 행위) 이용하면 일주일 만에 60레벨 찍는다"며 "오토 보다 시스템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반박한다.

현금거래 논쟁 양상도 비슷하다. "현금거래를 부추기는 대표 기업이 엔씨소프트이고, 이 회사가 만든 게임들은 다 현금거래를 염두해 두고 만든 것이다"는 블리자드 팬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엔씨소프트 팬들은 "아이온에도 귀속 시스템(고가 아이템의 거래를 제한하는 것)이 있고, 전세계적으로 아이템 현금거래가 제일 많이 되는 것이 '와우'의 골드다"고 맞서고 있다.

표절문제도 그렇다. '와우' 열성팬이 "깃발 이미지나 '시간은 금이다 친구' 등 대사를 '아이온'이 무단 도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면, 아이온 열성팬들은 "와우는 '다크에이지오브카멜롯'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았냐"고 공격한다.

나아가 '블빠는 외국 것을 무조껀 좋아해 외화를 반출시키는 사대주의자들'이고, '엔빠는 빗장을 걸어 잠근 채 해외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일 줄 모르는 국수주의자들'이라고 서로를 비난하며 지금도 열띤 토론을 진행 중이다. 이글을 읽은 당신은 '엔빠'와 '블빠' 둘 중 어디십니까?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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