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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유령 게이머의 탄생

[[img1 ]]최근 게임물등급위원회(위원장 이수근, 게임위)가 오토 프로그램(자동사냥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온라인게임에 연령등급을 부여했다.

게임위는 지난 3월 한국게임산업협회와 '오토 배포 사이트 근절 캠페인'을 진행한 곳이다. 특히 오토 프로그램을 배포하는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실력행사를 한 곳도 게임위였다.

그랬던 게임위가 '엔젤러브온라인'의 오토 시스템을 "자동사냥은 이용자의 편익을 위한 기능으로 보고 전체이용가에 합당하다고 판단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게임 업체가 직접 오토 아이템을 판매하는 것은 괜찮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셈이다.

게임위의 이같은 행보는 예전에 진행했던 '캠페인'의 의미를 퇴색시킴과 동시에 업계가 자율적으로 추진 중인 '그린게임캠페인'에도 반하는 결정이다. 오토 프로그램 문제가 단지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을 나누는 것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오토 프로그램은 불법이기 이전에 이를 사용할 경우 게임 내 콘텐츠가 빠르게 고갈되고 이를 사용하지 않는 정상적인 이용자들에게 사냥터 부족과 같은 피해를 주기 때문에 반대해 왔던 것이다.

또 오토 프로그램이 아이템 현금거래와 연결되면서 온라인 게임을 놀이 문화가 아닌 돈벌이 수단으로 전략시키는 부정적인 영향도 많았기에 오토 아이템 판매는 논란꺼리가 됐던 것이다.

하지만 게임위는 게이머 편의성을 높힌다는 취지에서 이를 허용했다. 게이머의 편의성을 높힌다는 취지에서 허락을 한 것이라면 오토 프로그램 판매로 인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예방책까지 살펴보고 결정을 내렸어야 옳다.

더우기 '편의성'이라는 단어에는 위험한 함정이 숨어 있다. 편의성만 고려한다면 아이템 현금거래도 허용돼야 하기 때문이다. 굳이 힘들게 캐릭터를 키우고 아이템을 맞추는 것 보다는 이를 구입하는 것이 오히려 더 편리한 것은 자명하다.

대다수 업체들이 오토 프로그램과 현금 거래에 반대하는 이유는 플레이의 '결과' 보다 게임을 즐기는 '과정'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직접 게이머가 플레이를 하면서 아이템을 모으고 캐릭터를 키우는 과정없이 강한 캐릭터로 PvP와 같은 특정 콘텐츠만 즐기는 현상을 많은 게임사들은 우려하고 있다.

오토 프로그램 판매 허용으로 해당 아이템을 사지 않은 게이머는 피해를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은 뻔하다. 이는 많은 게이머들의 아이템 구입으로 이어질 것이고 게임사도 이로 인한 매출 증가 효과를 누릴 것이다. 또한 많은 게임들이 이러한 모델을 채택할 것이다.

그러는 사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진짜 게이머는 사라지고 오토 프로그램의 명령에 따라 게임을 진행하는 유령 게이머(캐릭터)들이 게임 세상을 지배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앞선다. 게임위가 오토 프로그램의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다시한번 살펴보길 바랄 뿐이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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