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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 없는 K기자

사람들이 모이면 항상 나서는 무리를 이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용히 있어 그 사람이 있었는지도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후자에게 흔히 ‘존재감이 없다’는 말을 많이 사용하죠.

오늘 ABC뉴스는 갑자기 사라졌지만 존재감이 없어 사라진 줄도 몰랐던 K기자 이야기를 해드릴까 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2주전, 기자단 출장으로 해외로 나간 K기자는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서울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다들 환승구로 이동하고 있는데 K기자는 자신의 여권과 서울행 비행기 티켓을 앞서 타고 온 비행기 좌석에 놓고 내린 것을 알아챈 것이죠.

동료들을 걱정시키기 싫었던 K기자는 혼자서 여권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리고 행여 일행이 걱정할까봐 ‘여권과 비행기표 찾아서 갈께요’란 문자 한 통을 일행에게 남겼죠. K기자는 공항 보안요원에게 자신의 처지를 영어와 바디랭귀지로 설명했고, 다행히 알아들은 공항 요원이 K기자의 여권과 비행기표를 찾으러 떠났습니다. K기자는 초조하게 보안 지역에 남아 요원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고요.

비행기를 갈아타기 까지는 약 2시간 정도의 여유는 있었지만 K기자는 초초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만약 여권과 비행기표를 못 찾으면 한국으로 돌아올 수 없고, 여권을 새로 만들거나 비행기 티켓팅 하는 것도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초초한 40여분이 흐른 뒤 보안요원이 여권과 티켓을 찾아왔습니다. K기자는 기쁜 맘에 걱정하고 있을 동료들을 찾아 혼자서 그 큰 공항을 헤맸습니다. 공항 지하철을 타고 다른 게이트로 이동한 뒤 출국 게이트 근처로 가보니, 면세점에서 물건을 구경 중인 일행 한 명을 만났다고 하네요.

K기자는 일행 중 처음으로 재회한 J기자에게 “나 왔어”라고 말했는데, J기자 표정이 영 이상했답니다. J기자는 “어디 갔길래, 나 왔어야?”라고 되물었고, K기자는 그때서야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설명을 다 들은 J기자는 “너 없어진 거 아무도 모르는 거 같던데…”라고 말했습니다. 당황한 K기자는 “내가 XXX에게 문자 보냈는데 아무 말 안 했어?”라고 말했고, 당연 J기자는 “아무 말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K기자는 나중에 문자를 받았을 당사자를 만나 물었죠. ‘걱정할까봐 문자까지 보냈는데 정말 걱정을 전혀 안 할 줄은 몰랐다’며 서운함을 표현했죠. 당사자는 “문자는 받았는데 내용이 너무 애매해서 잘못 보낸 줄 알았다”며, “다른 동료들도 한국 떠나올 때 보낸 문자가 이제서야 도착한 걸로 해석해서 신경 안 썼다”고 했답니다.

EU국가에서 쇼핑을 하면 출국 전 공항에서 산 물건에 대해 세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다들 여기에만 신경을 쏟고 있어서 K기자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죠.

아이러니 한 점은, K기자는 동료들에게 걱정끼치기 싫고 혼자서도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해 그렇게 행동했는데 정작 동료들이 걱정을 안 하니 서운하게 생각했다는 점입니다. 예의상, 혹은 형식상 한 말과 속마음은 다를 수도 있다는 것, 사람을 대하는 걸 어렵게 만드는 큰 이유가 아닐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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