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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 타임머신] 닌텐도 최악의 실수, 소니에게 황금알 낳는 거위가 되다

데일리게임이 임진년을 맞아 게임 산업 초기의 성장 동력원이 된 콘솔 게임기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최초의 비디오 게임으로 알려진 스페이스워로 부터 50여년이 지난 2012년 오늘, 콘솔 게임 시장에서 어떠한 게임기가 등장했으며 어떻게 사라져 갔는지 정리했습니다.<편집자 주>

◆닌텐도 최악의 실수, 소니를 콘솔 게임 시장으로 불러들이다

닌텐도의 수많은 실수 중 최악을 꼽자면 어떠한 게 있을까요. 휴대용 게임기로 설계돼 최악의 판매고를 올린 '버추얼보이'? 시대를 너무 앞서 갔던 체감형 콘트롤러 '파워글러브'? 수 많은 게이머들이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패미콤'(FC)의 2인용 콘트롤러의 마이크? 이와 같이 게임 왕국 닌텐도는 커다란 성공을 거둔 만큼 실패도 많이 겪었는데요. 하지만 닌텐도 최악의 실수 꼽자면, 소니를 콘솔 게임 업계로 끌어들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콘솔 타임머신] 닌텐도 최악의 실수, 소니에게 황금알 낳는 거위가 되다

◇슈퍼패미콤 CD-ROM 시스템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재탄생 됐다(출처 : stevethefish.net)


본래 슈퍼패미콤의 애드온으로 기획됐던 '플레이스테이션'(이하 PS1). 슈퍼패미콤의 수명을 늘리고 NEC의 PC엔진, 세가의 메가드라이브CD와 같은 게임기와 경쟁하기 위해 기획된 PS1은 닌텐도의 사소한 판단 미스로 소니의 콘솔 게임기 시장 진출을 부추기게 됐는데요.

PS1의 탄생 배경에는 '플레이스테이션'의 아버지라 불리는 쿠다라기 켄(久夛良木 健)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쿠다라기 켄은 소니 근무 당시 슈퍼패미콤에 들어가는 사운드 칩셋를 설계하면서 콘솔 게임 시장에 등장합니다.

슈퍼패미콤 사운드 칩셋 납품을 계기로 닌텐도와 인연을 맺은 쿠다라기 켄은 슈퍼패미콤 애드온 '플레이스테이션'의 개발에도 참여하게 되는데요.(쿠다라기 켄은 원래 회로 설계 업종에 종사하고 있었으며 PS1의 연산 장치 설계에도 참여했습니다)

당시 닌텐도는 슈퍼패미콤과 PC엔진, 메가드라이브 CD와의 삼파전에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었고, 차세대 매체인 CD롬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승자의 여유라고나 할까요? 때문에 닌텐도는 소니와 연계한 대형 프로젝트였던 '플레이스테이션'의 개발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었는데요.

[콘솔 타임머신] 닌텐도 최악의 실수, 소니에게 황금알 낳는 거위가 되다

◇쿠다라기 켄 SCEI 회장과 플레이스테이션3. 한때 소니 주가는 쿠다라기 켄의 행보에 좌우될 정도였다


닌텐도의 대응에 실망한 쿠다라기 켄은 PS1을 소니의 차세대 주력 사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1993년 11월 16일 소니 기술자들로 구성된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I)를 설립하고 다음해인 1994년 PS1을 정식 출시하게 됩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콘솔 시장 판도를 바꾸다

소니가 PS1을 세상에 내놓은 1994년 콘솔 게임 시장은 닌텐도-세가-NEC가 시장을 삼분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삼분이라고 적기는 했지만 닌텐도가 시장의 절반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상태였지요. 세가는 닌텐도를 따라 잡기 위해 '세가 새턴'과 메가드라이브 32X 등을 내놓으며 선전하고 있었고, NEC는 신형 PC엔진과 구 버전 CD-ROM2의 호환성 문제와 지속적인 실패로 시장에서 철수하게 됩니다.

[콘솔 타임머신] 닌텐도 최악의 실수, 소니에게 황금알 낳는 거위가 되다

◇플레이스테이션1은 CD롬을 이미지한 디자인을 사용했다


때문에 당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은 닌텐도-세가의 양강 체재로 굳혀진 콘솔 게임 시장에 겁없이 뛰어든 풋내기 같은 취급을 받았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유력 개발사는 이미 닌텐도와 세가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어 동시 발매 타이틀 라인업과 차기 발매작 역시 눈에 띄는 작품들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쿠다라기 켄은 우수한 서드파티 개발사들을 확보하는데 있어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이에 동참한 개발사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소프트웨어 발매 라인업이 화려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업무용 컴퓨터인 '워크스테이션'(Work Station, 업무용 전자 단말기)의 성능에 재미를 더했다는 의미인 '플레이스테이션'은 동시대 기종 중 가장 고성능의 하드웨어로 제작되었습니다. 실제로 한 발 먼저 발매된 '세가 새턴'이 구조적 문제점으로 인해 3D 게임 개발이 힘들었던데 반해, PS1은 개발자들이 하드웨어 성능을 높이긴 위한 코드를 어느 정도 생략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신기함과 화려함으로 게이머의 주목을 받은 3D 게임 중심의 라인업을 선보이게 됐고 이는 추후 PS1 성공의 밑바탕이 됩니다.

소니 PS1의 등장으로 콘솔 게임 업계는 몇 가지 변화를 겪게 되는데요. 먼저 소니의 시장 참여로 닌텐도와 세가, 소니의 3강 구도가 형성된 것을 시작으로 닌텐도의 시장 점유율이 약화된 것이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또한 아케이드 게임장 에서도 소수에 불과했던 3D 게임이 PS1을 계기로 주류 게임으로 올라서게 됩니다.

◆콘솔 게임기 성공의 열쇠 '역시 게임 뿐'

소니 PS1의 성공은 소프트웨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파이널판타지7'(이하 FF7) 인데요. 스퀘어의 대표작이자 일본 RPG의 양대 산맥인 '파이널판타지'가 PS1으로 발매된다는 것은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당시 스퀘어는 발매하는 게임마다 성공을 거두며 '파이널판타지'의 행보에 따라 콘솔 판매량이 변화할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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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판타지7이 없었다면 플레이스테이션1의 성공은 몇년 뒤로 늦춰졌을 것이다


그 동안 닌텐도의 콘솔 게임기로 발매된 '파이널판타지'의 최신작이 소니 PS1으로 보금자리를 옮겨 발매된다는 것은 일본에서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아직 에닉스를 합병하지 않았던 스퀘어는 게임을 개발하는데 있어 하드웨어의 성능과 그래픽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었는데요. 당시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던 콘솔 게임기는 PS1은 스퀘어의 목표와 부합되는 최상의 선택이었던 것입니다.

FF7은 당시 CD 3장(약 2기가) 분량의 방대한 스토리와 풀 3D화면의 아름다움, 수많은 3D 동영상 삽입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PS1은 경쟁 기종인 세가 새턴과 슈퍼패미콤을 큰 차이로 따돌리는데 중요한 역활을 합니다. 또한 잠입 액션 '메탈기어솔리드', 호러 액션 어드벤처 '바이오하자드' 등 3D의 입체감과 특징을 살린 기기들이 대량으로 쏟아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라인업으로 시장에 안착합니다.

PS1의 성공은 중소 개발사의 재발견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 일으켰는데요. 그동안 대형 개발사의 외주로 근근이 연명하던 개발사 들도 PS1의 저비용 라이선스 덕택에 아이디어로 승부한 게임을 발매할 수 있었고, 나름의 히트작들을 만들어 내며 액션과 RPG에 치우쳐 졌던 게임들이 복합적인 장르로 탈바꿈함으로써 콘솔 게임 규모를 크게 늘리는데 기여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콘솔 타임머신] 닌텐도 최악의 실수, 소니에게 황금알 낳는 거위가 되다

◇아틀리에 시리즈는 1997년 첫번째 작품 발매 이후 대부분의 게임기로 이식됐다. 사진은 최신작 로로나의 아틀리에


이런 소니의 전략은 제작비용의 절감에서 오는 '싸게 많이', 즉 박리다매 전략으로 분석 할 수 있습니다. 그 동안 제작 단가가 높은 롬팩을 사용하는 슈퍼패미콤은 1만엔(한화 12만원) 정도로 책정된대 반해 PS1의 소프트웨어는 5600엔에서 5800엔(한화 7만원)정도로 책정돼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주었는데요. 소비자들은 같은 가격으로 최대 2개 이상의 게임을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대작게임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풍토가 형성된 슈퍼패미콤의 서드 파티들이 소니 PS1을 선택하는 계기가 되었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게임들이 무수히 발매되게 됩니다.

이런 혜택을 받은 개발사는 '아틀리에' 시리즈로 유명한 거스트(GUST), '마알인형' 시리즈, '디스가이아'와 '라퓌셀'등 몰입도 높은 시뮬레이션 RPG(SRPG) 제작사인 니혼이치 소프트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데일리게임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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