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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게임기자 87% "확률형 아이템 규제 필요"

[이슈] 게임기자 87% "확률형 아이템 규제 필요"
최근 게임업계의 '핫이슈'는 바로 확률형 아이템이다. 지난 9일 국회 정무위원장 정우택 의원(새누리당)이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아이템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 공개를 골자로 하는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확률형 아이템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게임업체들의 주수입원은 확률형 아이템이다. 하지만 이 아이템을 구매했을 때 어느 정도의 확률로 고급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지는 게임업체만 안다. 많은 돈을 쓰고도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한, 확률형 아이템에 데인(?) 다수의 이용자들은 이 개정안을 적극 지지하고 있는 상황.

그렇다면 게임업계 출입기자들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지난 26일 기자연구모임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을 놓고 기자들이 토론을 벌였다.

이 토론회에는 경향게임스, 게임동아, 게임메카, 게임샷, 게임어바웃, 게임조선, 게임톡, 게임포커스, 데일리게임, 디스이즈게임, 디지털데일리, 마이크로소프트웨어, 매경게임진, 베타뉴스, 아이뉴스24, 지디넷 등 16개 매체(가나다 순) 기자들이 참여해 각자의 의견을 개진했다.

◆확률형 아이템, 문제있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몇몇 기자들이 확률형 아이템의 구조 및 현황에 대해 조사해 온 것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모두 이름만 대면 알만한 게임들이다.

각 사례를 종합해보니 생각보다 사태는 심각했다. 대부분의 게임들이 투자한 금액 대비 원하는 아이템을 뽑을 확률이 극악할 정도로 낮고,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 광범위해 웬만큼 돈을 쓰지 않으면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획득하기 힘든 구조를 갖고 있다.

지난 2012년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확률형 아이템은 '일정 확률로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게임 내 장치'로 정의된 바 있다. 이는 프로그램이 정한 확률에 따라 이용자가 투입한 가치보다 좋은 아이템이 나올 수 있어 도박형 아이템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했는데 꽝이 나와 투입한 금액 대비 재산상의 손실이 있다면 사행행위 모사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꽝에 대한 기준을 세우기가 어렵다. 게임마다 경제시스템이 다르고 보상도 천차만별이다. 어느 선에서 사행성 조장 유무를 판단할지 정하기가 난감하다.

이번 토론회에 참석한 기자들 중 2명을 제외한 14명이 현재 확률형 아이템 시스템을 수정하거나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14명 중 6명은 법으로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확률형 아이템의 심각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개정안을 통해 정보를 공개하는 것에 찬성한다는 것.

찬성에 표를 던진 한 기자는 "얼마나 업계에서 대응을 안했으면 관련 법안까지 나왔겠나. 2008년 자율규제 얘기가 나왔지만 5년 넘도록 한 게 없다. 올해 업계 차원의 자율규제가 상반기에 시행될지도 의문이다. 이번 자율규제를 해내지 못하면 업계에 힘을 실어주기도 힘들 것 같다. 명분이 없기 때문"이라고 현 상황을 꼬집었다.

반대의 뜻을 내비친 한 기자는 "너무 깊숙한 곳까지 법으로 지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법안 내용이 작은 것까지 규제하면서 자율권을 침해해 불합리한 규제라고 생각한다. 너무 많은 것까지 법에 의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 "아이템 획득 확률이 공개되면 뽑기 아이템을 구매하지 않는 이용자가 늘 것 같다. 게임의 밸런스가 무너지는 것도 걱정된다. 나아가 업체 입장에서는 규제를 한다는 생각에 한국에서 서비스를 접거나 법을 우회하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이로 피해를 보는 것은 오히려 소규모 게임사들이 될 것"이라고 우려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토론을 거친 후 법까지는 아니라도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업계 차원의 강력한 자정 작용이 필요하다는 16개 매체 기자들의 공통된 의견이 모아졌다.

한 기자는 "넥슨, 넷마블, 4:33 등 선두 업체들이 확률형 아이템이 아닌 '착한 비즈니스모델'을 내놓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확률형 아이템이 아닌 다른 비즈니스모델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자는 것이다. 그들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다른 관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일본 사례, 참고할만 하다

확률형 아이템 문제가 불거지면서 일본의 사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업계 차원에서 빠르게 대응, 마찰을 최소화한 선례가 있다.

2012년 5월 일본 소비자청에서 '컴플리트 가챠'가 상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지적하자 DeNA 등 일본 6개 대형 게임업체는 스스로 아이템 판매를 중지했다. '컴플리트 가챠'는 뽑기 아이템으로 특정 컬렉션을 완성해야 하나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다.

소비자청의 지적 이후 업체들이 곧바로 아이템 폐지로 대응했고, 이어 석 달만에 일본온라인게임협회가 온라인게임 관련 비즈니스모델 기획 설계 및 운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은 ▲뽑기형 아이템 관련 정보 명시 ▲획득 아이템 목록 표기 ▲특정 가챠 관련 캠페인 진행시 획득 가능 아이템 기한 및 내용 변경 사항 공지 ▲가챠 설정시 레어 아이템 지급 비율에 기반한 이론상의 평균 아이템 획득 금액 상한선 5만엔 이하 ▲상한선 초과시 대상 레어아이템 획득 지급 비율 명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의 사례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문제가 터진 후 업계에서 곧바로 대응했다는 점이다. 어떤 식으로 자율규제를 할지 구체적으로 명시한 점이 포인트다.

국내에서는 개정안이 나오기 전 지난 11월 자율규제를 발표했다. 그럼에도 법안이 나왔다는 점은 정치권에서 게임업계의 자율규제를 통한 자정작용을 믿지 못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업계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자율규제에 대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 기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데일리게임 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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