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sports

‘게임=중독’이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지나

‘게임=중독’이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지나
최근 성남시 산하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서 중독예방콘텐츠 제작 공모전을 진행하면서 ‘게임중독’을 마약, 도박, 알코올에 포함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성남시는 보건복지부 지침이라 말했지만 해당 기관은 ‘인터넷게임’ 대신 ‘인터넷’으로 규정하고 있어 논란은 더 확대됐다. 더욱이 성남시에는 한국 게임산업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판교가 위치해 있어 게임업계 반발은 거셀 수 밖에 없었다.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개정을 앞두고, 2013년에 박근혜 정부 당시 신의진 의원이 추진했던 ‘4대 중독법’이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상황이다. 만약, 게임이 중독물질로 분류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도박과 술을 기준으로 잡아 살펴봤다.

가장 먼저 바뀌는 것은 정책의 방향이다. 현재 게임은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산업으로, 창의 콘텐츠, 수출 효자 산업, 청년 창업 인큐베이팅의 주축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중독법이 통과돼 게임이 마약이나 알코올과 같은 중독물질로 분류되면, 그 정의 자체가 ‘사용자에게 위해를 가하는 위험 행위’로 이동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국가 예산도 진흥에서 치료로 방향이 바뀐다. 지금까지 게임산업을 지원하던 예산은 이용자 교정, 예방교육, 중독 상담 같은 항목으로 재편성된다. 이는 정책의 무게중심이 산업에서 복지로 넘어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학교 현장이나 공공기관에서 게임의 위치 역시 달라진다. 마약과 알코올은 청소년 대상 선별검사, 보호자 통보, 고위험군 데이터 수집 등의 체계 아래 관리된다. 게임이 같은 방식으로 법제화될 경우, 청소년은 ‘게임을 많이 하는 학생’이 아니라 ‘관리 대상’으로 분류될 수 있다.

학교 현장에서 게임 기반 교육이나 e스포츠 활동이 이뤄지는 시점에, 게임을 공공 영역에서 ‘문제 행동’으로 간주하는 모순이 생긴다. 이러한 정책은 결국 학교, 가정, 지역사회에 ‘게임은 위험’이라는 이미지를 반복 주입하게 된다.

게임을 제작·유통하는 기업들 역시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수 없다. 지금도 확률형 아이템 규제나 셧다운제 논쟁으로 각종 규제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산업 자체가 ‘중독 유발 책임자’라는 프레임을 뒤집어쓴다면, 사전 심의 강화, 청소년 이용 제한 확대, 게임 광고 표현 제한, 중독 경고 문구 의무 삽입 등의 규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산업 전반에 부담을 안기며, 특히 창작자와 중소 개발사들에게는 더 큰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2019년부터 청소년 야간 게임금지, 실명인증, 월 결제 상한제를 도입하며 ‘디지털 마약’이라는 표현까지 썼고, 그 결과 수년 간 텐센트, 넷이즈 등의 사업은 위축됐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사회적 오해나 이미지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법률은 프레임을 만든다. 게임이 법적으로 중독물질이 되는 순간, 그 뒤에 따라붙는 모든 정책, 예산, 교육, 규제가 ‘위험 관리’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리고 그 프레임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예컨대 게임을 소재로 한 교육 콘텐츠, 드라마, 영화, 웹툰 등도 향후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 제약을 받을 수 있으며, 창작자들은 ‘과도한 게임 사용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의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4대 중독법'은 의료계, 특히 정신건강의학과 중심의 이해관계가 깊게 얽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를 국내에 도입하는 데 가장 적극적인 집단이었고, 중독법 초안 작성과 추진 과정에서도 주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들이 주장하는 ‘치료 기반 예방정책’은 실질적으로 정신과 진단과 상담, 약물치료, 재활 프로그램 등 의료 자원의 확대와 직결된다. 다시 말해, 게임을 중독물질로 분류할 경우 그 진단 권한과 치료 예산이 의료계로 집중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실제로 2014년 중독법이 처음 발의됐을 때도 문화계·게임업계·교육계가 강하게 반대한 이유는 단지 규제를 우려해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게임을 ‘산업’이 아니라 ‘질병’으로 정의하려는 시도였고, 그 이면에는 정책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집단 이권이 개입돼 있었기 때문이다.

전국 병원 진료과목에 ‘게임중독’이 생겨날 것이고 의료보험이 적용될 것이다. 부모 입장에선 게임을 많이 하는 아이를 훈육하기 보다 질병으로 치부해 병원에 데려가는 것으로 책임을 다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낭비되는 혈세는 누군가의 이익으로 전환될 것이다.

안종훈 기자 (chrono@dailygame.co.kr)
<Copyright ⓒ Dailygame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데일리랭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