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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 팀포트리스2, 마이 프레셔스…욕심의 상징 '황금렌치'

수많은 게임들이 플레이되는 과정에서 여러 일들이 벌어집니다. 게임 내 시스템, 오류 혹은 이용자들이 원인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은 게임 내외를 막론한 지대한 관심을 끌기도 합니다.

데일리게임은 당시엔 유명했으나 시간에 묻혀 점차 사라져가는 에피소드들을 되돌아보는 '게임, 이런 것도 있다 뭐', 줄여서 '게.이.머'라는 코너를 마련해 지난 이야기들을 돌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게.이.머'의 아홉 번째 시간에는 밸브의 '팀포트리스2'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희귀 아이템 '황금렌치'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랜덤 확률로 100명의 한정된 인원만이 얻을 수 있었던 '황금 렌치'를 둘러싼 다양한 사건들이 있었는데요. 지금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시죠.

◆'팀포트리스2'는 이런 게임

[게.이.머] 팀포트리스2, 마이 프레셔스…욕심의 상징 '황금렌치'

2007년 10월 9일 출시된 '팀포트리스2'는 밸브가 개발한 팀 대전 멀티플레이어 게임으로 스카웃, 솔저, 파이로, 데모맨, 헤비, 엔지니어, 메딕, 스나이퍼, 스파이의 9개의 병과를 선택한 두 팀이 각 모드별로 정해진 목적을 달성해 승리를 쟁취하는 게임입니다.

'The Orange Box'라는 퀘이크의 무료 모드 중 한 부분으로 출시됐던 '팀포트리스' 시리즈가 인기를 얻자 1999년 '팀포트리스클래식'으로 따로 출시 됐습니다. 무료로 공개된 이 작품은 하프라이프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를 그대로 사용해 개발된 것으로 게임 업계의 유연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 후속작이 바로 '팀포트리스2'인데요. 각 병과별로 확연이 구분 가능한 개성과 밸런스 위주의 운영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또한 수레 밀기, 수레 경주, 공격 수비, 언덕의 왕, 특별 배달, 깃발 탈취전 등 여러 모드가 준비돼 있어, 출시 9년이 지난 현재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팀포트리스클래식 게임 화면
팀포트리스클래식 게임 화면

'팀포트리스2'의 처음 콘셉트는 '팀포트리스클래식'처럼 실사풍의 군인들이 나오는 진지한 게임이었는데요. 현재는 완전히 바뀌어 카툰 풍의 캐릭터가 유쾌하게 다투는 유머러스한 분위기로 변경 됐습니다.

전작에서 말이 많았던 밸런스를 수정하고 각 클래스간의 개성을 강화시키는 등 팀 플레이의 비중을 높여 찬사를 받기도 했죠. 완전히 전작을 뒤엎기보단 기존의 게임에서 가지를 쳐내고 밸런스를 맞추는 데 중점을 두고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6월 24일에는 무료화를 선언하며 3일 뒤인 27일에는 스팀서비스 통계항목에 '팀포트리스2' 동시 접속자 수가 약 5만9천000명을 기록하는 등 전체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마이다스의 손 '황금렌치'의 등장

[게.이.머] 팀포트리스2, 마이 프레셔스…욕심의 상징 '황금렌치'

'팀포트리스2'에서 엔지니어 업데이트가 이뤄진 후부터 여러 특이한 업데이트들이 이어졌는데요. 그 중에서도 '황금렌치'의 등장은 많은 이용자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능력치 등은 일반 아이템인 렌치와 동일했던 이 아이템은 빛나는 황금색의 색상부터가 이용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죠. 게다가 황금 렌치로 다른 이용자를 죽일 경우 상대의 시체가 황금동상으로 변하는 특수 효과가 있었습니다.

[게.이.머] 팀포트리스2, 마이 프레셔스…욕심의 상징 '황금렌치'

이 황금 렌치를 얻기 위해서는 게임 내에서 크래프팅(조합)해 일정한 확률로 얻는 방법 밖에 없는데다가 전 세계 단 100명의 이용자들만 얻을 수 있기에 이를 얻기 위해 많은 이용자들이 혈안이 되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 수만 명의 '팀포트리스2' 이용자 중의 0.1%로 선택된 셈이니 말이죠.

그런 '황금 렌치'였기에 이에 얽힌 헤프닝들도 참 다양했습니다.

◆다 내꺼야! '황금 렌치' 독점자 등장

그렇게 다들 이 '황금 렌치'를 얻기 위해 크래프팅에 열중하는 사이 sourceop, tf2items.com 사이트의 제작자로 유명한 'Drunken f00l'라는 한 이용자가 자신이 만든 사이트에 올라온 정보를 분석해 '황금 렌치' 드랍 알고리즘을 알아내 버리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황금 렌치'를 얻는 데 그치지 않고 친구들과 다른 이용자들에게 이 방법을 알려줬는데요. 당시 그가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보이스 채팅을 통해 'Drunken f00l'이 '황금 렌치' 드랍을 예언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반신반의하는 친구들의 반응에 아랑곳 하지 않은 그는 10부터 서서히 카운트를 세더니 0을 외치며 크래프트 위치로 다가가는데요. 정말 마법처럼 '황금 렌치'를 얻었다는 메시지를 띄워냅니다.

'Drunken f00l'의 황금 렌치 드랍 동영상 캡쳐(출처: 유튜브)
'Drunken f00l'의 황금 렌치 드랍 동영상 캡쳐(출처: 유튜브)

그가 나중에 공개한 알고리즘은 정해진 시간에 크래프팅을 하면 '황금 렌치'를 얻을 수 있는 간단한 것이었는데요. 사실 아무런 힌트 없이 데이터만으로 이를 분석해냈다는 건 대단한 일이죠. 이후 'Drunken f00l'는 아예 '황금 렌치'를 정해진 시간에 획득할 수 있는 스크립트를 만들어서 전체 100개 중 30% 가량의 황금렌치를 독차지 해버립니다.

그리고 심지어 '황금 렌치'를 가진 아이디를 팔겠다고 나서 많은 이용자들이 경악하기도 했는데요. 결국 개발사인 밸브는 'Drunken f00l'을 영구 블럭 조치했습니다.

◆몇 달 뒤, 어? 너는?

영구 블럭 처리가 이뤄진 이후 사람들은 '황금 렌치'와 'drunken f00l'에 대해 점차 잊어가고 있었습니다. 물론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희귀 아이템을 독점하고 이를 판매까지 하려한 그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그도 얼마 지속되지 않아 시들해졌죠.

게이브 뉴웰
게이브 뉴웰

그렇게 몇 달이 지난 후 각종 커뮤니티가 경악할 만한 소식이 전해집니다. 바로 밸브의 대표이자 공동 설립자인 게이브 뉴웰이 'Drunken f00l'을 고용한 겁니다. 그의 데이터 마이닝 및 분석에 대한 재능을 보고 채용을 권유한 것이죠.

'Drunken f00l' 입장에서는 수락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좋아하는 게임에 대한 일을 할 수 있는데 게다가 대표가 직접 나서 제의했다고 하니까요. 사실 엄하게 적용할 경우 민사 재판으로까지 번질 수도 있는 일을 그의 능력을 높이 사, 채용한 일이니 놀랄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이전에 소개했던 '하프라이프2' 해커 검거를 위해 고용하겠다고 거짓말한 것과는 굉장히 대조되는 케이스네요.

◆'황금 렌치' 줄게 기부금 다오…기부로 이어진 황금 물결

[게.이.머] 팀포트리스2, 마이 프레셔스…욕심의 상징 '황금렌치'

어느 날 '황금 렌치'를 가진 이용자 중 한명인 'WINGSPANTT'가 기부를 위한 계획을 발표합니다. 아이들을 위해 기부금을 받는데 이 기부금이 일정 이상이 될 때마다 '황금 렌치'를 하나씩 삭제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며 밸브 관계자까지 공식 홈페이지에서 이런 행동에 대해 언급하며 이용자들의 관심과 참가자들이 크게 확대됐는데요. 기부를 위해 '황금 렌치'를 기꺼이 삭제하겠다는 이용자 13명이 모였습니다.

스팀에서는 이를 '황금 기부'(golden-charity)로 명명하며 기부한 이용자들의 스팀 프로필을 등록할 수 있게 하고, '황금 기부 스프레이'를 게임 내에 추가하는 등 여러 지원을 펼쳤는데요. 결과적으로 2000명의 기부자가 3만 달러가 넘는 액수의 기부금을 냈습니다. 이를 위해 총 13개의 '황금 렌치'가 파괴됐는데요. 해킹으로 아이템이 삭제됐던 것을 복구 받은 지원자가 한명 있어 사실상 렌치는 14개가 파괴됐습니다.

기부 내용과 성과가 소개된 페이지
기부 내용과 성과가 소개된 페이지

현지 시간 2010년 8월 31일 호주 ABC2 채널에서 이 광경을 중계하기도 하는 등 게임 내외로 많은 관심을 받은 이벤트였는데요. 현재도 게임과 게임 커뮤니티가 협력해 좋은 뜻을 이룰 수 있었던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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