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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온라인게임 성인결제 한도 철폐할 때

취미가 영화보기인 사람이 있다. 영화광인 그(그녀)는 좋아하는 영화를 보기 위해서 아낌없는 투자를 한다. 국내 영화제는 물론 해외서 열리는 영화제도 가능한 참가하려고 한다. 그(그녀)가 영화라는 취미를 위해 한 달에 얼추 쓰는 돈이 백만원 정도라 해 보자. 일반인인 우리가 이를 납득할 수 있을 금액일까. 영화가 아닌 책 사는데 돈을 그렇게 쓴다고 하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물론 수입이 없는데 취미에 과다한 소비를 하면 비난받을 여지는 예외로 하고 말이다. 성인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투자를 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길 사람은 없다. 최근에는 '키덜트'란 단어로 어른을 위한 장난감도 생겨나고 있지 않은가.

다시 취미를 온라인게임으로 바꿔보자. 한 달에 백만원 정도를 게임에 쓰는 사람이 있다면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애들이나 하는 게임에 뭔 돈을 그리 쓰나' 생각할 것이다. 게임이 어찌 취미가 될 것이란 핀잔과 함께 말이다.

이것이 12년 전 온라인게임을 규제했던 이유다. 온라인게임은 성인이라고 해도 월 한도 50만원만 사용해야 한다. 그나마도 2009년에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인상됐다.

아이러니한 것은 성인을 '유해한' 게임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청소년을 위해 이러한 규제가 생겼다. 2004년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온라인게임과 그에 빠진 아이들이 걱정된 청소년보호과는 소비라는 관점에서 규제안을 만들었다. 청소년은 월 7만원으로 결제한도를 제한한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성인의 결제도 월 30만원으로 상한선도 더불어 만들어졌다.

그런데 더 웃긴 건 이것이 '자율규제'라는 이름으로 시행됐다는 점이다. 청소년과는 업체들에게 이러한 내용을 '자발적'으로 시행을 하도록 '강제' 했다. 지키지 않을 시에는 게임서비스를 못하게 하는, 이름만 '자율' 이었지, 무엇보다 무서운 규제가 시행된 셈이다.

앞서 언급한 취미라는 관점에서 보면 성인의 자기 결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규제다. 한발 물러서 게임이 나쁘고, 자기 절제가 안돼 보호장치가 필요하면 카드 결제를 제한하는 등의 얼마든지 부가장치를 할 수 있다. 굳이 일괄적으로 모두에게 적용할 이유가 없다.

정부가 나서서 성인에게 월 소비한도를 정한 것은 카지노나 경마 같은 사행산업이다. 이 연장선에서 게임을 4대 악으로 보고 규제 움직임이 일었던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모바일게임은 성인 결제한도가 없다. 특정 게임에 월 몇 억씩 쓴 사람도 있다는 말도 나오지만, 이젠 큰 뉴스가 되지 않는 시대다.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해 모바일게임에도 결제한도를 도입하란 주장을 해야 형평성이 맞을까.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현행법 체계에선 그 자체가 불가능하다.

최근 넷마블이 상장을 앞두고 있다. 모바일게임에 집중한 넷마블은 공모 총액이 3조에 근접할 정도로 우량기업이 됐다. 모바일게임에 성인 결제한도가 있었다면 이런 성장이 가능했을까.

기업의 성장 가능성은 시장 규모와 함께 한다. 불확실성이 기대를 키운다. 그러나 이것이 숫자로 명확히 된다면 성장에도 한계가 생긴다. 만약 오천만 인구 중 성인이 삼천만이라 가정하고 이들 모두가 온라인게임 유저로 둔 기업이 있다고 하자. 이 회사의 월 매출 최대액은 바로 계산이 된다. 삼천만 곱하기 오십만원이다.

성인 월결제 한도가 늘어난다고 업체 매출이 드라마틱하게 증가하진 않을 것은 분명하다. 업계에서 이를 철폐하려고 하는 이유는 당장의 매출 보다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에서다. 유저들 입장에선 믿지 못할 업체들이 확률형 아이템으로 떼돈을 번다는 불신이 있다만, 이제는 개별 확률을 공개하겠다는 보강된 자율규제안을 공포한 상태다. 다만 성인 온라인게임은 결제한도로 인한 이중규제로 유보된 상태다.

그럴 것이 아니라,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성인 온라인게임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결제한도를 푸는 것이 옳다. 그것이 이름 뿐인 자율에 대한 모순을 해결하는 동시에, 성인에겐 자기 결정권을 주고 업체들에겐 더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길이다. 온라인게임 성인한도, 이제 사라져야 할 때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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