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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 마이티넘버9, 44억 모금 끝에 돌아온 것은 '실망'

수많은 게임들이 플레이되는 과정에서 여러 일들이 벌어집니다. 게임 내 시스템, 오류 혹은 이용자들이 원인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은 게임 내외를 막론한 지대한 관심을 끌기도 합니다.

해서, 당시엔 유명했으나 시간에 묻혀 점차 사라져가는 에피소드들을 되돌아보는 '게임, 이런 것도 있다 뭐', 줄여서 '게.이.머'라는 코너를 마련해 지난 이야기들을 돌아보려 합니다.

'게.이.머'의 이번 시간에 다룰 이야기는 기대속에 '마이티넘버나인'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록맨'의 팬들이 큰 기대를 안고 거액의 크라우드 펀딩에 호응했지만, 결국 실망만을 안겼는데요.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한국어판 '마이티넘버나인'
한국어판 '마이티넘버나인'

◆'록맨'의 아버지, 이나후네 케이지

이나후네 케이지. 캡콤의 유명 IP(지식재산권)인 '록맨'의 아버지로 불리는 개발자인데요. 캡콤 재직 당시 22억 엔(약 220억 원)의 추가 출자를 위한 프로젝트 심사를 안일하게 준비한 개발진의 태도에 "무슨 판단이냐. 돈을 시궁창에 버릴 셈이냐"라는 과격한 언사를 한 것이 TV도쿄를 통해 방송돼, 하나의 밈(Meme)으로 자리잡아 더욱 유명해진 인물입니다.

[게.이.머] 마이티넘버9, 44억 모금 끝에 돌아온 것은 '실망'

그는 평소에도 일본 게임 업계에 대한 비판을 자주했기에, 사업성이 없다며 '록맨'의 후속작을 내놓지 않는 캡콤에 불만을 가진 이용자들에게 지지를 받아왔는데요. 그런 그가 캡콤에서 퇴사한 후 팬의 편을 들며 독자적인 행보를 보이자 그를 지지하는 팬층이 더욱 두터워졌죠.

그는 이후 '소울 새크리파이스'를 발해해 흥행에 성공시키며 본격적인 독립 개발자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록맨'의 정신적 후계작? '마이티넘버나인' 제작 발표

[게.이.머] 마이티넘버9, 44억 모금 끝에 돌아온 것은 '실망'

2013년 8월31일. 이나후네 케이지가 속한 개발사 콤셈트는 '마이티넘버나인'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이 게임은 '록맨'이라는 IP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팬'들을 위해 기존 시리즈를 정신적으로 잇는 작품으로 기획됐으며, 스태프 대다수가 전직 '록맨' 개발자로 구성됐다고 밝히는 등 '록맨' 팬들을 겨냥한 게임임을 강조했는데요.

그는 게임 발표와 동시에 90만 달러(약 10억 원) 규모의 킥스타터 페이지를 오픈했습니다. 페이지가 열린지 불과 3일만에 90만 달러 모금에 성공한 이 킥스타터 페이지는 1달만인 10월1일 종료됐는데요. 이 기간 동안 모인 모금액이 약 400만 달러(한화 약 44억)로 엄청난 액수를 기록했는데요. 당초 모금하려던 금액의 4배가 넘는 규모였죠. 그만큼 많은 '록맨' 팬들의 기대가 담긴 작품이었습니다.

◆삐걱대는 프로젝트…2차 모금까지?

1차 트레일러 영상
1차 트레일러 영상

처음 프로젝트가 시작되자마자 삐꺽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프로젝트가 시작된 후 중간 중간 공개된 영상들은 킥스타터 시작 당시 공개됐던 콘셉트 영상과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2차 펀딩을 열며 더욱 비난을 받기 시작합니다. '44억 원을 모았음에도 또?'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죠. 그런데 2차 모금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1차 트레일러 영상
1차 트레일러 영상

'록맨' 시리즈의 '제로'를 오마주한 캐릭터를 추가하겠다며 19만 달러를 더 모금하겠다고 하고 성우 추가, 콘텐츠 추가 등을 이유로 몇 차례에 걸쳐 후원 금액을 추가로 모집했습니다.

여기에 출시일까지 계속 미뤄졌는데요. 당초엔 2015년 4월을 발매 예정일로 발표했지만 공동 퍼블리싱을 발표하며 폴리싱 작업에 들어가겠다며 2015년 9월로 연기했습니다. 그러다 다시금 연기에 연기를 거듭해 결국 2016년 1월까지 한 번 더 연기했습니다.

2차 트레일러부터 점차 퀄리티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2차 트레일러부터 점차 퀄리티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막상 출시된 게임, 더욱 실망만

3년이 지난 2016년 6월. '마이티넘버나인'이 드디어 출시됐습니다. PS3와 PS4, PC, PS 비타 등 다양한 플랫폼에 대응하게 됐죠. 여기에 가격도 굉장히 저렴했으며 다양한 국가 언어를 지원했습니다.

다만 한가지 문제가 있었는데요. 초기 콘셉트는 충실히 구현했지만, 첫 콘셉트 영상과는 전혀 동떨어지는 수준의 그래픽이었습니다. '복고풍'으로 포장하려고 해도 44억 원이 넘는 금액이 초기 개발금으로 들어갔고 이후 추가 모금도 상당액수 진행된 게임이라기엔 너무 떨어졌기 때문이죠.

[게.이.머] 마이티넘버9, 44억 모금 끝에 돌아온 것은 '실망'

게임 내 주요 이벤트 신에서 캐릭터들의 대사에 맞춘 싱크는 커녕 입도 열지 않는데다, UI도 난잡하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다양한 곳에서 등장하는 폭발 이펙트는 긴장감이 아닌 조소를 불러일으켰죠.

레벨 디자인도 엉망이라는 말도 많았는데요. 일반적으로 횡스크롤 게임은 다양한 장애물을 배치하며 잘 살펴보면 대처 방안을 알 수 있도록 해 점차 고난도의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학습할 수 있게 동선을 짜지만, '마이티넘버나인'은 그냥 갑자기 등장하는 고난이도 장애물에 사망을 반복할 뿐이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뒤통수는 두 번 친다, 패키지도 저 퀄리티

메뉴얼을 넣기엔 패키지 크기가 많이 모자란다
메뉴얼을 넣기엔 패키지 크기가 많이 모자란다

이용자들의 실망은 이 것으로 끝나지 않았는데요. 4년만에 전달된 패키지 퀄리티 문제가 최근 발생했습니다.

논란이 된 것은 60 달러(한화 약 6만 원)를 후원한 이용자들에게 전달되는 '마이티넘버나인' 패키지 박스와 메뉴얼인데요. 당초 보상으로 약속됐던 일종의 사은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은품은 직접 조립해야하는 패키지 박스와 메뉴얼이 든 것 뿐인데요, 설계 결함으로 박스 안에 메뉴얼이 들어가지 않아 원래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데다, 인쇄가 잘못된 경우도 많아 이용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죠.

이용자들은 "4년의 기다림 끝에 받은 게임 패키지인데, 메뉴얼이 박스보다 커 배로 고통 받고 있다", "작년에 기대치 이하의 게임으로 받았던 고통을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도착한 택배가 당시의 고통을 일깨우고 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 뒤통수를 치느냐"는 등 또 뒤통수를 맞았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마이티넘버나인'의 사례는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록맨' IP의 팬들에게 큰 실망감은 안긴 경우로 화자되고 있는데요. 끝까지 믿어준 팬들을 실망시켜 개발자와 회사 뿐만 아니라 유명 IP를 사장 시켜버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또 다른 사례가 발생할 경우 높은 가능성을 지닌 게임들의 탄생을 막아버릴 수 있어 크게 우려되고 있는데요. 다시는 이런 경우가 없었으면 합니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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