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옴니멀티모달 AI를 공개하며 차세대 인공지능 기술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기존 멀티모달 AI가 여러 모델을 단계적으로 거치던 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모델을 공개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29일 글·이미지·음성 입력을 하나의 모델 안에서 분석하도록 설계된 '하이퍼클로바X SEED 8B 옴니'와 고성능 추론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 SEED 32B 싱크(Think)'를 공개했다.
이번 모델은 텍스트와 시각, 음성 정보를 동시에 이해하는 옴니멀티모달 기반의 대규모언어모델(LLM)로, 다양한 형태의 요청을 단일 구조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핵심이다.

옴니멀티모달 모델은 텍스트·이미지·음성 등 서로 다른 입력을 하나의 모델이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특징인 최신 AI 모델이다. 기존 멀티모달 모델이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등 단계별 처리를 거쳤다면, 옴니멀티모달은 단일 모델 구조에서 입력을 분석한다. 기존 멀티모달 AI가 여러 사람이 역할을 나눠 순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라면, 옴니멀티모달은 한 사람이 여러 업무를 동시에 맡아 처리하는 구조에 가깝다. 입력을 여러 모델로 나누지 않고 하나의 모델에서 통합 처리하기 때문에, 응답 속도와 흐름이 단축돼 최종 처리 속도가 빠르다.

이 같은 구조는 실시간에 가까운 응답이 요구되는 서비스 환경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복수의 AI 모델을 순차적으로 호출하는 방식보다 연산 과정이 단순해지면서, 입력과 출력 사이의 지연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각 정보와 음성 입력을 동시에 인식해야 하는 증강현실(AR)이나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산업 현장 등 다양한 환경에 적용될 수 있다.
네이버는 이번 모델의 성능을 언어 이해와 추론, 지식 활용 능력 등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AI 평가 지표를 통해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수학·논리 추론, 문장 이해와 독해, 전문 지식 기반 질의응답, 이미지가 포함된 복합 입력 이해 등 주요 항목에서 종합적인 판단 능력과 응답 안정성을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인 점수나 경쟁 모델과의 직접 비교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검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고난이도 추론에 최적화된 'SEED 32B 싱크' 모델은 인간 수준의 문제 해결 능력을 증명했다. 네이버가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지를 이미지 형태로 입력해 성능을 측정한 결과, 영어와 한국사 과목에서 만점을 기록했으며 전 과목에서 1등급 수준의 점수를 획득했다. 이는 별도의 텍스트 추출 없이 이미지 속 수식과 지문을 직접 해석해 도출한 결과다. 또한 글로벌 AI 평가 기관인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의 벤치마크 지표에서도 글로벌 선도 모델들과 대등한 성능 범위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인했다.

이번 공개 시점도 전략적이다. 네이버의 옴니멀티모달 AI 공개는 오는 30일 열리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발표회를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 해당 프로젝트는 정부가 주도해 국내 AI 기술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추진 중인 사업으로, 글로벌 선도 AI 대비 95% 수준의 성능 확보를 목표로 제시해 왔다. 공개된 벤치마크 결과 역시 해외 유명모델에 근접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검색과 콘텐츠 제작, 커머스, 고객 응대 등 자사 서비스 전반에 옴니멀티모달 AI 활용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성낙호 기술 총괄은 "텍스트·시각·음성 등 AI의 감각을 수평적으로 확장하는 동시에 사고와 추론 능력을 함께 강화했을 때 현실 문제 해결력이 크게 높아진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이러한 기본기를 갖춘 구조 위에서 점진적으로 규모를 확장해야 단순히 크기만 큰 모델이 아닌, 실제로 쓰임새 있는 AI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토대로 스케일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