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 인사가 방문한 국가를 치켜세우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 젠슨 황 대표의 발언에서 이런 장식을 걷어내면, 게임 시장을 향한 유대가 남는다. 게임 산업을 향한 지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해도 오해는 아닐 것이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지난해 10월 30일 한국 진출 25주년을 기념한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을 세계 최초로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했다. 당시 매트 위블링 지포스 마케팅 부사장은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은 한국의 역동적인 게이밍 생태계를 기념하는 축제"라며 "앞으로도 한국의 게이머, 파트너들과 함께 혁신을 이어가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유는 인공지능(AI) 산업이 메모리(DRAM 등)를 시작으로 반도체 공정 전반의 자원과 생산 능력을 흡수하고 있어 개인용 컴퓨터(PC)용 그래픽카드 생산이 후순위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유통 업계에서는 보급형 GPU 라인업조차 공급 물량과 가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 IT 매체들은 엔비디아가 올해 그래픽카드용 GPU 생산량을 적게는 30%, 많게는 40%까지 줄이고, 상반기에는 AI 프로세서 생산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분석이 모두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래픽카드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물론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면 엔비디아의 선택은 합리적이다. 더 많은 수익이 보장된 상품을 우선하는 것은 사업적으로 자연스러운 판단이다. 도의적인 책임을 물을 수는 있어도, 이를 경영 판단의 실수나 실책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그래픽카드라는 상품 중에서 어떤 것을 구매할지 선택하는 건 이용자다. AMD의 라데온 등 대안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엔비디아를 비판하기는 어렵다. 단, 엔비디아의 지포스 시리즈가 게임 최적화, 드라이버 안정성, 개발사 지원 등 거의 표준처럼 활용되는 시장지배적인 사업자란 점도 사실이라, 최근 행보는 오랜 우군이었던 게이머들과 게임산업 생태계를 외면하는 것은 장기적 브랜드 자산의 훼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물론 엔비디아가 이러한 경영 판단을 일일이 해명할 의무는 없다. 다만 과거 한국 게이머로 상징되는 이용자에게 던졌던 메시지를 떠올리면, 수급 안정화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이나 게이밍 라인업에 대한 중장기적 방향성 정도는 제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래픽카드가 여전히 많은 이용자와 게임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인 만큼, '인연'과 '게임'을 강조하던 젠슨 황 대표의 발언이 공허한 '립서비스'가 되지 않을 최소한의 설명이라도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