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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게임즈 김대일 PD "게임 만드는 일이 가장 즐겁다"

NHN게임즈 김대일 PD는 국내 게이머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가장 높은 개발자 중 한 명이다. 김 PD는 가마소프트의 '릴'을 통해 극한의 타격감을 구현한 것으로 평가 받았으며 이후 NHN게임즈로 자리를 옮겨 'R2'를 성공적으로 런칭했다.

NHN게임즈의 신작 'C9'의 개발을 김대일 PD가 총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로 이 게임에 대한 게이머들의 기대가 증폭되고 있다. 김대일 PD는 데일리게임과의 인터뷰에서 "휴식기가 주어지더라도 게임 개발에 몰두할 것"이라며 게임 개발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천상 개발자인 김대일 PD에게서 'C9'의 모든 것에 대해 들어보자.


-이번 작품 제목이 'C9'이다. 제목에 담긴 뜻을 설명한다면.
▶제목은 후보들을 몇가지 정한 뒤 투표를 통해 결정했다. 개인적으로 제목을 생각했던 것이 있는데 묵살 당했다. 밤에 술을 마시며 TV를 보던 중에 영감이 떠올라 조금은 긴 제목을 영어로 지었었다. 미국인들에게는 반응이 좋았는데 회사 사람들은 촌스럽다며 후보에도 올리지 않았다.
-생각했던 제목을 말해달라.
▶절대 이야기할 수 없다. 비밀이다.

-타격감을 잘 살리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타격감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그런데 5년 동안 같은 이야기를 듣다 보니 지겹기도 하다. 타격감은 게임에 존재하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다. 다른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데 많은 이들이 타격감에만 주목하더라. 다른 요소들이 묻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타격감 외에 다른 요소들에 대해 말한다면.
▶'C9'을 만들면서 액션 RPG를 제대로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아이템 체계를 잘 만들고 성장이나 파티 플레이 등이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길드전을 비롯한 길드 콘텐츠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액션 경험은 워낙 많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RPG 요소들을 제대로 만드는 일이 중요할 것 같다.

-자체 엔진을 사용했다.
▶엔진을 사서 쓸 경우 엔진에 익숙해지기 위한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거기에 투입되는 인력과 시간을 생각해보니 차라리 만들어 쓰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체 엔진 사용의 다른 장점은 없나.
▶게임 개발뿐만 아니라 추후 업데이트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콘텐츠 업데이트를 빠르게 하려면 아주 많은 사람을 뽑거나 개발 프로세스를 단축시켜야 하는데 사정상 많은 인력은 뽑을 수 없다. 개발 프로세스 단축을 위해서는 엔진을 그에 맞게 만들어야 한다. 물론 자체 개발 엔진의 가장 큰 장점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고.

-지스타에 'C9'을 출품했다. 관람객 반응은 어땠나.
▶너무 급하게 나간 감이 없지 않아 있어서 걱정도 많이 했다. 그런데 의외로 현장을 찾은 분들이 게임에 잘 적응하더라. 너무 어렵게 생각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마비노기 영웅전'과 비교되는 경우도 많다.
▶액션게임이 국내에서는 워낙 드물기 때문에 비교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게임 성향은 서로 다르다고 본다. '마비노기 영웅전'은 '몬스터헌터'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C9'의 모토는 '될 성 싶은 사기'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사실적인 것보다는 말이 안 되더라도 재미있는 것들을 게임에 넣을 것이다. 활을 쏘더라도 사람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속도로 쏘고 사람이 들 수 없는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는 등 게임에서만 가능한 재미를 느끼게 하고 싶다.

-몬스터 AI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들었다.
▶몬스터는 기본적으로 죽어야만 임무를 완수한다. 하지만 죽더라도 너무 쉽게 죽으면 재미없지 않나. '진삼국무쌍'에서처럼 많은 적들이 힘도 쓰지 못하고 쓰러지는 것은 'C9'이 추구하는 바는 아니다. 몬스터가 지더라도 비등비등한 싸움을 하도록 신경을 썼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 캐릭터가 높은 곳에서 아래로 떨어질 경우 주위에 있는 몬스터들이 이를 인지하고 공격한다. 플레이어가 몬스터와 싸우다가 도망을 치더라도 몬스터들이 멀리까지 따라오고 플레이어 앞쪽에 있는 몬스터들에게 상황을 알려 플레이어 캐릭터를 곤경에 처하게 만든다. 게임을 하다 보면 깜짝 놀랄 상황을 자주 접할 것이다.

-원색을 많이 사용한 것 같다. 불을 지르고 얼리는 스킬도 선보였고.
▶불을 지르고 얼리는 스킬은 2D 게임에서는 자주 쓰던 스킬인데 3D로 넘어오면서 보기 힘들어진 스킬들이다. 전반적인 PC 사양이 좋아져서 다시 시도하게 됐다. 너무 강해서 밸런스를 해치지 않도록 고심 중이다. 원색 사용은 의도적으로 사용한 경우가 많다. 밀림의 느낌이 나게 할 때 원색에 가까운 초록을 많이 쓰고 던전의 배경에는 어두운 색을 쓰는 식으로 말이다. 배경색을 통해 공간을 정의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퀘스트와 시나리오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C9'은 어떤가.
▶우리 게임은 퀘스트에 높은 순위를 두지는 않았다. 퀘스트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지 않나. 리소스를 다른 곳에 더 많이 투입했다. RPG다운 모습을 만드는 것에 중점을 뒀다.

-서비스 일정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일단 상반기 안으로 1차 테스트를 할 계획이다. 종족은 처음에는 2-3개로 시작해 시범 서비스 이후에는 최대 7개 종족까지 추가할 계획이다. 지금 30명 정도의 인원이 게임을 만들고 있는데 더 늘려야 할 것 같다.

-유료화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정액제에 어울리는 게임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지금은 말할 수 없다. 내부적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다. 테스트 진행 과정에서 게이머의 반응을 살핀 뒤 결정할 것이다.

-'아이온'을 비롯한 경쟁 게임을 평가한다면.
▶'아이온'을 플레이할 시간은 없었다. 내 게임 하기도 바쁘다. 캐릭터가 예쁘다는 느낌은 들었다. 엔씨소프트의 브랜드 가치가 대단하다는 생각도 했다. NHN게임즈의 브랜드 가치를 빨리 높여야 겠다. 올해 잘 돼야 되는데...

-MMORPG만 개발하고 있다. 다른 장르 게임을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나.
▶다른 장르는 개발비를 안 주더라. 원래 시뮬레이션 RPG를 만들고 싶었다. '대항해시대'와 비슷한 느낌의 게임을 말이다. 그런 게임을 만든다고 하면 개발비를 투자하는 곳이 없는데 어쩌겠나.

-새 프로젝트를 맡을 때마다 느낌이 다를 것 같다.
▶갈수록 고민을 덜 하게 된다. 예전에는 과연 이 게임을 끝까지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했다. 게임을 만들어도 돈을 벌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많이 했다. 그때는 게임이 망하면 회사가 없어지는 때였으니 말이다. 지금은 그런 걱정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지에 집중한다. 간섭 없이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이 주어졌기 때문에 더욱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휴식기 없이 계속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휴가가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
▶그 동안 쉴 시간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는 'C9' 개발이 끝나면 정말 쉴 거다. 그런데 뭘 할 거냐고 물으면 답하기가 곤란하다. 여행은 개인적으로 정말 싫어한다. 어려서 바닷가(전남 완도)에 살아서 그런지 여행을 가도 특별히 좋은 점을 찾기가 어렵더라. 매일 일출을 보면서 자랐다. 돌아다니는 것도 싫어하고 사람 많은 것도 싫다. 쉬는 시간에도 게임을 개발할 것 같다. 게임 만드는 일은 재미있으니까. 다른 일은 재미없다.

-'C9'에 거는 기대나 목표가 있다면.
▶이런 게임 있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전투가 신나고 몬스터가 똑똑한 RPG 말이다. 욕심일 수도 있지만 10년이 지나도 '그 게임 재미있었는데' 하고 생각하는 게이머들이 있다면 성공이라고 본다. 상업적으로는 큰 욕심 내지 않는다. 먹고 살 정도만 되면 된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면.
▶너무 큰 기대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게임 나오기도 전에 광고하고 기대치만 높인 다음에 게임의 평가가 좋지 않으면 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임이 나올 때까지 편안히 기다렸으면 한다. 게임이 나온 뒤에 즐기고 평가해달라.

정리=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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