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하다보면 이상한 광고글을 볼 수 있다. 타인과의 대결에서 재미를 느끼는 게임에서 일정 비용만 지불하면 대신 죽어주겠다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전문용어로 '어뷰징'(abusing: 남용, 오용)이라고 하는 이러한 행위는 게임 시스템의 헛점을 이용해 대결 결과를 조작하고, 이를 통해 캐릭터의 빠른 성장과 게임 내 지위 상승 등 혜택을 불법적으로 누리는 것을 뜻한다.
◆ '스타크래프트' 초기 대회, 어뷰징은 필수요소?!
지금은 한국e스포츠를 대표하는 대표 종목인 '스타크래프트'가 어뷰징의 태동기를 가져왔다면 믿겠는가? 2000년을 전후한 시기에 '스타크래프트'의 인기에 편성한 많은 게임 대회들이 생겨났는데, 이들 대회들은 대회 참가자들의 자격요건을 게임 내 전적으로 따졌다. 쉽게 말해 '배틀넷 1000승 이상'이나 '승률 80% 이상' 등이 대회 참가 요건이었던 것.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도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자격요건을 갖춰야만 했기 때문에 쉽게 승수를 쌓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어뷰징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경기 시작 후 5분 이상만 지나고 게임을 포기해도 전적이 기록되는 시스템상의 헛점을 이용해,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져주는 어뷰징이 성행하게 된 것이다.
테란의 황제 임요환 선수 조차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친구와 함께 어뷰징을 했다"고 밝힌 바가 있을 정도로 당시에는 아무 꺼리낌 없이 어뷰징이 성행했고 게임 내에서 심각한 피해를 주는 사안이 아니었기에 개발사인 블리자드도 큰 문제로 삼지 않았다. 예선을 통과한다고 해도 본선에서는 실력에 따른 경쟁을 할 수 밖에 없었기에 사용자들 역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지금도 사용자들 끼리의 대결을 근간으로 하는 스포츠 게임들이 온라인 예선을 진행할 때는 게임 내 전적을 최소 참가 요건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어뷰징을 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
◆ PvP와 RvR 채택한 게임, 어뷰징에 날개달다
본격적인 문제는 어뷰징이 온라인 게임으로 넘어오면서 부터다. 특히 사용자들 간 대결인 PvP나 종족전 같은 RvR 콘텐츠를 도입한 온라인 MMORPG가 등장하면서 어뷰징은 게임 내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PvP와 RvR에 보상이 있는 거의 모든 온라인 게임에서 어뷰징은 일어났다. 남들 모르게 비밀리에 타 종족끼리 만나 합의 하에 서로 죽어주면서 함께 성장을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남들은 정당한 경쟁과 승리를 통해 어렵게 포인트를 모아가는 사이, 게임 내 시스템을 악용한 사람들은 손쉽게 포인트를 획득해 남들보다 빨리 강해지고 게임 내 지위도 간단히 상승시켰다.
이러한 불공정 행위는 정당한 경쟁을 하는 사람들의 의욕을 상실시켰고 게임 내 질서도 파괴시켰다. 남들보다 앞서겠다는 야욕은 결국 게임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세계적인 인기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가 단적인 예다. 블리자드가 야심차게 준비한 '투기장' 콘텐츠는 받고 일부로 져주는 어뷰징이 만연해, 공정한 경쟁을 하는 사람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지금에는 골드(게임머니)를 받고 어뷰징을 해주는 전문적인 집단까지 생겨난 상태다.
블리자드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어뷰징 행위를 엄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결과적으로 나아진 것은 없다. 일부로 져주는지, 정말 콘트롤이 안되서 진 것인지 그 판단 기준이 모호했기에 때문이다.
어뷰징으로 급성장한 사람들은 강력한 투기장 아이템과 칭호로 자신의 강력함을 과시하고, 상대 진영을 학살하면서 지금 이 시간에도 게임 내 필드를 더럽히고 있다.

◆ 어뷰징의 현금화, 대리 육성 사이트도 생겨나
어뷰징은 이제 게임 내 아이템처럼 현금 거래가 되는 하나의 상품이 됐고, 원하는 만큼 캐릭터의 승수를 쌓아주는 대리 육성 사이트도 생겨나는 등 조직화·전문화 되는 양상이다.
아이템 거래중개 사이트에는 현금을 받고 어뷰징을 전문으로 해준다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서든어택'과 같은 인기 FPS 게임과 관련된 어뷰징이 많다. 손쉽게 작업(어뷰징 행위)을 할 수 있고, 그 결과도 계급과 게임머니로 쉽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한 어뷰징이 발각돼 제제를 받더라도 캐릭터 생성만 하면 다시 어뷰징을 할 수 있기에 전문 작업장도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대리 육성 사이트도 생겨났다. 예를 들어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투기장 점수을 원하는 만큼 획득해 주겠으니 비용만 지불하라는 식이다. 이들은 까페를 개설하고 게임 내 전문 길드를 만들어 어뷰징을 해주고 현금을 챙기고 있다. 이들이 게임 내 시스템을 악용해 건전한 경쟁을 해하면서 까지 제 잇속을 챙기는 사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사용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 게이머의 인식 개선 절실, 게임사도 대책 마련에 나서야
게임의 수명을 갉아먹는 어뷰징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게이머들의 공정한 경쟁을 통해 재미를 추구하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야만 한다. 경쟁에서 나타난 결과(게임 아이템, 게임 내 지위 등) 보다는 경쟁과정 자체를 즐기라고 전문가들은 권고하고 있다. 이렇게 해야지만 그 결과까지도 의미있는 것이 되고 타 게이머들에게도 존중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많은 게임들이 채택하고 있는 게임 내 사회 시스템도 현실을 바탕으로 만들었기에 유사한 점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부정한 방법으로 높은 위치에 오른 사람은 결국 사회 구성원들로부터 외면받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게임사 역시 어뷰징을 엄단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어뷰징을 단순한 버그 정도로 인식해서는 안될 것이며, 강력한 모니터링과 그에 수반되는 제제를 통해 건전한 게임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단 기간에 게임 내 지위가 상승한 캐릭터들을 집중 검사하고 만에 하나 부정한 행위가 발견됐을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한 게임 전문가는 "어뷰징은 오토 프로그램과 같이 게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행위인 만큼 게임사들은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그에 따른 폐단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