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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못말리는 ‘짱구’, 어디로 가나

1996년 '바람의나라'로 시작된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이 어느새 10년을 훌쩍 넘었습니다. 그 동안 게임산업을 옥죄는 많은 규제들이 있었지만 한국 온라인 게임은 세계 1등 상품이 됐고 산업규모도 3조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데일리게임은 10년 전 이슈들을 정리해 지난 과거를 되돌아 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편집자주>

◆ 2001년 10월 11일(목): 온게임넷, 인트렉티브 게임드라마 ‘화이트데이’ 방영

게임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10년 전에 온게임넷을 통해 방영됐습니다. 주인공은 손노리의 PC 패키지게임 ‘화이트데이’ 였습니다.


19일부터 매주 금요일 밤 10일에 방영됐으며 새로운 형식의 시청자 참여 코너를 운영돼 좋은 반응을 이끌었습니다.

특이한 점은 PC게임과 케이블 방송, 700서비스와 온라인 홈페이지 등의 모든 매체가 총동원 됐다는 점과 게임 내 줄거리를 그대로 따라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는 점입니다. 최근 방송이 SNS 등을 통해 시청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제작되고 있는데요, 이 보다 10년 전에 이러한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신선함을 느낍니다.

◆ 2001년 10월 12일(금): 게임으로 성경 배워요

퀴즈를 풀어가며 성경 구절을 배울 수 있는 게임이 만들어졌습니다. 기능성 게임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는 요즘을 감안한다면 지금 이 아이템을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것으로 보이네요.

게임 개발 업체 지스텍(대표 허건행)은 어린이들이 성경을 재미있게 즐기면서 공부할 수 있는 ‘바이블 퀴즈게임'을 11월 말 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게임은 주인공이 퀴즈를 풀어가며 사라진 친구들을 하나 둘씩 찾는 것으로, 롤플레잉 게임과 퀴즈 게임이 혼합돼 있습니다. 사용자는 성경과 관련된 문제를 풀어야 게임을 계속 진행할 수 있는 방식 입니다.

이 게임의 배경은 노아의 방주가 등장하는 가상 세계로 ‘민’이라는 주인공 캐릭터와 귀엽고 친근한 동물 캐릭터가 성경 상의 인물로 등장합니다.

지스텍은 총 3000문제를 게임에 삽입할 예정이며, 내용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장로교신학대학의 현요한 교수로부터 퀴즈에 사용되는 성경 구절을 감수 받았습니다.

이 회사는 ‘바이블 퀴즈게임’을 향후 2년 동안 총 10부작 시리즈로 개발할 방침이며, 판매 수익의 10%를 교회 및 사회 봉사 단체에 기부할 예정입니다. 또 게임 기획 단계부터 한글판과 영문판을 동시 제작해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설 계획입니다.

◆ 2001년 10월 14일(일): 포트리스2블루 일본서 선전

국가대표 온라인 게임 ‘포트리스2 블루’가 일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개막한 도쿄게임쇼에 맞춰 일본 내 정식 서비스에 돌입한 ‘포트리스2 블루’는 14일까지 개최된 전시회 기간 동안 2만5000여명의 관람객이 다녀 가는 등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 냈습니다.

또 행사 기간 중 일본의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사이트벡터(www.vector.co.jp)에서 다운로드 순위 2위에 랭크되는 등, 일본 게이머들 사이에 ‘포트리스2 블루’의 인기가 치솟고 있습니다.


도쿄게임쇼장에 설치된 ‘포트리스2 블루’ 전시관에는 개막 첫날에만 8000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갔으며, 체험석에 앉아 일어나지 않으려는 참가자들 때문에 행사 진행 요원들이 곤욕을 치르기도 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 ‘포트리스2 블루’에 푹 빠졌다는 우에하라(19살 학생) 씨는 “쉽게 배울 수 있는 게임이면서도 할수록 흥미를 더해 시간 가는 줄 몰랐다”며 “앞으로 포트리스2 블루에 푹 빠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포트리스2 블루’를 서비스하고 있는 GV(www.x2online.com)는 일본 온라인 게임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 7월 반다이 공동으로 조인트 벤처 반다이GV를 설립했습니다. 이 회사는 첫 해 사업으로 ‘포트리스2블루’의 일본 서비스를 추진, 내년 말까지 15만명 가입자를 확보해 일본 최고 인기 온라인 게임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입니다.

◆ 2001년 10월 15일(월): 지오, ‘퀘이크' ’둠' 개발자 존 로메로와 게임 개발 계약

1인칭 슈팅 게임 명작 ‘둠(Doom)'과 ‘퀘이크(Quake)'를 개발한 존 로메로가 지오와 함께 PDA용 게임 사업을 시작합니다.

모바일 콘텐츠 공급 업체 지오인터랙티브(대표 김병기)는 존 로메로(John Romero)가 대표로 있는 미 게임 개발사 멍키스톤에 프로젝트 투자를 실시하고, 향후 이 회사가 개발하는 포켓PC용 게임을 전세계에 유통키로 했다고 15일 밝혔습니다.

멍키스톤은 3D PC 게임의 원조로 알려져 있는 세계적인 개발자 존 로메로를 포함해 톰 할, 스티브 케이스 등이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최근 설립한 업체입니다. 이 회사는 앞으로 포켓PC용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롤플레잉 게임 등 기존의 게임과 차별화된 타이틀을 개발하고, 이를 지오가 온라인과 패키지 판매 방식으로 전세계에 공급할 계획입니다.

김병기 사장은 “존 로메로는 세계적인 PC게임 개발자로 모바일 분야에서도 최고의 게임을 만들어 낼 것”이라며 “멍키스톤과 함께 차세대 모바일 게임 시장을 개척해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존 로메로는 미 PC게임 개발사 아이디소프트에서 ‘둠’과 ‘퀘이크’를 만들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으나, ‘퀘이크’ 이후 게임 개발에 전념하지 않아 아이디소프트에서 ‘퇴출’ 당했습니다. 이후 로메로는 이온스톰을 설립, 1인칭 액션 게임 ‘바이카타나’를 제작했으나 실패하고 2개월전 문을 닫았습니다.

멍키스톤은 로메로가 설립한 2번째 개발사로 내달 1일 액션 퍼즐 게임 ‘하이퍼스페이스 딜리버리 보이(Hyperspace Delivery Boy!)'를 출시한 후 본격적으로 포켓PC용 게임 개발에 나설 예정입니다.

◆ 2001년 10월 16일(화): 게임 버그 테스트 전문 대행 사이트 등장

게임 출시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프로그램 및 제품의 사전 테스트를 대행해 주는 ‘버그테스트 전문 사이트'가 등장했습니다.


버그테스트(대표 노성운)는 게임 업체들이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 베타프로그램 상태에서 오류나 버그를 잡아내기 위해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베타 테스트를 전문적으로 대행해 주는 업체입니다.

이 회사는 전문 테스터 2500명을 통해 게임 소프트웨어는 물론 하드웨어․웹사이트 등에 대해 사전 테스트를 진행하고, 개선 아이디어를 담은 보고서를 의뢰 기업에 제출합니다.

베타테스터는 웹 사이트를 통해 모집하며, 버그테스트 사이트 에서 테스터 가입 후 "퀴즈헌터" 테스트에 참여신청을 하면 됩니다. 또 베타 버전 또는 본판에서 버그가 발견 되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는 ‘버그프리(BUG FREE)' 인증 마크도 부여할 계획입니다.

◆ 2001년 10월 17일(수): 일본 온라인 게임 ‘퇴출’

국내서 서비스 중인 일본 업체들의 온라인 게임이 시장 진입에 실패해 퇴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레인가드’와 ‘다크아이즈’ 등 일본 업체들이 개발한 온라인 머그 게임이 국내 게이머들의 외면 속에 조만간 서비스를 중단할 예정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레인가드’는 일본의 유명 개발사 캡콤이 제작한 롤플레잉 게임으로 한솔텔레컴(대표 유화석)이 들여와 지난 4월부터 정식 서비스를 개시했으나, 30억원에 가까운 마케팅 및 사업 비용을 지출하고도 가입자를 확보하지 못해 서비스 중단 위기에 처했습니다.

‘다크아이즈’는 일본 게임기 업체 세가의 자회사 넥스텍이 개발한 게임으로 교육용 콘텐츠 개발 업체 이포인트(표 조명진)가 수입, 지난 5월부터 서비스해 왔으나 9월 유료화 이후 가입자가 대거 이탈하는 등 10억원 가량의 비용을 소진하고 시장 진입에 실패해 이달 20일부로 서비스를 중단키로 했습니다.

이 회사는 ‘다크아이즈’ 홈페이지를 통해 이미 서비스 중지를 통보했고, 한솔텔레컴도 이달 중 ‘레인가드’ 서비스 사업부를 ‘분사’ 또는 ‘단계적 철수’ 방식으로 정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일본 유명 업체들의 온라인 게임이 퇴출 위기에 처한 것은 우선 국내 서비스 업체들의 마케팅 능력의 부재했다는 데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해당 업체들의 경우 그 동안 게임 비즈니스와 무관했던 대기업과 교육 업체라는 점에서 당초 우려의 목소리가 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이유는 일본 온라인 게임이 국내 게이머들의 취향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일본 게임 개발 업체들의 경우 게임 기획․시나리오․그래픽 제작 측면에서 국내 업체들을 능가하고 있으나, 온라인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네트워킹 기술을 비롯해 가입자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노하우는 없었던 것입니다.

또한 과포화 상태의 시장에서 온라인 롤플레잉 방식이라는 식상한 장르를 택했던 데다, 게임 외적으로는 교과서 왜곡이나 신사참배 문제로 인해 일본에 대한 국민 정서가 좋지 않았던 것도 게이머들의 외면을 초래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게임업체 한 관계자는 “몇몇 국내 업체들이 게임 선진국이라는 것만 믿고 일본 게임을 가져다 판매․서비스하는 경우가 있으나, 게임은 사용자의 문화 코드와 맞지 않을 경우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무분별한 게임 수입이 줄어들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 2001년 10월 18일(목): 넷마블, 게임 퍼블리싱 사업 진출

온라인 게임 업체 넷마블(대표 방준혁)은 게임 개발 업체 겔럭시게이트(대표 홍문철)와 업무 제휴를 체결하고 이 회사의 풀3D 온라인 게임 ‘라그하임(Laghaim)'을 자사 보드게임 사이트를 통해 서비스한다고 18일 밝혔습니다.


현재 시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라그하임’은 랜더링 기술을 이용한 2.5D 게임과 달리 풀 3D 기술을 적용한 액션 롤플레잉 게임입니다.

넷마블은 500만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보드게임 포털과 ‘라그하임’ 서버를 연동 시켜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넷마블은 ‘라그하임’ 유료화 이후 일정액의 이익을 분배 받는 조건으로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습니다.

이 회사는 ‘라그하임’ 연동 서비스를 계기로 온라인 게임 퍼블리싱 사업에 착수, 올 연말까지 1개 온라인 게임을 추가로 제공할 계획입니다.

◆ 2001년 10월 19일(금): 게임․애니 전문 취업사이트 ‘게임잡’ 등장

지금도 게임업체 전문 구직, 구인을 할 때 많이 이용되는 ‘게임잡’이 10년 전 이 맘 때 만들어졌다는 사실 아십니까?

온라인 게임 업체 씨아이소프트(대표 이진오)는 16일 ‘게임잡 (www.gamejob.co.kr)’ 사이트를 정식 오픈하고 게임 및 애니메이션 업계 진출 원하는 구직자를 대상으로 정보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 회사는 ‘게임잡’ 사이트에 ▲게시판▲맞춤 검색▲채용 정보 보관함▲입사 지원 관리함▲인재 정보 보관함 등 구인구직자를 위한 다양한 코너를 마련해 놓았습니다.

씨아이소프트는 시범 서비스 기간 동안에만 액토즈소프트, E2소프트, 시멘텍, 이소프넷 등 국내 유수의 게임 업체를 포함해 총 600명의 회원을 확보했습니다.

이진오 사장은 “게임 업체들의 구인난과 IT 분야 구직난이 겹치면서 전문 취업정보 사이트에 대한 필요성이 요구돼 왔다”며 “한국게임개발자협회(KGDA) 등과 제휴를 맺고 업계와 구직자 모두가 만족할 정보 사이트로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2001년 10월 20일(토): 못말리는 ‘짱구’, 어디로 가나

게임 업계에 ‘짱구’가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아동용 인기 캐릭터 ‘짱구’ 라이선스가 금강기획에서 애니메이션 제작 업체 코코엔터프라이즈(대표 이동욱)로 넘어가면서 ‘짱구’를 이용한 게임 개발 및 판매를 둘러싸고 관련 업체들 간 분쟁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짱구’ 캐릭터는 국내 대표적인 아동용 게임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 주인공으로 원저작자는 일본인 애니메이터로 애니메이션인터네셔널(AI)사가 아시아 판권을 대행하고 있습니다.

국내서는 최근까지 금강기획의 자회사 애니컨텐츠가 ‘짱구’와 관련한 라이선스를 갖고 있었으며, 삼성전자가 이 회사와 캐릭터 사용 계약을 체결하고 게임 시리즈를 개발․판매해 왔습니다. 또한 게임 유통 업체 이니엄(대표 최요철)도 애니컨텐츠와 ‘짱구’ 온라인 개발과 관련한 캐릭터 사용에 합의하고 게임 제작을 진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애니메이션 제작사 코코엔터프라이즈가 애니컨텐츠를 흡수해 ‘짱구’에 대한 국내 라이선스를 확보하면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개발을 진행해 왔던 기존 업체들을 무시하고 자회사 코코캡콤을 통해 독자 개발을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와 금강기획이 체결한 계약은 이달 말 만료되고, 이니엄과의 계약은 AI측이 인정하지 않은 것이므로 승계할 의무는 없다는 게 코코 측 입장입니다.

이에 대해 관련 업체 관계자들은 “코코캡콤은 게임 개발력이 전무한 업체로 검증된 게임을 가져와 게임 시장에 무임승차하려 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5년 동안 짱구 게임 시리즈를 제작, 이를 국내 대표적인 아동용 타이틀로 육성했을 뿐 만 아니라, 최근엔 시리즈 5편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뒤통수를 맞은 셈입니다.

이에 따라 코코캡콤과 삼성전자는 최근 수차례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코코캡콤이 ‘짱구’ 게임 시리즈를 개발한다는 소식이 업계에 흘러나오면서, 이소프넷․위자드소프트․한국후지쯔 등 게임 유통 업체들이 차기작 총판권을 노리고 줄서기를 하는 등 벌써부터 난맥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짱구는 못말려’ 게임은 시리즈 4편을 합해 총 90만장이 팔려 나갈 만큼 인기 타이틀인데다, 원작 애니메이션 방영분이 50% 이상 남아 있어 출시만하면 10만장 이상 판매가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돈이 되는 타이틀이라면 상도의 마저 저버리는 국내 게임 업계의 후진성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며 “남이 차려 놓은 밥상을 거저 먹으려는 개발사도 문제지만, 게임 저작권과 관련해 대기업의 안일한 자세도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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