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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게임중독법 여론조사 '이상하네'…제기되는 의혹들

19일 6시 30분, '국민 72%, 도박·술·마약처럼 중독성'이란 통신사 기사가 나오면서 게임업계는 술렁였다. 정치인들에게 여론은 가장 무서워한다 특히 찬반이 팽팽한 사회적 이슈와 관련해서는 민심을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은 터라, 해당 소식은 4대 중독에서 게임을 제외시키려는 움직임에 직격탄을 날린 것과 다름없다.

더군다나 이 통신사와 뉴스공급 계약을 맺은 매체들이 해당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게임중독 관련 여론조사는 일파만파로 퍼졌다. 국민들이 게임이 문제 있다고 생각하는데, 게임업계의 반론이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그런데 살펴보니 꼼꼼히 살펴보니 해당 여론조사는 몇 가지 이상한 부분이 있다. 설문조사를 두고 제기되는 의혹들을 정리해 봤다.
[해설] 게임중독법 여론조사 '이상하네'…제기되는 의혹들


■ 통신사 기자만을 위한 정보?

리얼미터는 정치, 사회분야 전문 여론조사기관이다. 지난 대선에도 많이 인용되면서 객관성을 인정받은 곳이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는 많은 매체들이 인용을 한다. 또한 리얼미터에서도 관심 있는 내용은 보도자료로 정리해, 출입기자들에게 전달한다.

게임이 포함된 사회 중독법 이슈는 가장 '핫'한 이슈 중 하나다. 여 야 정치권이, 신 구 세대가, 게임업계와 정신의학학회가 대립하고 있는 사안이다. 여론조사 기관에서 충분히 관심을 가질만한 사안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리얼미터가 해당 조사를 실사한 것으로 추정이 되는데, 이 흥미로운 결과를 홈페이지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리얼미터에 확인한 결과, "홈페이지에는 올리지 않았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또한 해당 통신사 기자에게만 관련 내용이 전달된 내용도 의아스럽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팀 선호도 조사결과를 모든 매체에 뿌린 리얼미터가 이렇게 사회적 쟁점이 되는 정보를 특정 언론에만 '흘린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한발 물러서 해당 기자의 취재력이 뛰어난 것일 수도 있고, 통신사의 영향력을 생각해서 정보를 제공한 것이라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 해당 기자가 새누리당 출입 정치부 기자일까?
[해설] 게임중독법 여론조사 '이상하네'…제기되는 의혹들

■ 수상한 설문내용, 이미 답은 정해졌다?

애초 해당 기사의 본문에는 '국민 72%가 게임도 도박·술·마약처럼 '도박성'이 있다'고 돼 있었다. 제목은 중독성과 관련인데 내용은 도박성이었다. 타 매체들도 이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설문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도박성과 중독성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만약 이렇게 설문조사가 이뤄졌다면 이는 게임 중독성과 관련된 설문이 아니다. 리얼미터는 "기자의 오타였다"는 입장이었고, 대다수 기사도 수정된 상태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 하더라도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게임이 도박·술·마약 등과 같이 중독성이 있냐'를 놓고 논쟁 중인데, 이 네 가지를 묶어서 '본인이나 주변에서 고통을 겪은 경험이 있느냐'고 묻고 있다. 이는 앞의 설문과 연관성을 가질 수 밖에 없는데, 게임이 중독성이 없다고 답한 사람이라도 이 설문에서는 술이나 도박, 마약 때문에 고통을 받았거나 받는 주변인이 있을 수 있다.

이미 게임을 4대 중독물질에 포함시켜 놓은 후, 답변을 유도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란 지적이다. 1번 설문 결과에 따라 문항을 분리하는 게 맞다.예를 들어, 게임이 중독성이 있다고 답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게임중독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있는가'라는 설문을 했다면 의혹도 제기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설문은 자연스럽게 결론으로 이어진다. '인터넷 게임을 중독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에 포함하는 것을 찬성하느냐'다. 당연 '찬성한다'(47.8%)가 '반대한다'(31.9%) 보다 높게 나왔다.

그리고 여론조사는 연령별, 성별을 나누어 하는 것이 정석이다. 나이에 따라, 남녀에 따라 생각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게임에 익숙한 젊은 층 일수록 게임 중독법을 반대하고, 장년층 일수록 게임을 싫어할 것으로 예측된다. 남자보다는 여자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일반적으로 높을 것이다.

이 모든 결과가 47.8%라는 수치로 찬성표로 나타났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을 '국민'이라는 단어로 뭉뚱그리는 것은 여론을 호도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건 의학적으로 입증이 되지 않은 게임 중독 이슈를 여론조사라는 전혀 학문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낙인을 찍으려고 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외계인이 존재하느냐'라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논란을 두고, 여론조사를 통해 존재 유무를 결정짓는 것과 다름이 없다.
[해설] 게임중독법 여론조사 '이상하네'…제기되는 의혹들


■ 왜 하필 지금인가?

게임업계는 지스타를 기점으로 4대 중독법안에서 게임을 제외시키려는 대대적인 움직임을 펼쳤다.

새누리당 5선 의원인 남경필 K-IDEA 협회장은 지스타 전날 열린 대한민국게임대상에서 "어깨 펴고, 나만 믿어라"며 게임 중독법 저지를 약속한 것을 시작으로, 이영식 중앙대 정신의학과 교수가 '게임중독은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을 냈고, 이인화 소설가는 '4대 중독법은 무리한 입법'이라 반대하는 등 저명인사들의 반대운동이 이어졌다.

오프라인 반대 서명운동도 활발하게 일어났으며, 문화계 각층에서도 4대 중독법의 문제를 지적하는 등 게임업계 힘 실어주기에 나섰다. 게임업계는 문화계 단체와 연합해 '게임규제 저지 공동대응위원회' 발족을 앞두는 등 전방위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었다.

이런 움직임 때문에 '4대 중독법'은 올해 정기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는 시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설문방식도 이상한 여론조사 결과가 한 통신사를 통해 퍼졌고, 그것이 국민 대다수의 정서인 냥 포장되고 있다. 중독법 자체의 법률적 모순이나 의학적 근거를 떠나, '여론이 중독법을 원하고 있다'는 명분을 주고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게임업계는 이와 비슷한 상황을 이미 겪은 바 있다. 2010년 청소년의 패륜범죄들이 연일 보도됐고 배후는 게임으로 지목됐다.청소년 보호라는 명분을 위해서라도 게임을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고 이듬해 여성가족부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지금까지 시행 중이다.게임업계가 법의 실효성, 법체계 문제를 지적하면 반대에 나섰을 때와 지금이 오버랩 되는 것은 왜일까.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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