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가 지난 22일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이하 카제나)'를 정식 출시했다. 어렵지만 밝고 활기찬 분위기를 강조하는 캐릭터 중심의 서브컬처에서 벗어나 어둡고,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전면에 내세운 게 차별화 포인트다.
스마일게이트는 '카제나'를 다크 판타지 로그라이크 RPG로 소개한다. 멸망을 소재로 한 어두운 분위기,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세계관, 덱빌딩 시스템과 재시도에 제약을 두는 구조 등을 앞세워 장르적 정체성을 정의한 것으로 보인다. 캐릭터의 매력을 강조한 서브컬처 장르로도 볼 수 있지만, 약 10일간 즐겨본 '카제나'는 서브컬처 특징보다는 전략 RPG에 가까운 게임으로 느껴졌다.
카드에 다양한 효과를 잘 연결해서 최대 효율로 사용하는 방식을 연구해야 한다.
'카제나'의 전투는 세 명의 요원(캐릭터)을 조합해 전투를 벌이는 방식이다. '카오스' 탐험을 통해 획득한 카드를 조합해 연계 공격을 수행하며, 탐험을 반복해 좋은 카드를 얻고 세이브 데이터로 저장해 다음 전투에 활용한다. 콘텐츠를 즐겨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는 순환 구조다.
'번뜩임'이 발동하면 카드에 효과나 코스트 감소 등이 추가된다.
로그라이크의 특징인 우연과 확률은 진행에 충분히 반영됐다. 전투를 진행하며 얻는 '번뜩임' 효과나, 이용자가 선택한 필드에서 아이템을 얻는 등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을 자주 마주한다. 대부분 전투에 도움이 되는 효과지만, 주사위 굴림에 실패하면 페널티를 받을 수도 있다. 이에 같은 맵이라도 플레이할 때 마다 진행 과정이 달라진다. 장르명에 로그라이크를 강조한 이유가 보이는 특징이다.
정신이 붕괴한 캐릭터가 생기면 최대체력이 감소하고, 전투에 쓸 수 있는 선택지도 줄어든다.
세계관의 근간에는 절망이 깔려 있다. 공격을 받은 요원은 스트레스가 쌓이고, 일정 수치 이상이 되면 각기 다른 혼란 상태에 빠진다. 겉보기엔 최대 체력이 줄어드는 단순한 효과지만, 실제로는 전투에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제한된다. 카드 연계가 핵심인 만큼 꽤 치명적인 페널티다. 이를 대비한 요원 구성과 덱 준비가 필요하다.
같은 지역이라도 도전할 때마다 맵 구성이 바뀐다.
'카오스' 탐색은 '카제나'의 핵심 콘텐츠다. 도전할 때마다 달라지는 맵 구성과 덱, 번뜩임 조합에 따라 전투 양상이 달라진다. 시뮬레이션처럼 전투 패턴이 반복되는 다른 콘텐츠와 차별화된 재미를 제공한다. 다만 안전지역과 광신도 이벤트 패턴이 적고, 보상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카페, 식당 등 교감 콘텐츠도 존재한다.
서브컬처적 특징으로는 캐릭터와 교감하는 콘텐츠, 도시 관리, 카페 시스템 등이 있다. 다만 비중이 크지 않고 초반 단계에서는 추가 보상을 얻는 수준에 그친다. 호감도에 따라 추가 효과가 있었다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혼란 상태로 귀환한 요원에게 상담 효과를 부여하는 등 관계성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설득력이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야기의 주요 소재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우울한 분위기와 우주적 공포다.
서브컬처 키워드, 스토리, 캐릭터, 이용자와의 관계는 다소 느슨하게 연결돼 있다. 이용자의 분신인 함장은 제3자처럼 묘사되며, 여타 서브컬처 게임에서 보이는 '플레이어-캐릭터' 간 관계성 강화 구조와 차이를 보인다. 게임의 이야기가 주로 주요 요원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몰입을 방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슈퍼크리에이티브 김형석 PD는 "세계관에 몰입하고 캐릭터와 교감할 수 있도록 확실히 개선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약 열흘간 즐겨본 '카제나'는 기존 서브컬처나 전략 게임과는 다른 매력을 지닌 작품이다. 아직 스토리 초반부가 진행 중이고, 운영과 최적화 측면의 문제도 존재하지만 전략과 전투의 재미만큼은 확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