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들은 이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에 "만들라고 지시하면 다 되는 줄 아느냐", "게임 산업에 규제만 만들어놓고 이제는 만들지 못한다고 뭐라 하느냐"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면 과연 대한민국에서는 닌텐도 같은 게임기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쉽지 않다. 다만 쉽지 않을 뿐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가장 큰 문제로 대한민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을 꼽는다. 여러 의견이 있지만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의 특성상 닌텐도DS같은 게임기가 등장해도 그 게임기로 즐길만한 게임 타이틀을 만들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게임 타이틀을 쉽게 만들지 못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불법복제다. 일례로 지난 2001년 GP32라는 국내 최초의 휴대용 게임기를 만들었던 게임파크는 이례적으로 오픈소스 정책을 펼쳤다.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소스를 공개하고 누구나 게임을 만들어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이유는 불법복제가 만연한 한국시장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GP32의 게임 타이틀을 개발할만한 회사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GP32는 결국 킬러 타이틀의 부재로 큰 이득을 얻지 못하고 게이머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갔다. 일부 마니아층만이 알고 있는 게임기가 돼버렸다. 이후 2005년, 게임파크에서 분사한 게임파크홀딩스가 GP2X라는 게임기를 개발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하며 게임기가 아닌 어학기로 치부되곤 했다.
닌텐도DS가 처음 출시됐을 때, 사람들은 PSP에 비해 뛰어나지 않은 게임기의 성능을 보고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었다. 하지만 닌텐도DS는 ‘두뇌트레이닝’이라는 뛰어난 킬러 콘텐츠를 선보이며 PSP를 가볍게 제치고 휴대용 게임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콘텐츠, 즉 소프트웨어 덕분에 성공한 사례는 비단 닌텐도DS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폰도 소프트웨어 덕분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애플의 아이폰은 뛰어난 기기의 성능보다는 앱스토어라는 강력한 무기 덕분에 성공한 케이스다. 앱스토어란 애플리케이션 스토어(Application Store)의 줄임말로 애플이 아이폰, 아이팟 터치용 응용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코너의 이름이다. 작년 7월부터 오픈한 앱스토어는 게임을 비롯한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다. 애플은 각종 응용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앱스토어로 전 세계 아이폰, 아이팟 터치 이용자들의 발길을 끌어 모았다
국내 유수의 기업인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아이폰과 비슷한 성능의 휴대폰을 개발하지 못할 정도로 기술력이 뒤쳐지지 않는다. 실제로 LG전자가 개발한 ‘프라다폰’은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에 휴대폰 사용자들에게 호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앱스토어’라는 강력한 소프트웨어 스토어를 지닌 아이폰과의 경쟁에서는 쉽사리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오히려 삼성전자는 본인들도 삼성 어플리케이션 스토어를 런칭할 계획임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지난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디지털 콘텐츠 산업 표를 보면 2008년 게임업종의 매출의 전체 규모는 3조 127억원이고 그 가운데 온라인게임이 2조 2549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그 외 비디오게임이 3338억원의 비중을 차지했고 모바일게임이 2519억원, 아케이드게임 1155억원, PC게임이 566억원이 매출을 올렸다.
온라인게임 강국이라는 말에 걸맞게 온라인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상회한다. 반면 닌텐도DS와 경쟁해야하는 비디오게임의 매출은 10%밖에 되지 않으며 앱스토어와 경쟁해야 하는 모바일게임의 매출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말로만 닌텐도DS 같은 게임기를 만들라고 지시하지 말고 게임산업, 특히 게임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불법복제를 비롯한 각종 문제들을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며 “기술력이 뛰어나서 좋은 기기를 만들어도 지금의 한국의 실정이라면 닌텐도DS 같은 성공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허준 기자 jjoony@dailygam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