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흥행한 장르가 아닌 색다른 시도임에도(하다못해 처음 공개함에도) 알고 보니 다른 곳에서도 유사한 장르를 만들고 있음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개발자들 사이에는 일정한 트렌드라는 것이 존재하는 걸까? 갑자기 MO액션게임과 실시간전략시뮬레이션(RTS) 게임이 봇물을 이루는 요즘을 보며, 그간 게임계에 주류로 자리 잡았던 장르들을 파헤쳐 봤다. /편집자주
◆ 그 시작은 MMORPG였으니… 끝까지 창대하리라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 온라인게임은 MMORPG다. 시작이었던 ‘바람의나라’가 그랬고,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아이온’이 그렇다. 캐주얼 게임들이 득세하고 FPS 장르가 한바탕 시장을 휩쓸어도 MMORPG 없이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을 말할 수는 없다.
혹자는 첫경험론을 말하기도 한다. 어릴 적 엄마가 해준 음식에 길들여져 계속 찾는 것처럼, 처음 접한 온라인 게임이 MMOPRG 장르였던 대다수 유저들이 존재하는 이상 국내에서는 이만큼 성공할 수 있는 게임장르는 없을 것이라고 설파한다. 일견 설득력은 있다.
비슷한 현상은 우리와 밀접한 중국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미르의전설’ 시리즈 등으로 온라인 게임에 눈 뜬 중국 유저들이 있는 그곳도 정통적으로 MMORPG가 강세이다. 지금도 ‘WOW’와 ‘정도온라인’, ‘몽유서환’ 등 MMOPRG 장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최근 ‘던전앤파이터’가 새로운 장르 개척에 힘쓰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일각에서는 ‘MMORPG 개발에 막대한 기술과 금액이 투자되는 만큼 주류를 이루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캐주얼 게임’이라는 비교 대상이 생긴 것도 개발 규모의 차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WOW’가 득세하는 것을 본다면, 처음부터 다른 장르와는 스케일 자체가 다르다는 주장이다.
◆ '포트리스2’, 캐주얼 장르의 번영시킬 기회였으나…
‘바람의나라’와 ‘리니지’가 득세하던 MMORPG 전성기 속에서도 불세출의 게임이 등장했으니, 그것이 바로 ‘포트리스2’다. 당시 ‘포트리스’에 대한 인기는 정말 엄청난 것이었다. 1999년 서비스를 시작한 ‘포트리스2’는 무료 게임을 내세워 최초로 회원 1,000만 명을 돌파하며 ‘국민게임’의 반열에 올랐다. 그 만큼 온라인게임의 저변도 확대됐으며,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e스포츠의 가능성도 열어 제쳤다.
그러나 ‘포트리스2’는 PC방 점주들과의 마찰로 인기에 제동이 걸리고 내부적인 문제로 서비스사의 고민이 깊어지면서 그 인기도 시들해졌다. 문제는 바로 상용화 방식.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히 부분유료화로 상용서비스를 하면 된다. 하지만 그때는 그러한 서비스 방식이 아직 선보이기 전이었다. 직접적으로 매출을 기록할 방법이 없으니 서비스사로서는 늘어나는 유저들이 부담이었다. 결국 PC방에 IP요금을 부과하고, 개인 유저들은 무료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모델을 채택했다가, 업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고 만다.
CCR의 계획대로 PC방 과금은 강행이 되었지만, 업주들은 ‘퀴즈퀴즈’ 등 경쟁 게임들을 손님들에게 적극 추천하면서 ‘포트리스2’의 하향세를 가속화 시켰다.
업계에서는 당시 ‘포트리스2’가 지금의 부분 유료화 요금제를 도입했더니만 캐주얼 장르의 전성시대가 보다 일찍 열렸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하지만 상용 모델을 찾지 못한 ‘포트리스2’ 덕에 업계에서는 캐주얼 게임(당시는 이런 용어도 없었지만)의 상용화에 대한 고민을 심도 깊게 하기 시작했다.
‘포트리스2’는 시대를 너무 앞질러서 등장한 비운의 천재였다. 그 덕분 오늘날 넥슨을 비롯한 많은 회사들이 갈 길을 찾게 되었지만 말이다.
◆ 비주류에서 주류로, FPS 열풍
많은 게임 관계자들이 국내 장르 흐름이 세계적인 흐름과 다르다고 강조하면서 그 예로 제시하는 것이 FPS와 스포츠 장르다. 해외에서 퀘이크나 카스 같은 FPS 게임이 득세했지만, 국내는 여전히 비주류 장르였다.
하지만 2005년부터 지각변동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스페셜포스’가 탄생하고 이듬해인 2006부터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 게다가 ‘서든어택’까지 가세하면서 시장의 판도는 갑자기 바뀌었다. 본격적인 FPS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어쩌면 FPS 장르의 성공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남성 유저 기반이 탄실한 국내 게임시장에서 ‘총기’는 친숙한(?) 것이기도 하다. 한국의 남성들은 ‘군대’ 덕에 군사전문가로 불리워도 손색이 없으니까.
빠른 게임 전개와 한방에 상대를 제압하는 쾌감은 단숨에 FPS를 주류 장르로 부각시켰다. 2007년은 FPS 게임의 전성기로 서든어택’은 PC방 점유율에서 100주가 넘는 기간 동안 1위를 차지했으며, 게임업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FPS 게임 개발에 몰두했다.
비록 다시금 ‘아이온’을 계기로 MMORPG 장르가 부각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FPS 장르는 국내에서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향후에도 흥행 가능성 높은 장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2009년 MO액션 장르와 실시간전략시뮬레이션(RTS) 장르의 도전
올해는 유독 MO액션 장르와 RTS 장르의 게임들이 눈에 많이 띈다. ‘드래곤네스트’와 ‘마비노기영웅전’이 필두로 많은 게임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사실 MO액션의 선구자는 ‘겟앰프드’다. 또한 최근 ‘던전앤파이터(던파)’의 흥행도 이러한 장르 유행에 한 몫 했다.
그러나 이들 게임을 단순히 ‘던파류’로 정의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막대한 개발비 투여와 실사적인 그래픽, 장대한 서사 구조 등이 MMORPG와 더 닮아있다. 미로형 던전을 비롯한 게임 방식이 유사하긴 하지만 차별화 포인트를 내세워 다름을 강조하고 있다.
갑자기 등장한 RTS 장르도 ‘워크래프트3’의 카오스 버전의 후속작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아발론온라인’과 ‘워크라이’ 등이 그렇다. 영웅을 키워 대결을 펼친다는 구조는 카오스와 흡사하지만, 유저들이 공짜로 즐길 수 있는 카오스 대신 이들 게임을 선택하게 하려면 뭔가 다른 차별화 포인트가 절실하다.
그래서 ‘아발론’ 같은 경우는 기존 ‘루니아전기’와 같은 스토리 모드를 도입했고, 협력 모드도 추가했다. 카오스만의 색채를 지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다른 모드에 대한 준비는 미흡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특정 장르의 유행에는 당연히 인기 게임이 존재한다. 때문에 이들 게임이 아류라는 꼬리표를 달고 가지만, 장르를 대표하는 게임이 되고 나면 그러한 논쟁은 자연 사라진다. 모든 MMROPG가 ‘울티마온라인’의 아류가 아니듯이 말이다.
유사한 게임들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서는 활발한 업계의 교류(?)도 한 몫 했다는 평가다. 유독 이직이 쉬운 업계 풍토상 기발한 아이디어가 잘 공유가 되어 버리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개발적인 의의가 있는 참신한 시스템만으로는 그 가치를 인정받기 힘들다는 지적이 있다는 것이다. 상업적인 성공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게임만이 그 장르를 대표한다는 것을 보면, ‘성공한 자가 모든 것을 갖는다’는 논리가 게임업계에도 통하는가 보다.
돌고 도는 게임 장르들. 올해 MMOPRG 장르의 득세 속에 어떤 장르가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낼지 지켜볼 일이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