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병열 PM은 지난해 11월 '천도'팀을 맡았다. 서글서글한 인상의 최 PM은 오래전부터 리자드의 궂은 일을 하던 안방마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기록 중인 '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는 느끼고 있었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데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었다.
고심 끝에 최 PM이 선택한 것은 '기존 이미지 탈피'였다. 지금까지의 천도와는 완전히 다른 게임을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변화시키기 대작업에 착수했고, 그렇게 9개월여가 흘렀다.
"천도'가 '봉신연의'를 컨셉으로 개발됐지만, 제대로 구현됐다고 말하기 힘든 부분이 많아요. 이런 상황에서 컨셉을 유지하기 보다는 아예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낫다고 평가했습니다. 요즘 등장하는 무협게임들과 경쟁을 벌이기 위해서도 전면적인 수정은 필요할 수 밖에 없었고, 그로부터 고생길이 시작됐죠."
30여명에 달하는 천도팀은 그때부터 야근이 일상이 됐다. 최 PM은 "취미가 뭐였지는 기억도 안나며, 주말에 쉬어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고 말로 엄청난 작업량을 설명했다.
'천도'는 '피의 관문'이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업데이트가 3차례 진행될 예정이다. 이것은 새로운 스킬체계와 캐릭터 변화, 게이머 편의시설, 레이드와 대규모 공성전 등 다채로운 콘텐츠들을 포함하고 있다.

◆ 리뉴얼 키워드 - 쉽고 재밌게
최병열 PM이 '천도' 리뉴얼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단어로 꼽은 것은 '쉽다'와 '재밌다'다. 서비스된지 3년이 지난만큼 요즘 흐름인 친숙한 인터페이스는 기본으로 탑재해야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고 기존 게임에서 필수 요소로 생각됐던 '이동' 이라는 개념까지도 삭제해 버렸다. 사냥하기도 바쁜 게이머들에게 괜히 '뛰게' 만들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앞으로 '천도'에서는 퀘스트를 수행하려고 일부로 NPC나 사냥터에 뛰어갈 필요가 없어집니다. 간단한 클릭하나만으로 관련 NPC와 사냥터로 바로 날아갈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캐릭터를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 퀘스트를 더 쉽고 편하게 즐길수 있도록 한 조치라는 설명. 나아가 캐릭터 레벨업 경험치도 하락시켜 성장 곡선도 기존보다 몇 배 빠르게 만들었다. 이외에도 그동안은 이동수단만 됐던 영수를 공격과 방어에 특화된 버프형 펫으로 변모시키는 등 게이머 편의시설을 대폭 추가했다.
◆ 시전시간 없는 마법사 스킬? 리듬액션으로 변화는 활 캐릭터?
리뉴얼로 스킬체계도 새롭게 바뀐다. 그간 '천도'는 간단하고 느긋한 키보드 조작만으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두 손이 쉴새없이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특정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 먼저 시전해야 하는 스킬이 생겨나고, 직업별로 스킬 조작방식이 달라지게 됩니다. 활캐릭터인 '궁귀'는 리듬액션게임처럼 타이밍을 맞춰 키보드를 조작하면 활을 땡기는 시간 없이 바로 쏠 수 있게 되고, 마법사 캐릭터는 미리 마법을 캐스팅 할 수 있는 스킬체계로 바뀌게 됩니다."
환타지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아침에 마법을 메모라이즈 하고 저녁에 사용하는 것'이 향후 '천도'에서도 가능하다는 말씀. 메모라이즈된 스킬은 시전시간이 아예 없어 갑자기 막강한 공격을 퍼붓고 사라지는 게릴라 부대로 활용될 가능성도 커졌다.
최 PM은 스킬체계 변경에 가장 큰 공을 들였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기존 게임이 가진 분위기를 유지해야 했기에 작업은 더 어려웠고 더뎠다고. 그런만큼 달라진 '천도'를 대표하는 콘텐츠며, 게이머들이 제일 먼저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테스트 반응 보고 서비스 방향 결정
'천도' 개발팀은 앞에서 설명한 콘텐츠 외에도 좋은 게임 아이템을 구할 수 있는 연무방 시스템을 보스가 등장하는 곳으로 변경하고, 관문전과 공성전을 추가하는 등 수많은 콘텐츠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일단 상용화 게임이지만 별도 테스트를 거쳐 게이머들의 반응을 보기로 결정했다. 이 반응에 따라 업데이트 여부와 향후 서비스 방향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인터뷰에 동참한 정재훈 국내사업실장은 "확장팩으로 공개가 되지만 테스트 결과에 따라서 별도 서비스를 할 수도 있다"고 밝힌 것.
기존 게이머들을 만족시키면서 신규 게이머들의 유입을 꾀할 수 있는 방식으로 후속작 서비스와 별도 서비스, 일반 업데이트 적용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 중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십이지천2' 모델과 유사하다. 2008년 가장 성공한 무협게임인 '십이지천2'도 처음에는 '십이지천'의 확장팩 개념으로 개발되다 후속작으로 서비스되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천도' 역시 롤모델로 '십이지천2'를 삼고 있지만, 아예 업데이트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염두해 두고 있다고.
최 PM은 "지금까지 '천도'를 즐겨주신 분들은 비교적 연령대가 높은 게이머들"이라며, "이들이 없었다면 지금 '천도'도 없었을 만큼 새로워진 콘텐츠에 대한 평가를 냉정히 받겠다"고 말했다.
◆ 새로운 모습의 '천도'를 기억시키겠다
최 PM은 중국산 무협게임들이 대거 유입되는 올해 게임시장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 그간 정통무협게임은 주류장르가 아니었으나, 올해를 기점으로 위상 변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기술력에서 우리에게 한참 뒤쳐졌기에 무시했던 중국업체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도 높였다.
"국내에서는 정통무협게임이 비주류로 대접 받지만 언제나 수요는 있어 왔습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그 수요층 마저도 중국업체들이 흡수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 업체들의 기술력과 창의력이라면 이를 막아내는 것은 물론 무협게임의 본고장인 중국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천도'가 '봉신연의'를 테마로 삼은 것은 무협의 본고장인 중국에서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서다. 리자드는 광통과 '천도'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으나, 광통이 CDC에 인수되면서 서비스도 물거품이 됐다.
하지만 최 PM은 무협의 본고장인 중국에서 천도가 서비스되는 꿈을 접지 않았다. 이를 위해 리뉴얼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쳐 '천도온라인'이라는 이름을 국내 게이머들에게 각인시키겠다는 각오다.
최병열 PM은 "올해 연말까지 이뤄지는 세 번의 업데이트로 지금까지의 '천도'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천도'라는 이름을 기억해달라"는 말로 인터뷰를 가름했다.
정리=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