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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삼성 임원들, 게임 배우기 열풍

1996년 '바람의나라'로 시작된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이 어느새 10년을 훌쩍 넘었습니다. 그 동안 게임산업을 옥죄는 많은 규제들이 있었지만 한국 온라인 게임은 세계 1등 상품이 됐고 산업규모도 3조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데일리게임은 10년 전 이슈들을 정리해 지난 과거를 되돌아 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편집자주>

◆ 2001년 6월 13일(수): 담배인삼공사, 온라인게임 사업 진출

10년 전 ‘게임이 돈이 된다’는 말이 퍼지면서 대기업들이 게임사업에 속속 진출했습니다. 재계 1위 삼성을 비롯해 공기업이었던 담배인삼공사까지 온라인게임 사업에 눈독을 들였죠.

결과부터 말씀 드리면, 게임사업을 잘 이해하지 못한 대기업들은 적자만 안은 채 철수했습니다. 유일하게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대기업은 넷마블을 인수한 CJ그룹 정도가 되겠네요. 담배인삼공사가 게임사업을 진행했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워 이 기사를 소개해 드립니다.

한국담배인삼공사가 사내 벤처 드림포트(대표 권영민)를 통해 온라인게임 시장에 본격 진출했습니다.

13일 드림포트 관계자는 온라인게임 개발 전문 업체 제이씨엔터테인먼트와 게임 사이트 구축운영에 관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 대규모 커뮤니티 게임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습니다.

드림포트와 제이씨엔터테인먼트(대표 김양신)는 2003년까지 80억원의 비용을 투입해 공동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며, 1차로 개발되는 커뮤니티게임 해피시티는 아바타를 통해 가상 도시 안에서 사이버 라이프를 즐길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으로, 올 9월 베타 서비스를 목표로 잡았습니다.

특히 해피시티는 제이씨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고 있는 조이시티와 연계해 온라인 게임 최초로 상호 연동형 커뮤니티 게임 사이트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온오프라인 사업을 병행할 계획이었습니다.

드림포트와 제이씨엔터테인먼트는 각각 이 사업 비용의 절반씩을 부담하게 되며, 드림포트가 게임사이트 구축에 필요한 실비와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담당하고, 제이씨엔터테인먼트는 게임 개발에 필요한 기술인력 및 운영 노하우를 제공했습니다.

한편 한국담배인삼공사는 자체 유통망을 통해 드림포트의 게임 사업을 지원하게 되며, 17만 판매점을 활용한 게임 캐릭터 및 콘텐츠 유통 사업에도 나설 계획이다..

◆ 2001년 6월 14일(목): 엔씨소프트, 게이머에게 피소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로 자리잡은 ‘리니지’는 경제적 효과 외에도 숱한 소송으로 화제가 된 게임입니다. 아이템 현금거래라는 시장을 활성화 시키면서 온라인게임의 역기능을 도드라지게 한 것도 ‘리니지’ 였습니다.

10년 전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서버점검 때문에 차지한 성이 사라졌다며 소송을 제기한 게이머의 사연이 화제가 됐습니다. 지금은 이 정도 내용만 들어도 ‘아, 대충 이런 사연이구나’라고 알 수 있었지만, 당시에만 하더라도 게임 때문에 법적분쟁이 일어난 사례로 이를 설명하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었습니다.

온라인게임 ‘리니지’를 이용하는 한 게이머가 이 게임의 서비스 업체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을 제기한 게이머는 ‘리니지’ 게임 동호회인 '혈맹'을 이끌고 있는 안현(31세서울 도봉동) 씨로, 서버 재 가동으로 사라진 성을 돌려달라며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13일 서울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안씨가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성은 ‘리니지’ 게임 상에 존재하는 가상의 건물로 에피소드 8편에 등장하고 있는 ‘기란’이란 이름의 성입니다. ‘리니지’에서는 정기적으로 공성전(성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혈맹 간의 전투)을 개최하는데, 지난달 29일 안씨가 군주로 있는 혈맹이 공성전을 승리해 기란성을 차지했습니다.

문제는 ‘리니지’ 운영팀이 프로그램 상에 버그가 발생했다며 게임 서버를 재부팅하면서 발생했습니다. 서버가 초기화가 되면서 안씨 혈맹의 승리가 무효가 됐기 때문입니다.

엔씨소프트 측은 성을 돌려 달라는 안씨의 요구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로 일축했습니다. 그러나 안씨는 성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손해 배상금 2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충격을 던져줬습니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 게임 아이템이나 캐릭터가 현물로 거래된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며, “게임을 단순히 청소년들의 놀이로만 보고 방치하는 것은 위험한 일인 듯 하다”고 말했다네요.

◆ 2001년 6월 15일(금): 삼성 임원, 게임 배우기 열풍

설마 이런 일이 있었나 싶겠지만, 실제로 10년 전 삼성은 게임사업을 강화하면서 임원들에게 게임 배우기를 시행한 바 있습니다.

지금은 게임을 하면 ‘짐승뇌’가 된다 등으로 난리치는 일부 계층에서,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 임원들도 게임을 배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떨까요. 어쩌면 삼성이 게임사업에서 계속 성공해 게임 배우기를 지금까지 이어왔으면 좋겠다는 아쉬움도 들게 하는 기사입니다.

6월초 삼성전자 마케팅연구소가 사내 임원 교육을 위해 마련한 e-비즈니스 교육 과정에 게임 과목을 신설하면서, 사내에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전략 사업의 일환으로 국제 사이버 게임 올림픽을 추진하는 등 게임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전사적으로 게임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으나, 임원들의 경우 실질적으로 게임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 별도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습니다.

임원들의 교육과 훈련은 삼성전자 프로게임 팀 칸 맴버들이 맡았습니다. 나이든 임원들에게 게임을 즐기는 세대를 이해하고 그들과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입니다.

게임 교육은 이론 강의로 시작해서 실습으로 이뤄졌습니다. 강의 내용은 국내외 게임 산업 동향이나 게임 산업의 미래 등 다양한 주제가 다뤄졌으며, 선택된 주제를 둘러싸고 수강생인 임원들과 강사인 프로게이머 사이에 토론을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이어지는 시간은 실제로 게임을 설치하고 플레이해 보는 시간입니다. 임원들이 배워야할 게임은 삼성전자에서 마케팅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국산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임진록2’. 프로게이머들은 임원들에게 1대 1로 게임을 가르쳐 준 후 직접 대진도 벌였습니다.

지난주에 게임 강좌를 수강했던 공영화 삼성전자 자동화시스템 사업부 부장(45)은 “이번 교육을 통해 삼성전자가 지향하는 디지털 사업에서 앞으로 게임 컨텐츠가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거라는 것을 느꼈다”며, “짧은 시간이지만 게임 컨텐츠를 직접 접함으로써 이 사업의 중심에 있는 젊은 세대의 문화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수강 소감을 밝혔다.

삼성전자의 임원 대상 게임 교육은 매주 1회씩 석 달 동안 진행해 왔으며, 올 연말까지 약 200여명의 간부들을 추가로 교육할 방침이었습니다.

◆ 2001년 6월 17일(일): 연예인 게임단 EEG' 7월 창단

온라인게임을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많은 건 아시죠? ‘나는가수다’의 MC를 맡았던 가수 이소라가 열성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게이머라는 것이 최근 다시 부각되면서 조명을 받기도 했습니다. 연예인들이 자발적으로 게임단을 만드는 일도 많았는데요, 10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배용준, 이휘재, 김국진, 김원중, 등 인기 연예인 30여명이 모여 내달 말 연예인 게임단 EEG(Entertainer Game Grup)를 창단할 예정입니다.

가수 황치훈이 결성을 추진해 온 'EEG'에는 이들 외에도 DJ DOC, 샤크라, 컬트 삼총사, 쿨, 플라워, 티티마, 디바, 김용만, 김진수 등이 참가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EEG'가 결성되면 연예인프로게이머팬들이 함께 참여하는 게임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며, 게임 업체를 비롯해 기업 광고를 통해 얻은 수익금을 불우 이웃돕기에 사용한다는 방침이었습니다.

◆ 2001년 6월 20일(수): 엔씨, 대만에 엔씨감마니아 설립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는 20일 대만 최대의 게임개발 유통사인 감마니아디지털엔터테인먼트사와 홍콩내에 합작법인 엔씨감마니아(NC-Gamania.Co.Ltd)를 설립했다고 밝혔습니다.

합작법인 엔씨감마니아의 자본금은 2000만 홍콩달러(한화 약 33억원)이며 엔씨소프트가 지분의 51%, 감마니아가 49%를 가졌습니다. 20일 엔씨감마니아는 현지에서 개소식과 함께 ‘리니지’를 공식 발표했으며, 리니지는 홍콩에서 7월부터 정식서비스에 돌입했습니다.

김택진 사장은 “리니지의 홍콩 진출은 대만, 미국에 이어 3번째로 진출하는 해외시장이며 중국 대륙 진출의 교두보가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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