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드워드 후작의 마차에 동승한, 마치 새끼곰과 너구리를 섞어놓은 듯 보이는 생명체는 당당하게 발렌시아드 연맹의 일익을 담당하는 포포리 종족이었다. 포포리는 숲의 정령 일족으로 외모와 달리 뛰어난 지능을 지닌 고위 지성체였다.
“그나저나 고민이로구려. 과연 아케니아 혈족이 우리의 동맹 제의를 수락할지 말이오. 어떻게 보시오? 럼스테드 경”
럼스테드라 불린 포포리족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염려 마십시오. 아케니아 혈족은 틀림없이 동맹을 수락할 것입니다. 비록 외모는 험악하지만 온순하며 자연을 사랑하는 종족으로 보였으니까요”
발렌시아드 연맹은 인간과 하이 엘프, 그리고 포포리족과 포포리족의 여성체인 엘린 등, 유사인종들이 서로 힘을 모아 결성한 연합체이다. 오직 뛰어난 문화와 지성을 지닌 유사인종들만이 참가할 수 있는 연맹이었다. 최근 들어 포포리족의 중재로 고대 거인족의 일맥인 바라카족이 참여하여 샤라와 아룬 두 대륙에 조금씩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훗날 발키온 연합의 전신이 되는 동맹체이기도 했다.
현재 두 대륙은 아직도 질서가 잡히지 않아 매우 혼란했다. 곳곳에 몬스터와 마수들이 창궐해 여행자들의 목숨을 노렸다. 모든 것이 신들의 전쟁으로 인한 여파였다. 신들의 전쟁으로 두 대륙은 몸살을 앓아야 했다. 전쟁 과정에서 많은 신들이 소멸되었다. 소멸된 신들의 힘은 고스란히 그들을 섬기던 권속들에게 전해졌다.
게다가 이곳은 얼음으로 뒤덮인 아룬 대륙 최남단의 오지다. 불과 6개월 전에야 발렌시아드 연맹에 속한 일단의 정찰대도 처음 발을 들였다. 임무는 과거 이곳을 지배하던 얼음 거인들의 동향을 살피는 것이었다. 그리고 정찰대는 곧 기괴한 생명체와 맞닥뜨렸다.
2미터를 훌쩍 넘어서는 키에 근육질의 당당한 덩치, 비늘로 뒤덮인 피부를 지닌 무시무시한 생김새의 괴 생명체와 조우한 정찰대는 매우 놀랐다. 생김새만으로는 몬스터에 버금가는 공포감을 안겨주는 존재였다.
발렌시아드 연맹이라는 자부심으로 정찰대는 탄탄한 판금갑옷으로 무장한 전사들을 앞세워 괴 생명체를 공격해 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뜻밖의 사실이 드러났다. 험악한 생김새와는 달리 괴 생명체들은 매우 겁이 많았다. 정찰대가 공격해 들어가자 그들은 무기를 내팽개치고 도주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에 용기를 얻은 전사들이 추격을 시작했고 후방에서는 마법사와 궁수들이 일제사격을 가했다. 그 결과 괴 생명체 둘을 죽이고 하나를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붙잡힌 괴 생명체는 즉시 후방으로 호송되었다. 그 과정에서 뜻밖의 사실이 발견되었다. 무시무시한 생김새와는 달리 괴 생명체는 인간과 버금가는 지능을 가진 유사인종이었다. 독자적인 언어와 문명을 가진 지성체였던 것이다.
포포리족에게는 지성을 가진 모든 종족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능력이 있다. 그 능력에 힘입어 발렌시아드 연맹은 괴 생명체를 심문했고 마침내 정체를 밝혀냈다. 괴 생명체는 ‘아만’이라 불리며 오랫동안 얼음 거인의 노예로 살아온 종족이었다. 사로잡힌 포로는 아만 종족 중 자신들을 아케니아 혈족이라 지칭하는 아만족이었다.
“우리는 오랫동안 얼음 거인의 노예로 지내다 불과 얼마 전 해방되었소”
발렌시아드 연맹은 고민에 사로잡혔다. 새로이 발견된 아케니아 혈족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 결정을 내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