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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A 아만전사 카르고 <4> - 발렌시아드 연맹, 아케니아 혈족을 발견하다(4)

발렌시아드 연맹, 아케니아 일족을 발견하다(4)

아케니아 혈족의 대제사장 레칸은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각 일족들을 관장하는 제사장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레칸은 바로 조금 전 발렌시아드 연맹의 사절인 에드워드 후작을 면담하고 온 상태였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레칸의 질문에 제사장들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오랫동안 얼음 거인의 노예로 지낸 세월이 그들에게서 아만 종족의 자신감을 앗아가 버린 것이다.

아케니아 혈족은 무려 수백 년 동안 얼음 거인의 치하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했다. 그 사이 얼음 거인들은 그야말로 철두철미하게 아케니아 혈족을 관리했다.
얼음 거인들이 아케니아 혈족을 손아귀에 넣고 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전투 계급들을 몰살시켜버리는 일이다. 그 때문에 과거 맹위를 떨치던 아케니아 혈족의 전투신관과 전사들은 그 명맥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남겨진 자들은 몇 안 되는 지배계층과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계층뿐이었다.

아케니아 혈족의 사회는 개미와 그 구조가 흡사했다. 태어날 때부터 역할이 엄격히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중 얼음 거인의 지배를 받는 동안 전투가 가능한 계층만이 씨가 말라버렸다. 위협이 되는 존재를 그야말로 철저하게 말살해버린 것이다. 그 구조는 얼음 거인의 지배에서 벗어나고 나서도 쉽사리 변하지 않았다.


레칸이 조심스럽게 에드워드 후작이 긴 시간을 들여 제시한 발렌시아드 연맹의 제의 내용을 설명했다.

"일단 발렌시아드 연맹에서는 우리에게 거주할 땅, 그리고 식량을 제공해주기로 했소. 척박한 얼음산이 아닌 강이 흐르는 풍요로운 땅을 말이오. 그리고 우리가 이주하는 동안은 물론 그 이후에도 병사들을 파견해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겠다고 했소"

조용히 레칸의 말을 듣고 있던 제사장 하나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습니까? 아무런 이유 없이 호의를 베풀지는 않을 것 아닙니까?"

"발렌시아드 연맹은 땅과 안전을 제공하는 대가로 노동력을 요구하고 있소. 우리에게 제공할 땅 근처에는 많은 광산들이 있소. 그곳에서 광석을 채굴한 뒤 그중 일정량을 바치라고 했소. 또한 주기적으로 일꾼들을 파견해 노역을 해달라는 요구를 해왔소"

어찌 보면 상당히 굴욕적인 제안일 수도 있었다. 그 말대로라면 얼음 거인 치하에 있던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그러나 그 말에 아케니아 혈족의 제사장들은 도리어 안색을 환하게 밝혔다. 그 정도라면 늘 해오던 것이기도 하니 하지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현재 아케니아 혈족의 사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어 가고 있었다. 얼음 거인이 물러간 이후 지속적으로 얼음이 녹고 있기 때문에 거주가 가능한 지역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었다. 게다가 고질적인 식량부족 문제가 계속해서 아케니아 혈족을 괴롭히고 있었다. 인구가 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판국이었다.

아케니아 혈족이 처한 상황과 발렌시아드 연맹의 제의를 거듭 생각해 보던 제사장들이 하나둘 조심스럽게 동의를 표했다.

"그 정도라면 발렌시아드 연맹의 제의를 받아들여도 될 것 같습니다"

"어차피 일손이 남아도는 형국입니다. 굶주림으로 인해 어린아이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습니다"

발렌시아드 연맹의 제의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시하는 제사장은 한 명도 없었다. 결국 레칸은 결정을 내렸다.

"알겠소이다. 그러면 발렌시아드 연맹의 제의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하겠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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