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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A 아만전사 카르고 <8> - 발렌시아드 연맹, 아케니아 혈족을 발견하다(8)

발렌시아드 연맹, 아케니아 일족을 발견하다(8)

얼음기둥 사이로 눈에 익은 사체가 널려 있었다. 덩치가 큰 아케니아 혈족보다도 족히 몇 배나 큰 거대한 얼음 거인들의 시신들이 여기저기에 널려 있었다. 하나같이 머리가 갈라지고 가슴이 쪼개어져 속 내용물을 훤히 드러내고 있는 얼어붙은 시신들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아케니아 혈족 최후의 전사들에 의해 죽은 얼음 거인들인 것 같았다.
파야곤의 발걸음이 서서히 빨라졌다. 말로만 들었던 아케니아 혈족 전사의 실체를 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얼음 거인들의 시체가 즐비하게 쌓인 너머로 또다시 시커먼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파야곤이 머뭇거림 없이 통로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얼음 거인들의 시체는 더 이상 발견되지 않았다. 정황을 보니 통로 안쪽으로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한 것 같았다. 통로로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침내 파야곤의 발걸음이 멈춰졌다. 드디어 할아버지로부터 들었던 아케니아 혈족 전사를 발견한 것이다.

통로의 안쪽에는 자그마한 공동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공동의 절반은 얼음으로 덮여 있었다. 속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투명한 얼음, 그것은 바로 얼음 거인들의 마법에 의해 창조된 얼음이었다.
얼음 속에는 십여 명의 아케니아 혈족이 갇혀 있었다. 파야곤이 떨리는 눈빛으로 생전 처음 보는 동족 전사들을 쳐다보았다. 하나같이 무기를 굳건히 움켜쥐고 눈을 부릅뜬 전사들의 생김새는 사뭇 생소했다. 체구가 크기로 소문난 아케니아 혈족의 평균을 웃돌 정도로 덩치가 당당했으며 검은 빛이 감도는 딱정벌레의 껍질처럼 보이는 갑옷으로 전신을 감싸고 있었다. 수는 모두 십여 명 정도.

얼음에 갇힌 전사들을 넋이 나간 듯 쳐다보던 파야곤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참!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그가 급히 배낭 속에서 수정구를 꺼냈다. 열대여섯 개 정도 되는 수정구를 꺼낸 파야곤이 망설임 없이 얼음 기둥에 대고 작동시켰다. 수정구가 부르르 떨리며 붉게 달아올랐다. 동시에 전사를 뒤덮고 있던 얼음 기둥이 급속도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가루가 되어 부스러지는 얼음 기둥 사이로 전사의 강인한 육신이 드러났다. 그러나 파야곤의 안색은 금세 어두워졌다. 대기 중에 드러나는 순간 전사의 육신이 얼음기둥과 함께 부스러져버린 것이다. 산산이 부스러진 전사의 잔해를 보며 파야곤이 망연자실해했다.

“어떻게 된 것이지? 깨우는 방법이 틀린 것인가?”

오랫동안 그들을 지배했던 얼음 거인들은 마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했다. 잘못을 저지른 노예를 얼음 기둥에 가둬두었다가 몇 년 뒤에 풀어주는 모습을 파야곤은 지금껏 여러 번 목격했다.

“너무 오래 되어서 이미 죽어버린 것일까? 아니면 죽은 상태로 냉동된 것인가? 도저히 알 도리가 없군”

파야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오직 한 가지뿐이었다. 계속해서 수정구를 사용해 전사를 깨우는 시도를 하는 것. 그러나 얼음기둥에 갇혀있는 전사들은 수정구를 사용하기가 무섭게 부스러졌다. 한 구, 한 구 부서지는 전사를 보며 파야곤이 눈초리를 파르르 떨었다.

“할아버지의 바람일 뿐이었나? 아케니아 혈족은 영원히 전사의 혈통을 잃어버리고 만 것인가?”

마침내 파야곤은 마지막 남은 얼음기둥 앞에 도착했다. 공교롭게도 남은 수정구는 오직 하나뿐이었다. 파야곤이 침을 꿀꺽 삼키며 마지막 얼음기둥 안의 전사를 쳐다보았다. 덩치가 당당한 전사는 다른 전사들과는 달리 눈을 꼭 감고 마치 자는 듯 얼음에 갇혀 있었다. 파야곤이 떨리는 손으로 수정구를 들어 작동시켰다. 이것마저 실패한다면 아케니아 혈족 전사의 혈통은 영원히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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