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츠츠츠츠'
'콰지지직'
잠시 후, 이전처럼 갑옷 표면에 균열이 생기는 것을 본 파야곤이 눈을 질끈 감았다. 역시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곧이어 뭔가 부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파야곤의 발치로 쏟아졌다. 보나마나 부스러진 전사의 육신일 거라 생각한 파야곤이 힘없이 한숨을 내쉬며 눈을 떴다. 순간 그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아니?”
놀랍게도 다른 전사들과 달리 마지막 전사의 육신은 부스러지지 않았다. 부스러진 것은 전사가 몸에 걸치고 있던 갑옷뿐이었다. 들고 있던 무기 역시 산산이 부서지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러나 벌거벗은 전사의 육신은 멀쩡했다.
“어, 어쩌면?”
잠시 후 마치 심연에서 토해지는 듯한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후우…… 후우흠……”
보고 있던 파야곤에겐 마치 신계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나 다름없었다. 오랜 세월 잠들어있던 전사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했다. 호흡이 점점 커지며 전사의 전신을 뒤덮은 근육이 미미하게 경련했다. 그리고 그가 지켜보던 사이 전사가 마침내 눈을 떴다.
'번쩍'
바로 앞에서 전사의 안광을 접한 파야곤이 저도 모르게 흠칫 놀라 뒤로 물러났다. 전사의 눈에서 흘러나오는 안광은 그 정도로 강렬했다. 파야곤이 본 것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듯한 붉은 눈동자였다. 통상적으로 회백색이나 연초록색인 아케니아 혈족의 눈동자와는 확연하게 다른 눈빛이었다.
마치 적응하려는 듯 빠른 속도로 눈을 깜빡이던 전사의 눈에 서서히 초점이 맺혔다. 그리고 붉게 빛나는 눈빛이 파야곤에게로 쏟아졌다.
“너는 누구지?”
착 가라앉은 음성이 귓전을 파고들었다. 굵직한 음성에는 힘과 자신감이 역력히 배어 있었다. 파야곤은 자신도 모르게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아케니아 혈족의 마지막 전사를 뵙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머나먼 후손이 선조를 뵙습니다”
오랜 잠에서 깨어난 전사는 심유한 눈빛으로 꿇어 엎드린 파야곤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 이름은 카르고다”
“네 카르고님. 우선 시장하실 텐데 요기라도 하십시오”
카르고라고 이름을 밝힌 전사는 파야곤이 내민 마른 고기를 조금씩 뜯어먹었다. 가죽 주머니에 담아온 물도 마셨다. 그러는 사이 파야곤은 그동안 아케니아 혈족이 겪은 일들을 하나둘씩 들려주었다. 오래 전에 봉인되었다 깨어난 전사에게 해줄 말은 많고도 많았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그리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