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sports

TERA 아만전사 카르고 <18> - 아케니아 혈족의 마지막 전사(4)

아케니아 혈족의 마지막 전사(4)

그녀는 새로운 동료들과 함께 여섯 달가량 필드를 돌아다녔다. 사냥이 가능해 보이는 만만한 몬스터는 사냥하고 버거워 보이는 마수는 회피하면서 영리하게 필드를 누볐다. 그동안 그녀의 역할은 극히 미미했다. 심지어 힘들게 캐스팅한 화염구가 이미 죽어버린 몬스터의 몸에 작렬할 때도 있었다. 당연히 동료들로부터 불만을 샀지만 리더인 라빈이 적극적으로 비호해 주었기 때문에 파티에서 내쫓기는 수모는 겪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세실리아는 상당히 성장할 수 있었다. 몬스터 사냥에서 제 몫을 해낼 리는 없었지만 그래도 몬스터가 죽으며 내뿜는 신력은 충실하게 그녀의 몸에 쌓였다. 이대로 간다면 제대로 된 마법사로 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동료들과 함께 필드를 누빈 지난 시간은 세실리아에겐 더없이 행복했다. 시도 때도 없이 치근덕거리는 라빈이 귀찮기는 했지만 견디기 힘들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싹싹하고 애교 많은 세실리아의 태도에 다른 동료들도 조금씩 마음의 벽을 허물고 있었다.

‘이대로 간다면 진짜 마법사가 될 수 있어’
그런 그녀의 희망이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렸다.

어젯밤 그녀의 파티는 느닷없는 기습을 받았다. 상대는 몬스터가 아니었다. 그녀와 같은 인간 종족의 노예 사냥꾼들이 그들에게 눈독을 들인 것이다. 리더인 라빈은 너무도 어이없이 죽어버렸다. 얼굴에 칼자국이 새겨진 흉측한 노예 사냥꾼의 칼날 아래 몇 합 싸우지도 못하고 목이 날아갔다. 언제나 일행이 먹을 짐승을 풍족하게 잡아오던 두 궁수 피레와 브랜든도 화살 한번 제대로 날리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큰언니 역할을 하며 항상 동료들을 다독이던 사제 엘레나는 적 마법사가 날린 화염구에 맞아 산 채로 불타버렸다. 그동안 세실리아는 캐스팅조차 하지 못하고 벌벌 떨고만 있었다.

결국 동료들은 모두 죽고 세실리아는 유일한 포로가 되어 나무에 묶인 신세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노예 사냥꾼의 입을 통해 자신이 마법으로 기억이 지워진 뒤 비밀리에 운영되는 노예 경매장에 올려질 것이란 말을 들은 그녀는 필사적으로 애걸하려 했다.



“제, 제발 용서해 주세요. 노예는 제발……”

그렇지만 무정한 노예 사냥꾼들은 그녀의 입까지 막아버렸다.

‘안 돼! 노예로 팔릴 수는 없어!’

끊임없이 도리질을 쳤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제 그녀는 이변이 없는 한 노예가 되어 돈 많은 늙은이의 욕정을 채워주는 도구가 되고 말 것이다. 상심한 세실리아는 고개를 푹 숙였다.

불침번을 서던 발락이 묶여 있는 세실리아를 힐끔 쳐다보았다. 확실히 쉽게 보기 힘든 미모였지만 그는 이미 마음을 비운 상태였다.

‘예쁘긴 하지만 이 많은 수입을 포기할 순 없지’

그때 발락의 눈썹이 꿈틀했다. 이곳으로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를 들은 것이다. 그가 입술을 모으자 난데없이 산새 소리가 울려 퍼졌다.

'뽀로로록'

숙련된 노예 사냥꾼답게 미하엘 일행은 재빨리 반응했다. 상체를 일으킨 미하엘이 무기 손잡이를 움켜쥐었고 도미니크는 지팡이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궁수인 폴 역시 시위 가득 화살을 메겼다. 그런 그들의 귓전으로 발락의 나지막한 음성이 파고들어갔다.

“인기척이다. 누군가가 접근하고 있다. 소리를 볼 때 몬스터는 아니야”

필드에서 잔뼈가 굵은 전사 출신답게 발락이 재빨리 상대의 정체를 추정했다. 그의 판단은 비교적 정확했다. 잠시 후 모닥불 불빛 사이로 거무튀튀한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을 본 미하엘의 눈매가 가늘게 좁혀졌다.

“아만족이잖아?”

모닥불로 접근한 불청객은 바로 아만족이었다. 그들이 붙잡아야 할 목표물이 제 발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Copyright ⓒ Dailygame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데일리랭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