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카르고에게로 미하엘과 발락이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입을 다문 도미니크는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궁수인 폴은 이미 시위 가득 화살을 메긴 상태였다. 미하엘이 자신들을 마주한 카르고를 향해 비아냥거렸다.
“어느 누구도!”
카르고의 입술이 벌어지며 낮지만 위협적인 음성이 흘러나왔다.
“우리 아만족을 노예로 삼을 수 없다”
말을 마친 카르고의 몸이 쏜살같이 쏘아졌다. 너무나도 빠른 속도였기에 미하엘은 흠칫 놀랐다. 아만족은 힘만 좋을 뿐 움직임 자체는 굼뜬 종족이다. 그런데 카르고가 움직이는 속도는 숙련된 전사보다도 더 빨랐다. 카르고가 덮쳐가는 방향을 살핀 미하엘이 소리쳤다.
“조심해! 발락!”
“이, 이놈 힘이 장난이 아니야!”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카르고가 도끼채로 그를 밀었다. 발락의 몸이 와락 뒤로 밀쳐졌다.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는 발락의 목을 카르고가 육중한 팔뚝으로 휘어 감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미하엘과 도미니크는 카르고의 움직임조차 제대로 식별하지 못한 채였다.
'우두둑'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발락이 혀를 길게 빼어 물었다. 목이 흐느적거리는 발락의 시체를 던져버린 카르고가 도끼를 오른손에 쥐었다. 순간 시퍼런 섬광이 카르고의 어깨를 노리고 파고들었다. 바짝 긴장하고 있던 폴이 날린 화살이었다. 그러나 카르고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발락의 도끼를 들어 화살을 튕겨냈다. 이어 두 발이 더 날아왔지만 역시나 허공에 튕겨나갔다.
'촤아앙!'
부릅뜬 카르고의 눈은 살기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아만족을 노예로 삼으려는 죄는 사형에 해당한다. 이제부터 처형을 집행하겠다”
“나쁜 새끼! 죽여 버리겠어!”
버럭 고함을 지른 미하엘이 달려들어 대검을 휘둘렀다. 숙련된 노예 사냥꾼임을 입증하듯 그의 검격에는 힘이 충실히 실려 있었다. 속도 또한 나무랄 데 없이 빨랐다. 그러나 일전의 리퍼처럼 상대가 나빴다. 그의 앞에 선 자는 마지막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아케니아 혈족의 마지막 전사였다.
'푸캉!'
섬광이 교차하는 순간 미하엘은 손목이 뒤틀리는 듯한 통증에 얼굴을 찡그렸다. 아만족의 힘은 상상 이상이었다. 입술을 깨문 미하엘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힘 하나는 좋군! 하지만 속도까진 그렇지 않겠지?”
대검의 손잡이를 짧게 고쳐 잡은 미하엘이 빠른 공격을 시도했다. 현란한 공격으로 상대의 허점을 유도해내는 것은 미하엘이 가장 자랑하는 장기 중 하나였다. 그러나 카르고의 속도는 전혀 미하엘에게 뒤떨어지지 않았다. 아니 월등히 빨랐다. 사방으로 난무하는 미하엘의 검영을 무표정한 얼굴로 일일이 쳐낸 카르고의 입가에 마침내 차디찬 미소가 걸렸다.
“네 실력은 충분히 보았다. 이제 가거라”
그의 말이 끝나는 순간 미하엘의 대검 중단이 그대로 부러져나갔다. 카르고가 순간적으로 도끼에 힘을 밀어 넣은 것이다. 대검이 부러지며 시커먼 것이 머리를 파고드는 것을 느낀 미하엘이 사색이 되어 고함을 질렀다.
“아, 안 돼!”
그는 비명조차 끝맺지 못했다. 도끼에 맞아 머리가 쪼개진 시체는 말을 할 수 없는 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