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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A 아만전사 카르고 <22> - 아케니아 혈족의 마지막 전사(8)

아케니아 혈족의 마지막 전사(8)

다른 상황이었다면 세실리아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꼬박 하루를 굶은 탓에 배에서 연신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났다. 게다가 그녀는 마법사다. 통역 마법 정도는 충분히 가능했다.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킨 세실리아가 목이 돌아간 채 널브러진 도미니크에게 다가가 그녀의 마법 지팡이를 집어 들었다. 다행히 마법 지팡이에는 아만족의 언어패턴이 입력되어 있었다. 그 상태로 통역 마법의 캐스팅을 마친 세실리아가 몸을 떨며 모닥불로 접근했다.

아만족이 고개를 돌렸다. 조금 전 인간 네 명을 저 세상으로 보낸 존재답지 않게 붉게 빛나는 눈빛이 너무도 차분했다.

“용건이 있나?”
아만족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안 세실리아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너무나 배가 고파요. 고, 고기를 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카르고가 큼지막한 노루 허벅지를 뜯어 내밀었다. 서둘러 받아든 세실리아가 게걸스럽게 노루고기를 뜯어먹기 시작했다. 하도 배가 고파서 지금은 체면 따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어느 정도 고기를 뜯어먹고 나자 겨우 정신이 들었다. 그러자 악명 높은 노예 사냥꾼들을 순식간에 해치운 아만족에 대한 호기심이 슬며시 고개를 쳐들었다. 그새 경계심도 조금 사라져 있었다. 어쨌거나 노예로 팔려갈 운명의 자신을 구해준 것은 눈앞의 덩치 큰 아만족이었다.

“구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어요”

“고마울 것 없다. 적을 말살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행한 일일 뿐”

“저자들은 악명 높은 노예 사냥꾼들이었어요. 제 동료들도 모두 저들의 손에 죽었지요. 저들을 모두 죽이다니 정말 대단해요”


카르고는 대꾸하지 않고 먹기만 했다. 애초에 모닥불을 보고 접근한 것도 배가 고팠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미하엘 일행과 싸우는 과정에서 시장기가 더욱 짙어진 참이다.

대답 없는 카르고를 보며 세실리아는 재빨리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지금 그녀는 끈 떨어진 연 신세였다. 혼자 필드로 나간다면 채 5분도 버티지 못하고 몬스터의 먹이가 될 것이다. 동료들은 모두 죽었고 그들을 죽인 노예사냥꾼들 역시 시체가 되어버렸다. 다시 레나르로 가기 위해서는 이 아만족과 반드시 동행해야 한다는 결론뿐이다.

‘보아하니 그리 포악한 것 같지는 않군. 그나저나 놀라워. 유순하고 힘만 세다고 알려진 아만족이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베테랑 전사 두 명과 마법사, 그리고 궁수 하나가 포함된 파티를 홀로 전멸시킬 수 있는 전사는 결코 흔하지 않다.

마음을 정한 세실리아가 입을 열었다.

“아까 듣기로 레나르 시로 간다고 들었어요. 그동안 저를 동료로 삼아주시면 안될까요?”

그 말에 카르고가 고개를 돌렸다. 입가로 흰 선이 그어지는 것을 보니 웃는 모양이었다.

“우리 아케니아 혈족은 오직 자격이 되는 자만 동료로 삼는다. 내 관점에서 너는 그 범주에 해당하지 않아”

카르고가 더 이상 볼일이 없다는 듯 몸을 일으켰다.

“목숨을 살려주었으니 나머지도 책임지라는 말은 하지 말도록. 널 데리고 가면 레나르까지의 여정이 족히 며칠은 더 걸릴 것이다”

세실리아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곳에서 버림받는다면 그녀의 운명은 보지 않아도 뻔했다.

“제, 제발 부탁드려요. 이곳에 남겨지면 죽을 수밖에 없어요”

“그것 또한 네 운명이겠지. 전사라면 의당 자신의 손으로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법. 길을 따라 이틀 정도 쭉 올라가면 관문 경비병들이 있다. 레나르까지 혼자 가는 것보다 차라리 그게 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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