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실리아는 필드에 나온 지 불과 여섯 달 만에 파티의 생존법칙을 깨우쳤다. 그동안 파티가 사냥한 몬스터의 신력을 흡수해 조금 강해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그녀는 풋내기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그녀의 실력으로 수준 있는 파티에 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만약 라빈이 세실리아의 미모에 눈이 돌아가지 않았다면 그나마도 동료들을 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세실리아는 앞서 걸어가는 카르고의 뒷모습을 상기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그는 정말로 뛰어난 전사라고 볼 수 있지’
맨손으로 달려들어 상처 하나 입지 않고 리퍼의 목을 꺾어버린 아케니아 혈족 최후의 전사.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지면 그의 파티에 들고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 것이다. 다행히 지금 현재 그 사실은 오직 세실리아만 알고 있었다.
‘카르고님과 동료가 된 것은 실로 천운이야. 앞으로도 계속 동료로 인정받으려면 반드시 그에게 도움이 되어야 해. 한 번 쫓겨나면 다시는 동료가 될 수 없을 거야’
물론 그녀가 마법사로서 카르고를 도울 방법은 거의 없었다. 기초 마법인 화염구 하나 날리는 데 2분 이상 캐스팅을 해야 하는 그녀다. 하지만 카르고에겐 세상을 모른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고, 세실리아에겐 능히 그를 도와줄 능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그 능력은 오래지 않아 입증되었다.

꼬박 나흘을 이동한 끝에 카르고와 세실리아는 거점도시인 레나르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그곳까지 이동하는 과정은 지극히 편안했다.
우선 카르고는 일급 레인저를 능가하는 감각을 지녔다. 멀리서 접근하는 몬스터의 기척을 멀찌감치 알아차리는 것은 실로 엄청난 능력이었다. 나흘 동안 모두 세 마리의 리퍼가 다가왔다가 카르고의 손에 차디찬 시체로 변했다. 그 리퍼의 앞발에 달린 낫과 흘러나오는 피, 팔에 붙은 힘줄은 모조리 세실리아가 챙겼다.
리퍼의 낫이 제법 비싸게 팔린다는 말을 들은 카르고는 낫을 부러뜨리지 않은 상태로 리퍼를 처치했다. 그 모습 또한 세실리아에게 경악을 안겨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파티사냥조차 벅찬 대형 몬스터 리퍼가 마치 토끼처럼 무기력하게 사냥당하는 것이다.
게다가 틈틈이 마주치는 야생동물을 식량으로 사냥하는 모습도 일품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둔해 보였지만 카르고가 달리는 속도는 질주하는 말보다도 빨랐다. 멧돼지를 순간적으로 따라잡아 일격에 목뼈를 부수는 모습에 세실리아는 입을 딱 벌려야 했다.
“정말 빠르군요”
문제는 카르고가 사냥과 전투 외에는 문외한이라는 점이다. 죽은 멧돼지의 살점을 뜯어내어 구워먹고 난 뒤 미련 없이 버리는 모습에 세실리아가 기겁을 했다.
“숲에서는 사냥감을 찾기가 쉽지 않아요. 그럴 경우를 대비해 반드시 식량을 비축해야 해요”
“하지만 고기가 금방 썩을 텐데”
“그러니까 염장이나 훈제를 해야죠”
소금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실리아는 카르고가 잘라준 멧돼지의 살점을 모닥불에 그슬려 훈제처리를 했다. 연기가 넉넉히 배어든 훈제고기는 장기간 보관해도 상하지 않는다. 그 덕분에 카르고와 세실리아는 다음 날 사냥할 만한 짐승을 발견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배를 두둑이 채울 수 있었다. 그렇게 나흘을 이동한 끝에 둘은 레나르로 접어들 수 있었다.
도시의 입구는 중무장한 경비병들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다. 이따금 난입하는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 경비병들은 하나같이 긴 창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모습을 드러낸 카르고와 세실리아를 보자 경비병들이 창을 겨누며 고함을 질렀다.
“정지! 정체를 밝히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