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정을 마친 세실리아가 밝은 표정으로 카르고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죽은 동료들의 장비에서부터 노에 사냥꾼들로부터 노획한 것까지 모조리 팔아넘긴 참이다. 무기와 장비 종류는 모험가들이 들끓는 레나르에서 처분하기 가장 좋은 종류에 해당했다.
여관 생각을 하자 세실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활기가 돌았다. 무려 보름 가까이 필드를 헤매느라 제대로 된 목욕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관에 가면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절로 군침이 흘렀다.
시청에서는 아무런 말없이 현상금을 지급해 주었다. 세실리아는 제법 두둑해진 주머니를 짤랑거리며 시청을 나섰다.
“이제 여관으로 가요”
“그러지”
그런 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이들이 있었다. 자고로 구린내를 풍기면 반드시 파리가 꼬이기 마련이다.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접어들었을 때 그림자 몇 개가 느닷없이 튀어나와 길을 막았다.
“이런”
세실리아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흉악한 생김새의 사내 서너 명이 몽둥이와 단검을 들고 골목 입구를 틀어막고 있었다. 세실리아의 얼굴에 낭패한 기색이 스쳐지나갔다.
‘잘못했어. 조금 돌아가더라도 사람이 많이 오가는 대로를 선택해야 했는데’
길목을 막은 자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질 나쁜 건달패거리들로 보였다. 만약 파티가 온전했더라면 저들은 결코 길을 막지 않았을 것이다.
모험가들이 상대하기 까다로운 족속들이란 사실은 건달패거리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 그들은 풋내기 마법사 하나에 허풍선이로 알려진 아만족 하나뿐이다. 건달패거리로서는 더 이상 좋은 먹잇감이 아닐 수 없었다.
“흐흐흐. 제법 주머니가 짭짤하다며? 그러면 마땅히 세금을 바쳐야지”

당황해하는 세실리아의 귓전으로 착 가라앉은 카르고의 음성이 들렸다.
“이것들은 뭐지?”
그녀는 겨우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우리 돈을 노리는 자들이에요”
그 말을 들은 순간 카르고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도둑이란 말이로군. 그럼 용서할 수 없지”
주먹의 마디를 꺾으며 나서는 카르고를 본 세실리아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을 느꼈다. 카르고는 강력한 몬스터인 리퍼조차도 맨손으로 때려잡은 전사이다. 현실적으로 질 나쁜 건달패거리들을 당해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세실리아가 걱정하는 것은 그 부분이 아니다.
“혹시 저들을 죽일 생각은 아니겠죠?”
“마땅히 죽여야지. 다른 이의 재화를 노리는 것 자체가 죽을죄이지 않겠어?”
태연한 카르고의 대답에 기가 막힌 세실리아가 소리를 빽 질렀다.
“그러면 안 돼요!”
“어째서 안 된다는 거지?”
“인간에게는 인간 나름대로의 법이 있어요. 일단 발렌시아드 연맹의 일원이 된 이상 카르고님도 법규를 지켜야 해요. 도시 안에서 살인을 하는 것은 명백히 법규 위반이에요. 살인죄로 경비대에 끌려갈 수도 있어요”
그 말에 카르고가 고개를 돌렸다. 눈동자에 곤혹스러움이 감돌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죽이지만 마세요. 그러실 수 있겠어요?”
세실리아의 얼굴을 쳐다보던 카르고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네 말대로 하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