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상적으로 독은 생명체를 중독 시켜 서서히 죽어가게 만든다. 그런데 생명체의 세포조직을 완전히 분해해 버릴 정도라면 독의 농도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카누바라크의 독을 한 방울이라도 얻는다면 그것을 희석해 엄청난 양의 독을 만들 수 있다는 말도 된다.
전사가 몬스터를 막는 동안 궁수가 독화살을 날려 몬스터를 서서히 중독 시킨 뒤 목숨을 끊는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제약이 있다. 보편적으로 몬스터들은 독에 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궁수들은 반드시 몬스터의 특성에 대한 해박한 상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반대되는 성분의 독을 사용해야만 몬스터를 중독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견본을 통해 얻은 카누바라크의 독은 완벽한 무속성이었다. 간단히 말해 대부분의 몬스터에게 작용한다는 뜻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모험가들이 대거 카누바라크 사냥에 나섰다. 무속성의 독은 무척이나 비싸다. 카누바라크를 사냥해 독을 추출해 낸다면 엄청난 거금을 손에 쥘 수 있다. 그 욕심에 모험가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카누바라크의 레어로 기어들어갔다가 영원히 돌아오지 못했다. 레어가 좁은 터널로 구성된 악조건에다 카누바라크의 독이 워낙 지독했기 때문이었다.
“사제의 해독마법조차 거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고 하네. 결국 카누바라크에는 사냥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딱지가 붙어버렸지. 그러니 갑옷은 포기하도록 하게. 금속제 판금 갑옷도 나름대로 쓸 만할 거야”
스트라비가 경고했지만 카르고의 얼굴은 흥분으로 인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 말에 스트라비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허허. 성급하게 결론내리지 말게. 아케니아 혈족 유일의 전사라면 우선 몸을 사려야 하지 않겠나? 전사의 혈통을 이어나가려면 말일세”
“잡아올 자신이 있습니다”

말을 마친 카르고가 가슴을 탕탕 두드렸다. 스트라비가 계속해서 만류했지만 카르고는 좀처럼 고집을 꺾지 않았다.
“허, 참. 정말로 위험하다니까 그러네”
“괜찮습니다. 대신 잡아온다면 갑옷을 만들어주셔야 합니다”
“그거야 어렵지 않지. 하지만 카누바라크를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네. 아무리 강한 동료들을 구하더라도……”
“동료 따윈 필요 없습니다. 아만족 전사는 성인식의 통과의례를 퀘르바임 사냥으로 치릅니다. 반드시 혼자서 잡아와야 하지요. 제아무리 오래 묵어 강한 녀석이라도 퀘르바임 종류라면 잡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스트라비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고집이 몬스터 심줄보다도 더 질기군. 어쨌거나 잡아온다면 만들어주기는 하겠네. 뭐 사냥에 성공하면 무기와 갑옷 값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군. 카누바라크의 레어에 있는 장비를 몽땅 털어온다면 갑부가 될 테니 말일세”
흥분을 감추지 못한 카르고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우선 무기를 부탁드립니다. 도끼 두 자루가 완성되는 대로 가서 잡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일주일 정도 걸릴 걸세. 그나저나 괜찮겠나?”
“걱정하지 마십시오”
가슴을 탕탕 치는 카르고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역력히 배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