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르고와 세실리아는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숲길을 걸었다. 원래는 말수가 적은 카르고였지만 이제는 제법 친해진 덕분인지 세실리아의 재잘거림에 짧게나마 대꾸를 하기까지 했다.
사실 대부분의 필드에는 모험가들만이 주로 이용하는 길이 있다. 일단 강력한 몬스터의 영역이나 군락지를 피해 우회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샛길은 대부분이 목적지를 상당히 돌아가지만 나름대로 안전하기 때문에 모험가들이 종종 선택한다. 물론 말을 타고 가는 모험가들은 더욱 많이 돌아가야 한다. 말이나 수레가 갈 수 있는 길은 더더욱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카르고와 세실리아는 그냥 일직선으로 필드를 가로질러 버렸다. 앞장선 카르고가 강한 몬스터들은 미리 기척을 알아내어 피해갔고, 약한 몬스터들은 기세를 내뿜어 쫓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동하던 중에 그들은 마침내 세실리아가 실전수련을 하는데 적합한 몬스터인 트린트를 발견해냈다. 그들은 망설임 없이 사냥에 돌입했다.
“아이스 애로우!”
낭랑한 세실리아의 캐스팅 소리와 함께 허공에 두 개의 날카로운 얼음조각이 생겨나서 쏘아졌다.
'쐐애액!'
비교적 빠른 속도로 날아간 얼음 조각이 덩치 큰 트린트의 동체에 깊숙하게 쑤셔 박혔다. 괴성과 함께 상처에서 수액이 꿀렁꿀렁 흘러내렸다. 그리고 동체 깊숙이 박힌 얼음조각이 퍼뜨리는 냉기로 인해 트린트의 움직임이 서서히 둔화되었다.
카르고의 예상대로 빙계 마법은 세실리아의 기질과 딱 맞았다. 사실 그녀는 마법학교 시절 표적을 대상으로 아이스 애로우를 몇 번 쏘아본 것이 다였다. 하지만 화염구보다 월등히 캐스팅 시간이 짧았고 또한 정확했다. 덕분에 끊임없이 움직이는 트린트임에도 불구하고 마음먹은 곳에 얼음 화살을 명중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아이스 애로우의 경우 화염구보다 마나의 소모가 월등히 적었기 때문에 제법 많은 얼음 화살을 날릴 수 있었다.

잠시 후, 결국 트린트는 카르고와 세실리아의 합동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수십 개의 얼음 조각을 몸속에 박아 넣은 채 허물어졌다.
'쿠웅!'
생명이 다한 트린트로부터 흘러나오는 신력이 세실리아의 그릇을 가득 채웠다. 그러자 아이스 애로우를 시전하느라 절반 정도 소모된 마나가 빠른 속도로 차올랐다. 카르고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훌륭하다. 이번에는 깔끔하게 마무리했구나”
연거푸 마법을 전개하느라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 된 채였지만 세실리아의 표정은 밝았다.
“카르고님이 붙잡아주지 않으셨다면 못 잡았을 텐데요 뭐”
카르고는 정말 훌륭하고 노련한 전사였다. 그 정도 데미지를 입혔다면 한두 번 정도는 세실리아를 쳐다볼 법도 한데 트린트는 일절 그녀에게 관심을 돌리지 않았다. 카르고가 내내 트린트를 정신없이 몰아쳐서 혼을 쏙 빼놓았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 위력이라면 조금 더 강한 녀석을 상대해도 되겠군. 더 센 녀석이 달려들면 다시 연습해 보자”
“호호호.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세실리아는 정말 기쁜 듯 웃었다. 그녀는 카르고와 함께라면 설사 카누바라크를 잡다가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비록 전사와 마법사 단둘뿐인 초라한 파티지만 한 사람의 마법사로서 조금이라도 제 몫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기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