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기 하나를 잃은 탓에 카르고는 수세에 몰려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스무 마리 정도의 오칸을 처리했지만 아직까지 남은 오칸은 많았다. 그나마 칼리아스 두 자루를 휘두를 때에는 거의 모든 공격을 회피하거나 쳐낼 수 있었다. 그러나 무기 하나를 잃자 카르고의 몸에 새겨지는 상처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달려드는 오칸의 수가 워낙 많았기 때문이었다.
'촤아악!'
결국 카르고의 사슬갑옷이 길게 찢어지며 피가 주르르 흘러내렸다. 이미 카르고가 입은 사슬갑옷은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로 붉게 물든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르고의 눈빛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굳건하게 버티며 하나하나 침착하게 오칸을 베어 넘겼다. 그러나 양 팔에 착용한 방패는 너덜너덜해져 제 기능을 잃은 지 오래였다. 출혈은 카르고의 체력을 서서히 깎아먹고 있었다.
포르나는 넋이 나간 듯 카르고와 세실리아를 멍하니 지켜보았다. 한 번 실수를 경험한 탓에 세실리아는 세심하게 신경 써서 오칸을 공격하고 있었다. 상처입고 비틀거리는 오칸의 목에 얼음 조각이 푹푹 박혀 들어갔다. 하반신이 잘려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바닥을 기어가서 카르고의 발목을 물어뜯으려는 오칸의 동공에 얼음 화살이 박혔다.
실전수련을 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세실리아의 전투 감각은 탁월했다. 게다가 얼음 화살은 화염구에 비해 통제가 잘되고 속도가 빠른 편이었다. 그녀는 얼음 화살을 이용해 오칸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꾸에엑!'
카르고의 뒤로 달려들던 오칸이 두 눈을 움켜쥐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움켜쥔 눈 주위에서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칸들은 끝도 없이 달려들었다. 극심한 출혈로 인해 카르고의 몸이 휘청했다. 세실리아의 입술을 비집고 비통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저, 저런! 카르고님 괜찮아요?”
바로 그때 포르나가 정신을 차렸다. 다행이 그녀의 몸에는 마나가 상당량 차오른 상태였다. 카르고가 처음 돌입했을 당시 다수의 오칸이 비명횡사했다. 그것들이 죽으며 내뿜은 신력이 포르나의 몸속에 일정분량 흡수된 것이다. 신력이 공급되면 마나가 회복되는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진다. 그것을 간파한 포르나가 조심스럽게 치유 주문을 외우려다 멈칫했다.
“어, 어떻게 하지?”
지금 상황은 사제가 치유 마법을 펼치기에 최고의 악조건이었다. 단 한 명의 전사를 수십 마리의 오칸이 포위공격하고 있다. 한 명을 상대로 동시에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수는 정해져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오칸들이 동료의 뒤에서 서성이며 달려들 순간만을 호시탐탐 기다리고 있다. 앞에 선 동료가 죽어 넘어지면 즉시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서였다.
그런 상황에서 치유를 펼친다면 후미의 오칸들이 자신의 존재를 명확히 인지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벌떼처럼 달려들 것이 분명했다. 파티에 소속되어 있던 사제 스티브도 그래서 죽었다. 그러나 포르나는 이내 결심한 듯 주문을 외웠다.
“어쩔 수 없다. 저 아만족이 아니었다면 이미 죽었을 터”
포르나는 그녀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치유 주문을 외웠다.
“큐어”
캐스팅이 끝남과 동시에 새하얀 섬광이 카르고의 몸을 뒤덮었다. 여기저기서 출혈이 멈추며 상처가 급속도로 아물기 시작했다. 그것을 포르나는 깜짝 놀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