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때였다. 모험가들의 대화를 옆에서 듣던 아로나가 조심스럽게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그 말에 고개를 돌려 아로나를 본 모험가의 눈빛이 야릇해졌다. 귀엽고 깜찍한 아로나의 외모에 흑심을 품은 모양이었다.
“그래, 뭐가 알고 싶지? 예쁜이”
그 정도는 지금껏 수도 없이 받아본 눈빛이라 아로나는 동요하지 않고 용건을 털어놓았다.
“조금 전 올라간 파티 중에 포포리족이 하나 있더군요. 혹시 그가 누군지 아시나요?”
“물론이지. 그는 뇌격의 사수라 불리는 궁사 두카야. 소문에 의하면 열 개의 화살을 동시에 표적에 꽂아 넣는 실력자라고 해. 그가 들고 다니는 카르나크의 각궁은 이런 여관 열 개를 살 수 있을 정도로 비싸다고 하며 무엇보다도 그는 화살에다 네임드 몬스터 카누바라크의 독액을 바르고 다닌다더군. 어지간한 몬스터는 화살 한 방에 끝내 버릴 테지. 설명이 충분히 되었나?”
아로나는 깜짝 놀랐다. 두카라는 이름을 듣자 비로소 그가 누군지 기억이 났다. 어릴 때부터 그녀에게 구애공세를 펼쳤던 고향 마을의 포포리족 중 하나였다. 오래 전에 기억에서 지워진 이름이기도 했다. 그런 두카가 말로만 들어도 가슴이 떨리는 강력한 파티의 구성원 중 하나라니…….
‘믿어지지 않아’
그때 설명을 해준 모험가가 음침하게 웃으며 아로나의 팔을 낚아챘다.
“흐흐흐. 설명을 해 줬으면 당연히 이야기 값을 치러야지. 술을 한 잔 살 테냐, 아니면 몸으로 때울 테냐?”
그러자 아로나가 당황해서 소리를 질렀다.
“왜, 왜 이러세요?”
“대답을 해주느라 목이 타는군. 술을 살 돈이 없다면 옆에 앉아서 한 잔 따르도록 해. 술시중을 들어주면 이야기 값으로 쳐주도록 하지”
음흉하게 웃은 모험가가 아로나의 허리를 팔뚝으로 휘감아 옆자리에 앉혔다. 그녀가 빠져나가려고 버둥거렸지만 근육으로 뒤덮인 모험가의 팔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엘린이 예쁘다는 말을 들었지만 직접 보니 상상 이상이로군”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깜찍한걸”
그에게서 빠져나오려고 애쓰던 그녀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여관 안의 모험가들은 아무도 그녀를 도와주려 하지 않았다. 그저 하나같이 재미있다는 눈빛으로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 애초부터 질 나쁜 모험가들에게 섣불리 접근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낯익은 음성이 그녀의 귓전을 파고들어왔다.
“아로나? 아로나 맞지?”
아로나가 고개를 돌리자 바로 조금 전 이 층으로 올라갔던 포포리족 궁수의 모습이 보였다. 어릴 때부터 자신에게 구애공세를 펼쳤던 두카가 틀림없었다.
“두, 두카!”
“맞구나. 긴가민가해서 내려와 봤는데 내 눈이 정확했어. 그런데 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
순간 두카의 눈빛이 별안간 사나워졌다. 아로나의 가느다란 허리를 껴안고 있는 모험가의 팔뚝을 본 것이다. 뜻밖의 상황에 모험가들은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 설마 초라한 몰골의 엘린 소녀가 소문이 자자한 카르고의 파티원과 안면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들을 본 두카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등에 멘 활을 꺼내어 화살을 걸었다.
“이것들이 감히 죽고 싶은가 보군. 그 팔 당장 떼지 못해?”
모험가들이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펄쩍 뛰며 아로나를 풀어주었다. 그들을 향해 겨누어진 화살촉의 끝이 유난히 번들거리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