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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A 아만전사 카르고 <96> - 전사의 꿈을 꾸는 아케니아 혈족(4)

전사의 꿈을 꾸는 아케니아 혈족(4)

동료들이 모조리 파이시스의 독에 당했고 둘만 겨우 살아남아 도망쳐 왔다는 말에 그들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너구리와 흡사한 생김새의 포포리 궁수가 싱글싱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뭐,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사정을 들어보니 부득이 파이시스란 놈을 사냥해야겠군”

척 보아도 만만치 않아 보이는 하이 엘프 검사 역시 등에 메고 있던 쌍검을 풀었다.

“그러게 말이야. 귀찮아도 동료 모험가들이 위기에 처했으니 할 수 없지”
“후딱 잡고 레나르로 돌아가자고. 맥주 생각이 간절하니 말이야”

그들이 두런두런 나누는 대화에 네이만이 입을 딱 벌렸다. 무려 열두 명으로 구성된 파티가 변변찮게 손도 쓰지 못하고 전멸당할 만큼 스파이더 퀸 파이시스는 무시무시한 보스 몬스터였다. 그런데 저들은 지나가는 노루나 사슴 한 마리 잡는 것처럼 가볍게 얘기하고 있었다. 입을 딱 벌리고 놀라워하고 있는데 뒤에서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로 행군을 멈췄지?”

이어 거대한 덩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네이만이 숨을 훅 들이켰다. 나타난 자는 자신과 같은 아만족이었다. 그런데 체구가 자신의 한 배 반 정도나 더 컸다. 그리고 검은빛이 도는 딱정벌레의 껍질 같은 갑옷으로 전신을 감싸고 있었다. 특히 등에 교차로 메고 있는 도끼는 실로 엄청난 명품이었다. 대장장이 출신이었기 때문에 네이만은 도끼가 품은 가치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뒤이어 등장한 자는 바로 카르고였다. 그가 착 가라앉은 눈빛으로 두 아만족을 쳐다보았다.

“뜻밖이로군. 필드에서 아만족을 보기가 쉽지 않은데 말이야. 아케니아 일족인가?”

“그, 그렇습니다”

“어쨌거나 만나서 반가워. 내 이름은 카르고다”

바로 그때 놀란 음성이 흘러나왔다.

“다, 당신이 카르고입니까?”

카르고가 의아한 듯 그를 쳐다보았다. 고함을 지른 이는 바로 비오넬이었다.

“너는 누구지? 어째서 나를 아는 거지?”

“저, 저는 파야곤 제사장님이 보낸 사람입니다. 급히 전할 서신이 있다고 하셔서……”

“파야곤 제사장은 항상 레닐을 통해 서신을 전달하는데?”

“레닐님은 제사장들에 의해 구금된 상태입니다. 해서 어쩔 수 없이 제가 파견되었습니다”

조심스럽게 다가온 비오넬이 서찰을 꺼내어 내밀었다. 카르고를 쳐다보는 눈빛은 끊임없이 떨리고 있었다.

망설임 없이 봉인을 북 찢은 카르고가 서찰을 읽어보았다. 눈매가 끊임없이 꿈틀거리는 것을 보니 내용이 심상치 않은 모양이었다. 서찰을 모두 읽은 카르고가 살짝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들어갔다. 그동안 두카가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해 주었다.

“이봐, 카르고. 모험가들이 보스 몬스터에게 붙잡혔대. 아까 얘기했던 스파이더 퀸 파이시스란 녀석이야”

잠시 후 눈을 뜬 카르고가 입을 열었다.

“모험가들이 위기에 처했다니 가만히 내버려둘 수 없지. 잡고 가자”

카르고가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던필드와 라프라스가 망설임 없이 뒤따랐다. 셀리카와 세실리아, 두카, 아로나, 포르나가 뒤질세라 뒤따랐다. 서로 얼굴을 마주본 비오넬과 네이만도 조심스럽게 그들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파이시스의 레어는 적막하기 그지없었다. 한쪽에는 방금 포로로 잡힌 모험가들이 누에고치처럼 거미줄에 묶여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비오넬과 네이만을 제외한 모든 인원이 파이시스의 포로가 되어 있었다. 파이시스의 독에 의식을 잃고 붙잡혔던 파티원들은 지금은 깨어 있었다. 거미줄로 결박하고 난 뒤 파이시스가 독을 흡수했기 때문에 의식을 회복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얼굴은 지금 파랗게 질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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