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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A 아만전사 카르고 <97> - 전사의 꿈을 꾸는 아케니아 혈족(5)

전사의 꿈을 꾸는 아케니아 혈족(5)

'쭙, 쭈우우웁'
제법 체구가 비대한 궁수 한 명이 몸을 파르르 떨었다. 미친 듯 발버둥을 치고 싶었지만 몸이 마비되어 있어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궁수의 앞에는 거대한 파이시스가 뾰쪽한 주둥이를 궁수의 쇄골 부근에 꽂아 넣고 있었다. 주둥이를 통해 궁수의 체액이 남김없이 빨려나가고 있었다.

얼굴의 혈색이 급속도로 사라지며 볼이 홀쭉해졌다. 그것도 잠시, 모든 체액을 빨리자 궁수가 절명해서 고개를 꺾었다. 몸의 체액을 모조리 빨린 탓에 남은 것이라곤 오로지 뼈와 가죽뿐이었다. 오랜만의 만찬이 마음에 든다는 듯 파이시스가 괴성을 내질렀다.

'퀴르르르'
그 모습을 보던 포로들의 눈에 절망감이 어렸다. 파이시스의 마비독에 당했기 때문에 그들은 눈을 감기는커녕 고개조차 돌리지 못했다. 그런 탓에 꼼짝없이 동료가 파이시스에게 빨아 먹히는 모습을 목격해야 했다. 흡족한 듯 더듬이를 움직이던 파이시스가 다음 희생자에게로 향했다.

피골이 상접한 채 말라죽은 궁수의 옆에는 여사제가 한 명 묶여 있었다. 제법 예쁜 용모를 가진 사제의 얼굴은 공포로 파리하게 질려 있었다. 이어 파이시스가 뾰쪽한 주둥이를 내밀자 그녀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몸이 마비된 상태였기 때문에 눈조차 감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주둥이가 쇄골 아래에 닿는 순간 속눈썹 사이로 눈물이 그렁거렸다.

‘죽기 싫어. 여기서 죽고 싶지 않다고!’

그러나 그녀의 절규는 결코 겉으로 퍼져나가지 않았다. 입을 열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때 구원의 손길이 다가왔다.

“저놈이 감히……”

성난 노성과 함께 화살이 한 대 날아왔다.


'쐐애애액'

소리를 들은 파이시스가 포로로부터 몸을 돌렸다. 파공성이 만만치 않았지만 파이시스는 신경 쓰지 않았다. 웬만한 화살은 파이시스의 딱딱한 껍질을 뚫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날아온 화살의 위력은 파이시스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었다.

'캬아아악!'

화살이 등판에 와서 꽂히자 파이시스가 펄쩍 뛰었다. 사실 화살 한 발 정도는 거대한 파이시스에게 전혀 타격을 입힐 수 없었다. 보통은 튕겨나가기 마련이지만 키틴질 껍질을 뚫고 박혀도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통상적으로 모험가 무리에 속한 궁수들은 화살에 독을 바른다. 하지만 파이시스가 워낙 맹독을 품고 있는 몬스터이기 때문에 거의 영향을 미치기 힘들었다. 그것 때문에 파이시스는 화살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파이시스의 명백한 실책이었다.

'키아아악!'

파이시스가 그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등판에 박힌 화살촉으로부터 독 기운이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파이시스의 독과는 성향이 확실하게 다른 데다 엄청난 맹독이었기에 화살에 맞은 자리에서 시커먼 연기가 뭉클뭉클 피어올랐다. 화살촉의 독이 파이시스가 품고 있던 독과 상충하며 큰 타격을 입히고 있는 것이다.

몸을 돌린 파이시스의 겹눈에 서서히 분노가 표출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누군가가 달려들었다.

“이놈”

외마디 호통소리와 함께 달려든 이는 바로 던필드였다. 그가 긴 랜스와 방패를 앞세워 차지 공격을 가했던 것이다. 거칠게 파이시스와 격돌한 던필드가 방패로 밀어붙이며 랜스를 내뻗었다.

'콰직'

견고한 등껍질이 푹 패여 들어가며 체액이 튀었다. 만만치 않은 일격에 파이시스가 재빨리 몸을 돌리며 반격을 가했다. 그러나 명성 높은 전사였던 던필드는 방패와 랜스로 능숙하게 공격을 막아내며 파이시스를 밀어붙였다. 비록 카르고에겐 미치지 못하겠지만 던필드 역시 필드에서 잔뼈가 굵은 노련한 전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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