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으헉!”
처음에는 술기운에 잘못 본줄 알았다.
하지만 눈을 비비고 몇 번을 다시 봐도 달은 두 개다. 하나는 크고 다른 하나는 조금 작은 두 개의 달이다.
생전 처음 보는 초자연적인 현상에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
크고 작은 두 개의 달은 마치 전설 속에 나오는 거신병(巨神兵)의 눈동자 같았다.
지은 죄가 있어서 일까? 왠지 달빛에서 적의(敵意)가 느껴졌다.
인간을 증오하는 달이라니?
덜덜 떨던 남자는 후다닥 담을 넘어 미친 듯이 달아났다.
남자가 달아난 직후, 소녀의 입술에서 한숨 섞인 탄식이 흘러 나왔다.
그 탄식이 잦아들 무렵 달은 다시 하나가 되었다.
“이상한 소리 못 들었니?”
늦은 밤, 방문을 열고 들어온 노부인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없는 집에도 도둑이 드나들 정도로 먹고 살기에 팍팍한 시대였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눈을 뜬 레아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니요, 무슨 일이 있어요?”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고……. 아까부터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네 아빠가 집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러 나갔다”
“이상하다. 저는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한걸요?”
“너야 한번 잠이 들면 누가 업어 가도 모르는 애니까”
“그 정도는 아니거든요”
“후후, 됐다. 피곤할 텐데 더 자거라”
“헤헤, 저도 아빠가 돌아오시면 잘 게요”
레아가 자리에서 일어나려하자 노부인이 손사래를 치며 말렸다.
“내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너는 그냥 자렴. 밝으면 일하러 가야 하는데 밤에라도 푹 쉬어야지”

레아는 요즘 시장의 집에서 부엌일을 거들고 있었다.
“피이~ 나만 일하나요? 아빠가 더 힘들게 일하시는데! 그냥 기다릴래요”
“이 녀석아, 좋은데 시집가려면 밤에라도 잘 쉬어야 되. 그래야 키도 더 크고 피부도 좋아 진다고”
“난 시집 안갈 건데?”
“그래, 안가나 두고 보자”
노부인이 웃으며 방문을 닫았다.
거실로 걸어가는 노부인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하나뿐인 딸 레아는 아름답고 상냥해서 총각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16세가 넘어가면서는 사방에서 중매가 들어와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시장의 집에서 일을 하게 된 것도 그것과 무관하지는 않았다. 시장은 은근히 자신의 셋째 아들과 레아가 맺어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문이 닫히자 레아는 바닥에 떨어진 이불을 주워들었다.
이상한 소리에 흉측한 꿈을 꾸었던 모양이다.
“아이! 징그러워……”
레아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얼굴도 모르는 남자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꿈이 얼핏 떠오른 것이다. 손가락 하나 까딱일 수 없어서 고스란히 당해야 했다.
그런 가위눌림도 있나?
다시 자리에 누워 무심코 아랫배를 쓰다듬던 레아가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속옷 위로 축축한 느낌이 전해진 탓이다.
며칠 전에 월경이 끝났는데 왜 또?
“몰라, 몰라, 이게 다 그 이상한 꿈 때문이야……”
귀찮은 일이 생겼다는 생각에 레아는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지금 불을 켰다면 그게 피가 아니라는 걸 알았겠지만, 피곤한 레아는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