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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티카 - 아틀라스 연대기 5. 두 개의 달과 성처녀 레아(5)

두 개의 달과 성처녀 레아(5)

날이 밝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레아는 가장 먼저 속옷을 확인했다.

“응? 없네? 꿈이었나?”

속옷에 조금 얼룩이 있을 뿐 걱정했던 혈흔은 보이지 않았다.
“아아! 다행이야. 라바움 신께서 보살펴 주셨나봐”

레아가 환한 얼굴로 옷을 갈아입었다.

오늘은 특별히 광명(光明)의 신 라바움이 “처음으로 빛을 가져다 준 날”이다. 시장과 관계된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한 날이다. 자신도 축제의 음식 준비를 하려면 아침부터 서둘러야 한다. 물론 음식 준비가 끝나면 다른 사람들처럼 밤새 축제에 참가할 생각이지만.

봄의 시작을 알리는 “라바움 신이 처음으로 빛을 가져다 준 날”에 레아는 광장에서 밤새도록 축제를 즐겼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처럼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보며 라바움 신에게 기도했다. 가족들의 건강을 지켜 주시고, 아버지가 돈을 많이 벌게 해달라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게 “그 분과 잘 되게 해 주세요”라고 빌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라바움 신은 레아의 기도를 단 하나도 들어주지 않았다.


그해 여름 레아의 부모가 돌림병으로 사망했다. 졸지에 고아가 된 레아였지만 더 혹독한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레아의 배가 불러 온 것이다. 처음에는 모두들 -심지어 레아 조차- 갑자기 살이 찐 줄 알았다.

겨울이 되자 레아의 배는 누가 봐도 알아볼 정도로 부풀었다. 그제야 마을 사람들은 레아의 임신 사실을 알았다. 사람들은 고아인 레아에게 남자가 생겼다고 축하해야 할지, 처녀가 애를 가졌다고 비난해야 할지 몰라 한동안 갈팡질팡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믿을 수 없게도 “레아가 아기 아빠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레아의 침묵 속에 소문은 점점 기형적으로 자라났다. “밤마다 레아의 집 주변을 기웃거리는 남자가 있다”거나, “왕족과 눈이 맞았다”는 것은 양호한 편이다. “먹고 살기 위해 몸을 팔았다”라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해산일이 다가와도 레아는 아기의 아빠가 누구라는 걸 밝히지 않았다.

일이 그 지경에 이르자 레아에게 호의적이던 마을 사람들도 조금씩 변해갔다. ‘마을 남자들 가운데 한 사람, 혹은 여러 사람이 레아의 임신에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 여자들이 레아를 공개적으로 욕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간이 지나자 남자들까지 괜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레아의 비난에 동참했다. 결국 만삭의 레아는 본의 아니게 창부(娼婦)가 되고 말았다.

장장 6시간의 산통 끝에 레아는 아기를 낳았다. 아직 날도 밝지 않은 새벽이었다.

맥없이 아기를 안고 있는 레아에게 후덕한 인상의 여자가 물었다.

“아기 이름은 정했어?”

“아직……”

“내가 산파 일을 오래 했지만, 이렇게 씩씩한 놈은 처음이야. 아주 힘이 장사(壯士)야 장사. 아빠가 보통이 아닌 것 같은데……. 누구야?”

여자가 슬쩍 레아의 안색을 살폈다.

이미 레아는 창녀로 낙인이 찍힌 상태다. 레아가 조만간 성 밖으로 쫒겨 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제 레아에게 마지막 희망이라면 아기의 아빠다. 아기의 아빠가 누구냐에 따라 레아와 아기의 운명이 갈릴 터였다. 여자는 어딘지 선량해 보이는 레아에게 연민을 느끼고 있었다. 6시간의 진통동안 레아가 보여준 고결한 인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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