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아이의 아빠와 함께 살지 않는 거지?”
“정말 상대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건가?”
레오디나스는 상대가 변명할 틈도 주지 않았다. 그건 누가 봐도 단지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기 위한 질문이었다.
“……”
그걸 깨달은 레아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레오디나스의 음성은 비통에 잠겨 있었다.
“……”
레아는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자고 일어나니 임신이 되어 있더라는 말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나는……. 그대가 함부로 몸을 굴리는 여자가 아니라고……. 믿었다”
순간 레아는 입술을 악물었다.
레오디나스는 “믿었다”고 했다. 그건 “지금은 믿지 않는다”는 말이다. 한 가닥 희망을 품고 나왔는데 지옥에 한 발 내닫은 기분이다. 현기증이 밀려오며 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모든 게 꿈속에서 일어나는 일 같았다.
“그대가 선택한 인생이다”
레오디나스가 차갑게 말한 뒤 돌아섰다.
차가운 바람이 밀려와 멍하니 서있는 레아를 흔들어 깨웠다.
레아는 어둠속으로 사라져 가는 레오디나스를 보며 중얼 거렸다.
“나는……. 선택하지 않았어요”
레아가 소리 없이 흐느꼈다.
엄마 아빠의 죽음도, 영문을 모르는 임신도, 아틀라스를 낳은 것도, 빈민촌으로 쫒겨 난 것도, 모두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다.

그건 전적으로 호기심과 욕망이 결합하여 생긴 일이었다.
삼십대의 한량(閑良) 쿠베라는 “라바움 신의 첫 번째 기념일”에 다시 술을 퍼마셨다. 그리고 취기가 어느 정도 오르자 지난해에 있었던 그 일을 떠올렸다.
무시무시한 두 개의 달과 소녀.
다음날부터 밤마다 소녀의 집 근처를 어슬렁거렸지만 담을 넘어갈 용기는 나지 않았다. 소녀의 이름이 레아라는 것과 그녀가 시장의 집에서 일을 한다는 것도 그즈음에 알았다. 그날 밤의 일을 떠올리며 ‘당당하게 부모를 찾아가 볼까?’ 생각도 했지만, 감히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자신은 뭐하나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남자임에 반해 소녀는, 비록 쇠락했다지만, 남작 가문의 미소녀였다.
그런데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연이어 일어났다. 갑자기 레아의 부모가 사망하고, 처녀인 줄 알았던 레아의 배가 불러온 것이다.
여신(女神) 같던 레아가,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보통의 여자로 돌아온 것이다. 곧이어 “레아가 누구의 아기를 가졌는지 모른다더라”는 소문이 퍼졌다. 그 와중에 레아의 집을 기웃거리던 남자의 소문도 돌았다. 조심한다고 했는데 누군가 자신을 봤던 모양이다.
레아는 지금 성 밖 하층민들의 거주지에 살고 있다. 그녀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레아가 남자들에게 몸을 팔아 하루하루 살아간다”고 했고, 믿거나 말거나 식의 신비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들은 “레아는 성처녀다”라고 했다.
어느 쪽의 말이 옳든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
레아는 지금 성 밖의 빈민촌에 있으며, 누구라도 쉽게 만나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녀가 창녀든 아니든 말이다.




























